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선거가 끝난 지도 어느덧 두 달이 되어 간다. 선거의 열기는 식었고, 시민들의 기대는 이제 새로운 시정과 의정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당진시의회는 개원 이후 의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으로 파행을 거듭했고, 시민들은 적지 않은 아쉬움과 우려를 지켜봐야 했다. 다행히 최근 민주당 김선호 의원이 제5대 당진시의회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되면서 의회는 비로소 정상 운영의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하지만 의장 선출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누가 의장이 되었느냐가 아니라, 이제부터 시의회가 어떤 모습으로 시민을 위해 일할 것인가이다. 그동안의 갈등을 뒤로하고 시장과 의회, 여야 의원 모두가 협치의 정신으로 당진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할 때다.
이번 지방선거는 당진 정치에 매우 상징적인 결과를 남겼다. 시민들은 더불어민주당 김기재 시장을 선택했고, 당진시의회는 민주당 7명, 국민의힘 7명이라는 정확한 균형을 만들어 주었다. 어느 한 정당도 독주할 수 없고, 어느 한 정당도 배제할 수 없는 구조이다. 이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시민들이 정치권에 내린 명령이다.
그 명령은 분명하다. "싸우지 말고 함께 일하라."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경쟁이다. 그러나 행정은 경쟁이 아니다. 행정은 협력이며,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공동의 책임이다. 선거 과정에서는 상대를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에도 경쟁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피해를 보는 사람은 시민뿐이다.
당진은 지금 수많은 현안을 안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기업 유치,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 청년 일자리, 농촌의 고령화, 교육환경 개선, 정주여건 확충, 문화·관광도시 조성, 저출생 대응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과제는 시장 혼자 해결할 수도 없고, 의회 혼자 해결할 수도 없다. 서로 협력할 때만 비로소 성과를 낼 수 있다.
김기재 시장에게 먼저 당부하고 싶다.
시장은 민주당의 시장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시장이다. 자신을 지지한 시민뿐 아니라 다른 선택을 했던 시민의 의견까지 품어야 한다. 의회를 행정의 걸림돌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의회는 시정을 함께 만들어 가는 동반자이다. 중요한 정책일수록 충분히 설명하고, 의회의 의견을 경청하며, 반대 의견 속에서도 해답을 찾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여야 의원들과 정기적인 정책 간담회를 마련하고, 주요 현안은 결정 이전부터 함께 논의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결정한 뒤 이해를 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결정하기 전에 함께 만드는 행정이 진정한 협치이다.
김선호 의장을 비롯한 당진시의회에도 당부를 드린다.
의장 선출 과정에서 있었던 갈등은 이제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의장은 특정 정당의 의장이 아니라 당진시의회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의장석은 승자의 자리가 아니라 조정자의 자리이다. 민주당 의원은 물론 국민의힘 의원들의 목소리도 공정하게 듣고,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도 기대를 건다. 야당의 존재 이유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다.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면 정당을 초월해 협력해야 한다. 반대로 문제가 있는 정책이라면 대안을 제시하는 책임 있는 비판이 필요하다. 견제는 지방의회의 중요한 역할이지만, 견제가 발목잡기로 비쳐서는 안 된다.
민주당 의원들 역시 같은 당 시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건강한 견제는 시민에 대한 책임이며, 필요한 경우에는 같은 당이라도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의회의 신뢰도 높아진다.
이번 의장 선출 과정은 시민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시민들은 정치적 계산보다 민생을 먼저 생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당진시의회가 그 요구를 외면한다면 시민들의 실망은 더 커질 것이다. 반대로 이번 갈등을 성찰의 계기로 삼아 협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낸다면 시민의 신뢰는 다시 회복될 것이다.
필자는 시장과 의회가 몇 가지 약속을 시민 앞에 공개적으로 선언하기를 제안한다.
첫째, 정당보다 시민을 우선하는 원칙이다.
둘째, 매월 시장과 의장, 양당 대표가 참여하는 정책협의회를 정례화해야 한다.
셋째, 대규모 예산과 주요 현안은 충분한 토론과 시민 의견 수렴을 거친 뒤 결정해야 한다.
넷째, SNS나 언론을 통한 감정적인 공방보다 대화를 우선하는 정치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다섯째, 당진의 미래 전략만큼은 여야 공동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이 다섯 가지 원칙만 실천되어도 당진의 정치는 지금보다 훨씬 성숙해질 것이다.
정치는 결국 시민의 신뢰로 평가받는다. 시민은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냈는지를 기억하지 않는다. 누가 더 많은 일을 했는지, 누가 더 많은 문제를 해결했는지를 기억한다. 임기가 끝난 뒤 시민들이 "이번 5대 당진시의회는 정말 달랐다", "김기재 시장과 시의회가 힘을 합쳐 당진을 발전시켰다"고 평가한다면 그것이 가장 큰 성공이다.
협치는 양보가 아니다. 협치는 책임이다.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 패배가 아니라 성숙이며, 타협은 원칙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더 큰 선택이다.
지방자치는 시민의 삶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꾸는 정치이다. 그래서 지방정치는 중앙정치보다 더 실용적이어야 하고, 더 따뜻해야 하며, 더 시민 중심이어야 한다. 시민은 정당의 승리를 위해 투표한 것이 아니라 당진의 발전을 위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이제 선거도 끝났고, 의장 선출도 마무리되었다. 더 이상 과거에 머물 이유가 없다. 앞으로의 4년은 갈등을 기록하는 시간이 아니라 성과를 기록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시장과 시의원 모두에게 부탁드린다. 서로를 경쟁자로 바라보지 말고 시민의 행복이라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동반자로 바라보기를 바란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정쟁이 아니라 민생이며, 대립이 아니라 협력이고, 명분이 아니라 결과이다.
당진의 미래는 어느 한 사람의 리더십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나의 지혜로 모을 때 비로소 더 큰 당진이 만들어진다. 지금 시민들이 정치권에 바라는 것은 거창한 약속이 아니다. "함께 일하는 모습",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