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산에 3839억 원 규모의 중고차 수출단지 ‘K-모빌리티 오토허브’가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연간 최대 35만 대로 예상되는 중고차를 당진항에서 수출할 부두는 아직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현재 당진항에는 자동차 전용부두가 없다. 충남도는 고대부두 8번 선석을 자동차도 취급할 수 있는 겸용부두로 변경해 활용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관계기관 협의 단계다.
충남도는 사업 준공 목표인 2030년까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8번 선석 활용이 무산될 경우에는 “다른 대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체 선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더욱이 당진항의 현황과 항만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당진시 항만수산과는 “현재까지 공식적인 부서 협의가 들어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
결국 중고차 수출단지는 추진되고 있지만 당진에서 발생할 연간 최대 35만 대의 중고차 물동량을 실제 당진항에서 처리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3839억 중고차 수출거점…그런데 자동차부두 없어
K-모빌리티 오토허브는 전국에서 수출할 중고차를 당진으로 모아 검사와 정비, 상품화, 보관 등을 거쳐 해외로 수출하는 복합단지다. 총사업비는 약 3,839억 원이며 연간 최대 35만 대의 중고차 물동량 처리를 예상하고 있다.
사업은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민선8기 오성환 전 당진시장 재임 당시 본격 추진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고차 관련 산업을 당진에 집적하는 것과 함께 당진항의 새로운 수출 물동량을 확보한다는 점도 주요 기대효과로 제시됐다.
때문에 이 사업에서는 ‘어디에 단지를 짓느냐’만큼 ‘어느 항만에서 수출하느냐’가 중요하다. 당진항에서 직접 수출해야 오토허브에서 발생하는 중고차 물동량도 당진항 물동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당진항에는 자동차 전용부두가 없다.
충남도 “8번 선석 활용…2030년까지 가능”
충남도가 내놓은 방안은 고대부두 8번 선석 활용이다. 현재 잡화부두인 8번 선석에서 자동차도 취급할 수 있도록 변경해 중고차 수출에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충남도 해양수산국 해운항만과 담당 팀장은 “현재 실수요 검증은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물류단지 조성계획 수립 신청은 아직 충남도에 접수되지 않았다.
충남도는 신청이 들어오면 예상 물동량을 검증하고 해양수산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8번 선석의 자동차 취급을 위한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2030년 수립 예정인 제5차 전국항만기본계획에도 자동차부두 기능 반영을 신청할 방침이다.
담당 팀장은 “현재도 해수부와 협의하고 있으며 해수부에서는 세칙 운영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는 취지로 회신했다”며 “2030년 완공까지 충분히 자동차부두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8번 선석 활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국가 항만기본계획 반영도 향후 절차가 남아 있다. 특히 8번 선석 활용이 무산될 경우 충남도는 “다른 대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대안이 당진항의 어느 부두인지는 구체화되지 않았다.
항만전문가 “35만 대 실제 처리 가능한지도 따져야”
8번 선석을 자동차도 취급할 수 있도록 변경한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중고차 수출에는 선박이 접안할 부두뿐 아니라 수출을 기다리는 차량을 보관하고 분류할 야적공간이 필요하다. 고대부두 8번 선석 관련 부지는 약 3만 평 규모로 알려져 있다.
지역의 한 항만전문가는 “잡화부두에서 자동차를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연간 35만 대를 실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차량 체류기간과 회전율을 고려해 필요한 야적공간과 실제 처리능력을 먼저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인근 평택항에는 이미 자동차부두가 운영되고 있어 향후 국가 항만기본계획에서 당진항에 별도의 자동차부두 기능을 반영할 필요성이 인정될지도 변수다.
전문가는 “인근에 이미 자동차를 처리할 수 있는 항만시설이 있는 만큼 연간 35만 대의 물동량만으로 당진항 자동차부두 필요성이 얼마나 인정될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진시 항만수산과 “공식 협의 없었다”
사업 추진체계도 짚어볼 대목이다. 당진시에서는 투자유치과가 투자유치를 담당하고 물류단지 관련 업무는 교통 분야에서 맡고 있다. 항만과 선석 문제는 충남도 해운항만과가 담당한다. 본지가 당진시 투자유치과에 당진항 선적 문제를 묻자 담당 팀장은 항만과 관련해서는 충남도에 확인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반면 당진항 현황과 항만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당진시 항만수산과는 “K-모빌리티 오토허브와 관련해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부서 협의가 들어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
중고차 수출과 당진항 물동량 창출을 기대하는 사업이지만 정작 당진항의 현장 여건을 담당하는 당진시 항만부서는 공식 협의에 참여하지 않은 채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 항만전문가는 “항만은 선석 하나만 놓고 판단할 수 없다”며 “기존 부두의 이용 상황과 물동량, 배후부지, 향후 개발계획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 항만 담당부서와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진서 중고차 모으고 수출은 평택항에서?
결국 가장 큰 문제는 당진항 선적시설을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다.
8번 선석 활용이 무산되고 당진항 내 다른 선석도 확보하지 못한다면 당진에서 중고차를 집하·검사·정비한 뒤 평택항 등 다른 항만으로 차량을 옮겨 수출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중고차 수출단지는 당진에 들어서지만 연간 최대 35만 대로 예상되는 수출 물동량은 평택항 등 다른 항만에서 처리될 수 있다.
지역 항만전문가는 “당진에 중고차 수출단지를 조성하는 것과 그 물동량을 당진항에 남기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결국 다른 항만을 이용하게 된다면 당초 기대했던 당진항 물동량 창출 효과가 얼마나 남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진항 물동량 확대는 지역사회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현안이다. 당진에서 중고차 물동량을 만들어 놓고 실제 수출은 평택항 등에서 이뤄진다면 사업의 지역 항만물류 효과를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충남도는 2030년까지 자동차부두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8번 선석 활용도, 국가 항만기본계획 반영도 확정되지 않았다. 8번 선석이 무산됐을 경우 구체적인 대체 선석 역시 없다. 여기에 당진항을 담당하는 당진시 항만수산과까지 공식 협의에서 빠져 있는 상황이다.
결국 연간 최대 35만 대의 중고차 물동량을 실제 당진항에 남길 수 있는지, 항만 확보가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 당진의 이해관계를 어느 기관이 끝까지 조정하고 책임질 것인지가 K-모빌리티 오토허브 사업의 핵심 과제로 남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