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경 완 호서대학교 교수 충청남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대표회장
구 경 완 호서대학교 교수 충청남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대표회장

최근 우리는 기후변화가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매년 체감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과 산불, 해수면 상승 등 극한기후가 일상화되고 있다. 농업 현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기후변화는 농작물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농업인의 소득을 위협하는 동시에 식량안보에도 새로운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소중립은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정책을 넘어, 우리 국토 자체를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공간으로 전환하는 전략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간척지와 유휴농지, 황폐지 등 일반적인 농작물 재배에는 적합하지 않은 토지가 적지 않다. 이러한 땅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후변화 대응과 농가소득 창출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탄소농업의 공간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 대안 가운데 하나가 우리 토종식물인 단백초(토종 소리쟁이)이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살아가는 우리 토종식물 단백초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리쟁이 계열의 다년생 토종식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작물과 달리 비교적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육할 수 있는 특성을 활용한다면, 기존 농업에서 활용하기 어려웠던 토지를 새로운 생산공간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간척지의 경우 염분과 토양환경 때문에 초기에는 작물 선택에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또한 농업생산성이 낮은 유휴지나 황폐화된 토양은 경제성이 낮아 방치되기 쉽다. 따라서 이러한 토지에는 처음부터 고생산성 작물을 투입하기보다는 척박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식물을 활용하여 토양을 회복시키면서 동시에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단백초를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잎은 농민의 소득으로, 뿌리는 탄소흡수원으로

단백초 활용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히 탄소를 흡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가의 소득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백초의 잎과 어린 순 등을 식품·건강소재 등 다양한 분야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면, 농민에게는 새로운 소득원이 될 수 있다. 즉, 탄소감축을 위해 농민에게 일방적으로 비용과 부담을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농산물 생산과 탄소흡수를 동시에 수행하는 수익형 탄소농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뿌리이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 그 탄소의 상당 부분이 식물체와 토양으로 이동한다. 특히 지하부의 뿌리 생체량과 뿌리에서 유래하는 유기물은 토양 탄소저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단백초를 지속적으로 재배하면서 지상부는 수확하고 뿌리와 토양 유기물은 토양에 축적시키는 방식으로 관리한다면, “잎은 소득자원으로 수확하고, 뿌리는 탄소자원으로 남기는 농업” 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실제 탄소흡수량은 토양의 종류, 재배면적, 생육량, 뿌리량, 토양 유기탄소 변화 등을 장기간 측정하여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검증을 국가 차원의 실증사업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간척지를 ‘탄소농장’으로

우리나라의 간척지는 오랫동안 식량생산을 위한 농업용지 확보라는 관점에서 개발되어 왔다. 이제는 여기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바로 탄소흡수원으로서의 간척지이다. 간척지와 저생산성 농지를 대상으로 단백초와 같은 토종·내건성 식물을 재배하고, 그 과정에서 토양 탄소를 지속적으로 축적한다면 간척지는 단순한 농업생산 공간을 넘어 식량·소득·환경·탄소를 동시에 생산하는 복합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를 개념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간척지·척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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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초 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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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에 의한 CO₂ 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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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순 수확 → 농가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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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토양 유기물 → 토양 탄소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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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흡수량 측정·검증(M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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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농업·탄소감축사업 연계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소득형 탄소농업’이다.

탄소중립은 농민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어야 한다

탄소중립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와 기업의 감축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국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농업과 농촌이 탄소중립의 적극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 특히 고령화와 농촌인구 감소로 인해 농업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탄소중립을 농촌의 새로운 경제활동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간척지나 저생산성 농지를 대상으로 단백초 재배단지를 조성하고, 농민에게 종묘와 재배기술을 지원하며, 수확물의 판로와 가공산업을 연계한다면 새로운 농촌산업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탄소흡수량을 과학적으로 측정·검증할 수 있는 MRV(측정·보고·검증) 체계를 구축한다면 향후 탄소감축사업이나 탄소농업 정책과의 연계도 가능하다.

다만 탄소흡수량을 곧바로 탄소배출권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국내 제도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방법론 개발 및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초기에는 무리하게 탄소배출권 사업부터 추진하기보다 재배시험 → 탄소흡수량 측정 → 토양탄소 변화 분석 → 생태·경제성 평가 → 방법론 개발 → 탄소사업화의 단계적인 접근이 바람직하다.

‘토종식물 탄소농업 실증사업’을 제안한다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토종식물 기반 탄소농업 실증사업」을 제안하고 싶다.

우선 전국의 간척지와 유휴농지 가운데 일정 면적을 선정하여 단백초 재배 실증단지를 조성한다. 지역별 토양과 기후조건에 따른 생육특성을 조사하고, 잎과 뿌리의 바이오매스 및 탄소함량을 정밀하게 분석한다.

동시에 토양의 유기탄소 변화를 장기간 측정하여 실제 탄소저장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

여기에 식품·건강기능성 소재·천연물 소재 등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연구하여 농업생산–가공–유통–탄소흡수가 연결되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농촌의 청년농업인과 지역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면 단순한 환경사업이 아니라 지역소득 창출형 탄소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 땅을 다시 바라보자

기후위기 시대에는 국토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에는 좋은 땅과 나쁜 땅을 구분했다. 생산성이 높은 땅은 농업용지로 활용하고 생산성이 낮은 땅은 개발이나 방치의 대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탄소중립 시대에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얼마나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는가”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가”도 토지의 중요한 가치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간척지와 척박한 땅은 더 이상 버려진 땅이 아니다. 오히려 기후위기 시대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미래의 탄소자원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토종식물 하나가 그 가능성을 열 수 있다. 단백초의 잎에서는 농민의 소득을 만들고, 뿌리에서는 탄소를 저장하며, 토양에서는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먹는 잎은 농민의 소득으로, 남는 뿌리는 탄소흡수원으로”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확산된다면 탄소중립은 더 이상 비용과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농촌과 지역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미래산업이 될 수 있다.

극한기후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길은 거창한 기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우리가 오랫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우리 땅과 우리 토종식물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도 있다. 이제는 간척지와 척박한 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농민에게 소득을 주고, 토양에 탄소를 저장하며, 국가의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탄소농업’—단백초가 그 새로운 가능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