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밤늦게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고 아파도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당황했던 순간을 한 번쯤 경험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아이를 키우면서 밤이나 주말, 공휴일에 아이가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하지?”라는 걱정부터 앞섰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응급실에 가야 할 정도인지 판단하기도 어렵고, 진료할 병원을 찾아 이곳저곳 검색해야 했습니다. 아이는 아픈데 부모의 불안까지 더해져 숨이 막히던 그 순간들이, 아이가 스무 살 청년이 된 지금까지도 당진의 현실에서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당진시는 합계출산율이 충남 도내 최상위권일 뿐만 아니라 수청동을 비롯한 신도시에 젊은 세대의 유입이 늘고 있지만, 소아 의료 진료 접근성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기 좋은 도시'를 말하면서도 정작 아이가 밤이나 주말에 아플 때 찾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없다면, 이는 정주여건의 가장 큰 사각지대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당진에서 아이를 키우다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의료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이 바로 ‘달빛어린이병원’ 도입입니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새롭게 병원을 건립하는 것이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야간·휴일 진료기관을 지정해 운영하는 제도입니다. 평일 야간 시간대는 물론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상주하여 경증 소아 환자를 진료합니다. 응급실을 찾지 않고도 비교적 가까운 동네 병원에서 신속하고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어, 부모들의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줍니다.
물론 도입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의료진의 피로도 가중, 야간 근무 수당 및 운영비 지원 문제, 인근 협력 약국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행정과 정치가 머리를 맞대고 반드시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입니다. 당진시 역시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 조례 제정과 의료기관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하여, 병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합니다. 더 이상 민간의 선의나 개별 가정의 희생에만 아이들의 건강을 맡겨둘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 달빛어린이병원 도입을 이야기해야 할까요?
그동안 이러한 병원을 지정하려면 광역자치단체의 승인을 거쳐야 했습니다. 지자체가 아무리 필요성을 느껴도 복잡한 절차의 문턱 앞에서 멈춰 서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관련 법 개정으로 이제는 시장이 직접 달빛어린이병원을 지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진시는 그동안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슬로건으로 내걸어 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아이가 밤에 아플 때 갈 곳이 없다면 그 말은 공허할 뿐입니다. 정부 역시 달빛어린이병원을 지속해서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제 달빛어린이병원은 일부 지역의 특별한 사업이 아니라 지역의 소아 의료 공백을 메우는 필수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이가 아플 때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이 있는 것, 밤늦은 시간에도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복지 문제일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생존권이자 권리입니다. 아이와 부모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당진, 그것이 바로 우리 지역사회가 가장 먼저 완성해야 할 미래의 모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