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당진시를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최종 지정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중심으로 국내 3대 철강산업 집적지인 당진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정부가 엄중하게 인정한 결과다. 향후 2년간 국비 지원과 금융·세제 혜택 등 생존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지역구 도의원으로서 깊이 환영하면서도,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이번 지정을 바라보며 우리는 '선제(先制)'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 거제의 조선업이나 군산의 자동차 산업이 마주했던 위기 지역 지정은 이미 공장이 문을 닫고 대규모 실직 사태가 터진 뒤에야 투입된 '사후 약방문'이었다. 반면, 이번 당진의 지정은 '선제 대응'이다. 아직 공장의 굴뚝이 멈추지 않았음에도 긴급 처방에 나선 것은 지금 우리 앞에 다가오는 글로벌 무역 폭풍의 크기가 그만큼 위력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당진 철강산업이 마주한 대외적 환경은 사면초가에 가깝다. 국내 조강 생산량은 이미 10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며, 글로벌 규제 장벽은 발등의 불이 되었다. 중장기적 기후 장벽인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물론, 당장 올 7월 시행을 앞둔 EU의 ‘신(新)철강 조치(무관세 쿼터 축소)’는 우리 철강업계의 대외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가 'EU 신철강 조치 대응 총력전'을 펼치며 통상 무대에서 이익 확보에 전력 투구하고 있는 지금, 생산 기지인 당진의 선제 지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앙의 통상 위기는 곧장 당진의 제조 현장과 중소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거대한 글로벌 보호무역의 파고 앞에서 지방정부와 정치권이 한발 앞서 방어선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지정을 통해 확보할 신산업 육성 및 금융 지원책은 단순한 연명 치료에 그쳐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근간인 당진의 철강산업이 저탄소·친환경 구조로 체질을 바꾸고, 미래 모빌리티 부품 등 고부가 신산업으로 다변화할 수 있는 향후 미래 산업의 재원으로 쓰여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체질 개선의 마중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막중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향후 치밀한 실행력이 담보되어야 한다. 돌이켜보면 이번 지정이라는 값진 성과는 결코 우연히 얻어진 결과가 아니다. 현장의 체감 경기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충남도 및 당진시 행정부와 긴밀히 소통해 왔고, 특히 지역의 어기구 국회의원과의 유기적인 초당적 협력이 있었기에 중앙정부를 설득할 수 있었다. 본 의원 역시 도의회 본회의에서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 촉구 건의안'을 대표 발의하며 지역의 절박한 목소리를 대변하였는데, 행정과 입법, 지방과 중앙 정치권이 오직 당진의 안위만을 위해 하나로 뭉쳤던 연대의 노력이 마침내 제도적 결실로 이어진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사후 대책으로는 더 이상 지역 경제와 일자리를 지킬 수 없다. 향후 2년은 당진 철강산업의 미래 20년을 결정할 골든타임이다. 충남도와 당진시, 그리고 지역의 노·사·민·관이 정교하게 맞물린 실행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발로 뛰겠다. 당진이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형 친환경 철강 도시'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도의회 차원의 법적·제도적 뒷받침 마련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