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지방선거는 '민생지원금 1인당 30만 원 지급'이 최대 화두였다. 선관위 토론이 끝나자마자 각 당의 시장 후보들은 밀리면 안 된다는 절박함 속에 앞다투어 현수막을 내걸었다.
새로 취임한 시장은 취임 첫 결재로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당진시민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경제회복지원금 개인별 30만 원 지급에 서명했다.
이제 공은 당진시의회로 넘어갔다. 총 530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지급하려면 그 법적 근거가 되는 [당진시 경제회복지원금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안이 시의회를 통과해야만 예산안을 편성하고 승인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작금의 시의회는 의장단 선출과 상임위 배분조차 합의하지 못해 개원식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의장이 누가 되든 시민들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시의원들이 의회 회의규칙에 따라 투표로 정할 일이다.
우리가 분개하는 것은 이를 핑계로 지난 7월 9일 예정되었던 '의원출무일'마저 개최하지 못한 점이다. 의원출무일은 임시회 전에 집행부가 주요 의안을 설명하고 현안을 사전 논의하는 자리다. 당진시가 지난 7월 1일 입법예고한 [당진시 경제회복지원금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안 역시 이날 설명될 예정이었다.
올해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겹쳐 행정사무감사와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8월 말과 9월 초에 몰려 있다. 시민들이 추석 명절에 지원금을 받아 장을 보려면, 배포기간을 고려해서 추석 명절 최소 10일 전인 9월 14일 전에는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선거가 끝나면 결과를 두고 해석하기 바쁘다. 하지만 정말 표심이 천심이고 섭리일까. 때로 우리는 거대한 천재지변이나 법의 판결, 혹은 투표 결과처럼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혔을 때 이를 ‘운명’이라 받아들인다. 힘들었던 과거를 지나고 나면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포장하듯,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섭리로 간주해 버리는 것이다.
여. 야가 ‘7 대 7’ 동수로 나뉜 제4대 당진시의회의 구성도 그렇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시민들이 완벽한 균형을 원한 절묘한 선택’이란다. 과연 그럴까. 지난 4대 의회가 보여준 극심한 혼란과 파행을 기억하는 시민들이, 또 다시 이런 마비 상태를 원해서 표를 던졌을 리 만무하다.
정당은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모인 단체다. 그래서 당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제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공익이라는 본령을 잊은 채 자당의 이익과 자리싸움에만 골몰한다면 그 사회는 어떻게 되겠는가.
며칠 전 민주당 평당원들이 시의회 파행 사태에 대해 의원들의 결자해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자리에서 한 기자가 평당원들에게 “의장을 하려는 사람들의 정견은 들어보았는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린 질문이다. 투표권도 없는 평당원들이 아니라, 지금 자리를 두고 싸우고 있는 시의원들에게 던졌어야 할 질문이다.
그동안 당진시의회 의장 선거는 후보 등록도 없이 투표하는 ‘교황 선출 방식’이었다. 깜깜이 상태에서 인기투표 하듯 뽑으니, 의장이 될 사람이 어떤 비전과 철학을 가졌는지 시민들은 알 길이 없었다. 다행히 지난 2024년 4대 하반기 의장 선거에서 처음으로 정견 발표 제도가 도입되었다. 공약을 어차피 안 지킬 텐데 발표가 무슨 소용이냐는 회의론도 있지만, 공약은 나중에 비판할 근거가 되고 당사자에게는 무거운 책임감을 부여한다.
지금 당진시의회는 의장 후보 예정자 2명을 두고 양당이 팽팽하게 맞서며 민생 조례와 예산안마저 발을 묶어버렸다. 시의원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신들은 지금 그 두 후보자의 정견을 제대로 들어보기는 했는가? 누가 더 공익에 충실한지, 누가 당진시의 위기를 타개할 ‘실천적 지혜’를 지녔는지 꼼꼼하게 검증하고 이 사단을 벌이고 있는 것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지금의 싸움이 당진시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당의 체면과 개인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얄팍한 정략인지 말이다. 시의원들은 당리당략의 늪에서 벗어나 시의장 후보자의 자질과 비전을 검증하는 유권자 본연의 역할로 돌아오라.
시간이 없다. 시의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기싸움이 530억 원의 민생 예산안보다 중요하단 말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