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정책은 시민의 삶을 바꾼다. 당진시대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책 중심 선거를 만들기 위한 연속기획 ‘이것만은 해결하자’를 통해 시민 삶과 직결된 지역 현안을 짚어왔다. 대중교통과 지역불균형, 환경과 기후위기, 교육, 제2서해대교와 합덕역, 산업다변화와 당진항, 복지까지. 이번 최종편에서는 그동안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와 시민들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당진이 안고 있는 과제와 앞으로의 방향을 다시 정리해본다.
“성장은 했지만 시민 삶은 좋아졌나”
당진은 빠르게 성장한 도시다. 현대제철과 당진항, 대규모 산업단지와 발전소를 기반으로 충남 서북부 대표 산업도시로 자리 잡았다. 수도권과 가까운 입지와 지속적인 산업단지 개발은 당진의 외형을 크게 바꿔놨다. 하지만 이번 기획을 진행하며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과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같은 질문을 던졌다. “도시는 커졌는데 시민 삶은 얼마나 나아졌나” 산업과 개발 중심 성장 속에서 교통과 교육, 복지와 의료, 환경과 정주 여건 문제는 여전히 시민들의 생활 속 불편으로 남아 있었다. 특히 신도심과 읍면지역, 산업벨트와 농촌지역 간 격차는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역 전문가들은 이제 당진이 단순한 성장 경쟁을 넘어 시민 삶의 질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도시 전략을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교통 불편
이번 기획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문제 중 하나는 대중교통이었다.
당진지역 시내버스는 현재 325개 노선, 85대 차량 규모로 운영되고 있지만 시민 체감 불편은 여전히 크다. 도시가 빠르게 확장됐지만 교통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생 통학 문제는 대표적인 사례다. 시곡동에서 송산중학교까지 가기 위해 터미널 환승을 반복해야 하는 현실, 수청지구 학생들의 통학 문제는 이미 매번 반복되는 민원이다.
읍면지역 상황은 더 열악하다. 정미·대호지 등 일부 지역은 행복버스로 보완되고 있지만 여전히 의료시설이나 장보기를 위해 장시간 이동해야 하는 고령층이 많다.
당진여객운수 측은 기사 부족 문제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현재 기사 평균 연령은 50~60대에 이르고 신규 인력 유입은 쉽지 않다. 차량이 있어도 실제 운행할 기사가 부족해 노선 확대 자체가 쉽지 않은 구조다.
당진시 교통과 역시 “학생 통학 문제 해결을 위해 교육청 역할도 함께 필요하다”며 스쿨버스와 통학체계 협력 필요성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단순한 노선 확대보다 부분공영제와 환승체계, 행복버스 확대 등 구조적인 체계 전환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심화되는 지역 불균형
당진은 대표적인 도농복합도시다. 그러나 개발의 온도차는 지역마다 크게 다르다.
수청지구와 송악읍 등 일부 지역은 아파트와 상권, 도로망이 확대되며 인구가 유입되고 있지만 외곽 읍면지역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생활SOC와 의료·문화시설 접근성 역시 큰 차이를 보인다.
신완순 당진시개발위원장은 “모든 지역에 같은 수준의 인프라를 배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중심 기능을 강화하고 교통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석 당진지역사회연구소장은 “해안 산업벨트와 내륙지역은 다른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내륙은 역사·문화·관광과 연계한 정주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유난영 당진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특정 지역 중심 산업 편중이 신·구도심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환경과 정주 질을 함께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균형발전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병찬 당진시주민자치협의회장 또한 “균형발전은 행정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며 주민총회와 주민 참여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산업도시 당진의 기후위기
당진의 환경 문제는 산업도시 구조와 맞닿아 있다.
김병빈 전 당진화력발전소 환경감시센터장은 “당진은 화석연료 기반 산업이 밀집된 도시인 만큼 환경 부담이 구조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미세먼지와 비산먼지, 악취 문제는 시민 일상 속 불편을 넘어 건강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전 센터장은 “석탄발전은 결국 폐쇄로 갈 수밖에 없고 제철산업 역시 수소환원제철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지금은 과도기가 아니라 전환 속도를 높여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위기는 이미 당진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반복되는 집중호우와 침수 피해는 도시 구조 자체의 한계를 드러냈다.
