<편집자주>

제9회 지방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당진의 시민사회는 지역의 성장 방향에 대해 다양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산업 확장과 도시 개발 속에서 빠르게 변화해오며 그 성과가 시민의 삶에 충분히 연결되고 있는지, 시민사회 인사들의 목소리를 통해 당진 시정의 흐름을 짚어보고, 민생과 시민참여, 정책 방향 등 이번 선거에서 논의돼야 할 주요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당진시는 지난 수년간 산업 확장과 도시 개발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철강과 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한 외형적 성과는 분명하다. 그러나 그 속에서 시민들이 실제로 느낀 삶의 변화 역시 충분했는지에 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지역 성장의 결과가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다.

“대형사업에 치우친 시정”

당진시 시정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평가는 대체로 비슷하다. 대형 개발사업과 보여주기식 성과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황성렬 충남 환경운동연합 대표는 “당진시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국 1위를 차지하는 만큼 에너지 산업 전환을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한 현안”이라며 “하지만 현실은 선거에서 득표에 도움이 될 만한 가시적 성과만을 목표로 해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희봉 당진참여자치시민연대 회장 역시 “대규모 호수공원 조성이나 자사고 건립 등 굵직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우려와 반대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며 “외형적 성장에 가려진 시민 삶의 내실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현정 참교육학부모회당진지회교육정책 국장은 “예산이 일부 사업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 아쉽다”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과 행정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시민단체는 대규모 개발과 성과 중심 시정 속에서 당진시민들이 얻는 실익에 의문을 품었다. 이는 시민의 삶을 위한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이어진다.

“경제발전에 가려진 시민의 삶”

시민사회 인사들은 공통적으로 경제 성장 이후의 과제를 ‘민생과 삶의 질’로 꼽았다. 개발 중심 성장 말고도 시민의 일상과 직결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뜻이다. 신완순 당진시개발위원회 위원장은 “당진시가 급격한 산업화로 성장통을 겪으며 경제, 환경, 정주 여건, 지역 내 갈등 등 여러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유난영 당진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또한 “인구는 늘고 있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 수준은 아직 부족하다”며 “17 만 인구에 걸맞는 의료 서비스 확보와 교육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당진에는 지역 경제발전이라는 성과가 분명히 존 재하지만 그것이 시민의 일상으로 얼마나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점검이 필요한 상태이다. 이에 대해 배병찬 당진시주민자치협의 회장은 “이번 지방선거는 단순한 개발 중심 공약보다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주민참여를 높이는 정책이 중요하다”며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를 전달했다. 제2서해대교나 호수공원 사업 같은 대규모 정책보다도 생활 밀착형 복지처럼 당진시민의 생활 수준을 직접적으로 올려주는 것이 이번 지방선거의 우선 과제로 보인다.

화력발전 다음 방향은?

한국동서발전(주) 당진발전본부의 석탄 화력발전소 1‧2‧3‧4호기 폐쇄를 앞두고 시민사회 에서 큰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신완순 위원장은 “철강 및 에너지 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 때문에 산업 경기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첨단농업과 인공지능, 수소 산업 등 산업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 48조에 따르면 석탄 화력 폐지지역을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로 지정할 수 있으나 아직 지정된 지역이 없다. 유난영 사무국장은 “석탄 화력발전소의 단계적 폐쇄로 발생하는 실업 문제와 지역 상권 침체를 막기 위해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에 대한 예산 및 지원 조례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현안으로 제기된 ‘청양-고덕 345kV 송전선로’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호남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 반도체 단지로 보내기 위해서 송악읍, 신평면, 우강면 등 당진의 6개의 읍면이 경과지로 언급 되고 있다. 이에 황성렬 대표는 “우리 지역이 생산하지도, 소비하지도 않는 전기로 인해 주민들이 일방적인 피해를 입을 처지”라며 “지역 차원에서 저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행정은 시민이 주도해야”

정책 과정에서 시민참여 확대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시민이 정책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지방자치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박근식 당진YMCA 이사장은 “출연 기관과 각종 자치 단체의 운영 기회를 시민에게 돌려줘 자생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당진시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닌 시민단체들과 함께 만들어 가야한다”고 말했다. 배병찬 회장 또한 “주민 총회와 공론장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이 실제 정책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주민과 행정·의회가 함께 만들어 가는 당진형 주민자치 2.0 시대가 실현되길 보여 달라”고 전했다. 김희봉 회장은 “시청 내부 감사만으로 한계가 있으니 시민단체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시민 옴부즈만 제도’를 활성화해서 공무원의 책임성과 행정을 감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후보자들에게 “시민단체와 대립하지 않고 건강한 상호 견제 관계로써 함께 머리를 맞대는 성숙한 정치를 보여달라”고 전했다. 지역의 변화는 행정이나 의회만의 힘으로 이뤄지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당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시민단체의 역할 확대와 시민들의 자치 활동 이 활발해져야 한다.

당진 시민사회의 선택은?

시민사회 인사들의 다양한 의견은 마침내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으로 이어졌다. 정당이나 이미지보다 시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공약인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현정 국장은 “정당만 보기보다는 지역을 위해 얼마나 성실히 일해왔는지, 시민들과 꾸준히 소통해왔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후보자들에게 “시민들과 소통하며 약속을 책임감 있게 실행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공약의 내용뿐 아니라 실현 가능성과 공공성까지 함께 살펴야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근식 이사장 또한 “정당에 매몰돼서는 안 되며 개발 중심의 공약보다 시민 중심의 공약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덧붙여 “유권자는 좋은 공약처럼 보이더라도 그 뒤에 이면을 살필 수 있는 거시적인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의 방향성 역시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제시됐다. 황성렬 대표는 “당진시가 기후리스크가 큰 지역인 만큼 재생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지도자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유난영 사무국장은 유권자들에게 “준엄한 심사위원이 돼 당진의 가치를 높일 인물을 살펴달라”했으며, 신완순 위원장은 “후보자들이 시민의 고통을 내 몸의 상처처럼 여긴다면 당진시가 더욱 성장할 것”이 전했다. 이는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가 책임 있는 자세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번 지방선거는 단순한 후보 선택을 넘어 당진시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 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개발사업과 눈에 띄는 성과 중심의 시정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의료·교육·복지 등 시민의 삶과 직결된 정책을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기 때문이 다. 특히 시민 참여가 형식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정책 결정에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 현안이다. 결국 이번 선거는 당진시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 것인가’, 그리고 ‘그 성장이 누구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가’를 묻는 과정이다. 당진의 다음 방향은 유권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