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문화예술을 삶의 여유를 위한 영역으로 생각한다. 경제가 성장하고 생활이 안정된 이후에 누리는 사치라고 여기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문화예술은 그런 인식을 훨씬 뛰어 넘는다. 문화예술은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을 넘어 도시의 경쟁력을 결정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며,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문화예술은 선택이 아니라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전국의 수많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축제와 공연, 문화행사를 개최해 왔다. 계절마다 열리는 축제와 유명가수를 초청한 공연은 많은 사람을 모았고 지역경제에도 일정 부분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냉정하게 질문해야한다.

그 축제가 끝난 뒤 지역에는 무엇이 남았는가. 많은 지자체의 문화정책은 여전히 단기적인 성과에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방문객 수와 경제효과, 행사 횟수는 늘었을지 모르지만 지역의 문화적 역량은 얼마나 성장했는지, 시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는 얼마나 확대되었는지, 지역 예술인들은 얼마나 안정적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지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져왔다. 문화예술은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 뿌리내릴 때 비로소 가치가 완성된다. 일년에 한번 열리는 축제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공연을 만나고, 전시를 즐기며, 다양한 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문화가 생활이 될 때 문화도시가 된다.

문화정책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어야 한다. 주민은 문화의 소비자가 아니라 창조자이며 동반자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예술을 배우고, 청년들이 창작의 꿈을 키우며, 어르신들이 문화 활동을 통해 삶의 활력을 얻는 도시야말로 진정한 문화도시이다. 문화예술은 특정 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대를 연결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가장 따뜻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지역의 문화자산을 새롭게 바라볼 필요성, 즉 오래된 골목과 시장, 전통문화와 생활문화,지역의 역사와 인물은 모두 문화예술의 소중한 자원이다. 안타깝고 아쉬운 점은 똑같은 축제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다른 지역을 모방하는 문화는 오래가지 못하지만, 지역만의 이야기를 담은 문화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도시를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높은 건물 보다 그 도시만의 문화와 사람들의 삶이다.

지역예술인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한다. 예술인은 지원의 대상이기 이전에 지역의 미래를 함께 만드는 동반자이다. 창작공간 부족, 불안정한 수입, 제한된 활동 모든 것들이 지역 예술인을 수도권으로 떠나게 만든다. 예술인이 떠나는 지역은 문화의 뿌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자체는 단순한 보조금 지원을 넘어 창작공간을 마련하고, 공공미술과 생활예술을 확대하며, 지역 예술인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든다면 지자체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

문화예술은 경제와도 깊이 연결된다. 세계의 많은 도시는 문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었다. 문화는 관광을 살리고, 상권을 활성화하며, 청년들이 머물고 싶은 도시를 만든다. 하지만 문화를 경제적 효과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문화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키우며,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힘을 가지고 있다. 경제적 성과는 이러한 문화적 토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일 뿐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다행히도 당진은 지리적 위치와 여러가지 부흥도시로 거듭나고 있어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기업하나를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사람은 일자리만 보고 정착하지 않는다. 교육과 문화, 공동체와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한다. 문화가 풍요로운 도시는 사람을 끌어들이고, 사람은 다시 지역의 활력을 불어 넣음으로서 문화예술은 지방소멸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해법이다.

문화예술 정책은 행정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도 안 되고, 행정이 해야 할 일은 예술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 자유롭게 꽃필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문화예술은 단기간의 성과를 요구할수록 생명력을 잃는다. 긴 호흡으로 예술인을 신뢰하고 시민의 참여를 확대하며 지역의 문화생태계를 건강하게 키워 나갈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

문화예술은 예산이 남아서 하는 사업이 아니고, 오히려 가장 먼저 투자해야 할 미래전략이라는 것을. 도시는 건물의 높이로 경쟁하는 시대를 지나 이제는 문화의 깊이로 평가받는다. 문화를 품은 도시는 품격을 갖추고, 품격있는 도시는 사람을 머물게 한다. 문화예술은 지역의 얼굴이며, 그 지역이 지닌 정신과 가치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축제 하나를 성공시키는 행정이 아니라 365일 문화가 살아 숨쉬는 도시를 만드는 일이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고 예술인이 존중받으며 지역의 역사와 전통이 미래의 콘텐츠로 이어지는 도시, 바로 그런 도시가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문화는 도시를 아름답게 꾸미는 장식이 아니라, 도시를 살아있게 하는 심장이다. 문화예술에 투자하는 지자체는 오늘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살아갈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다. 결국 문화가 살아야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여야 지역이 살아난다.

문화예술은 선택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희망이며 지자체가 가장 먼저 품어야할 미래의 가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