김 전 센터장은 “배수 체계와 도시 설계, 토지 이용까지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성열 전 당진환경운동연합 의장은 당진화력 암모니아 혼소 계획에 대해 “친환경 전환이 아니라 석탄발전 연장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당진이 기존 산업단지를 친환경적으로 재편하는 ‘생태산단’ 전략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육은 도시 경쟁력
교육 문제 역시 시민 체감도가 가장 높은 분야였다. 당진은 학생 수 감소와 신도심 과밀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중 구조를 겪고 있다. 기지초를 비롯한 일부 학교는 과밀 문제가 심각하지만 읍면지역 학교는 학생 감소와 통폐합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희연 참교육을위한학부모회 당진지회장은 “당진 교육은 지역마다 현실이 다른데도 획일적인 정책만 반복되고 있다”며 “아이들이 어디에 살든 공평한 교육환경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지초 학부모회장은 “기지초는 학교용지가 없어 추가 신설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도시개발 단계부터 교육 인프라를 함께 계획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은 교육특구 지정 자체보다 실제 체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교실 과밀과 돌봄 부족, 통학 불편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강희연 지회장은 “학생들은 표가 안 된다는 정치권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학생 한 명, 학교 한 곳의 문제가 결국 도시 미래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제2서해대교와 합덕역 과제
제2서해대교는 이번 선거에서 거의 모든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울 정도로 지역 핵심 현안이 됐다. 현재 서해대교는 상습 정체와 사고·재난 시 대체망 부족 문제를 안고 있다. 산업단지와 물류 이동량이 많은 당진이 단일 연결축에 의존하는 구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에서는 “제2서해대교는 특정 정치인의 공약이 아니라 당진 전체의 공동 과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합덕역 역시 마찬가지다. 당진 철도시대의 상징으로 개통됐지만 신안산선 지연과 역세권 개발 부진, 생활권 접근성 부족 등으로 아직 시민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당진시대가 직접 찾아가 본 합덕역에 종사하는 관계자는 “결국 합덕역이 살기 위해서는 배후 산업과 생활인구가 함께 들어와야 역도 살아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안산선 조기 개통과 역세권 개발, 시내권 연결 교통망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업다변화와 당진항
당진은 철강 중심 산업도시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미래 먹거리 확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조능호 투자유치과장은 “철강과 발전이라는 기존 산업 기반 위에 수소·드론·미래모빌리티·복합물류 산업을 접목하는 것이 당진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당진시는 K-모빌리티 물류단지와 수소·암모니아 물류 거점, 드론산업 육성 등을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결국 항만과 물류 인프라 경쟁력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지역 물류업계에서는 당진 물동량이 평택항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를 우려하고 있다.
제2서해대교와 당진항 신항, 항만 배후단지 문제가 함께 해결되지 않으면 산업다변화 역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편화된 복지 고민해야
복지는 더 이상 특정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기원 전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복지는 시민 전체 삶의 질과 도시 경쟁력 자체를 결정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초고령화와 장애인 탈시설 정책, 통합돌봄 문제를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지방정부 수장의 관심과 철학에 따라 지역 복지 수준은 분명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진 역시 복지예산은 늘어나고 있지만 시민 체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읍면 간 복지 격차와 의료 공백, 이동권 문제 등 현실적 한계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당진이 개발 중심 도시를 넘어 “얼마나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도시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이번 선거가 중요한 이유
이번 기획을 통해 드러난 공통점은 분명했다. 당진은 성장 가능성이 큰 도시지만 동시에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도 많다는 점이다.
교통과 교육, 환경과 산업, 복지와 균형발전은 각각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결국 시민 삶의 질과 지속가능성이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된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단순한 정당 경쟁이 아니라 앞으로 당진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민들이 후보들에게 던져야 할 질문도 분명해지고 있다.
당진시대가 만나본 전문가들은 모두 “무엇을 개발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시민 삶을 바꿀 것인가”를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에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진은 빠르게 성장한 도시다. 이제는 얼마나 크게 성장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도시가 됐는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