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회 당진시의원
김명회 당진시의원

의정활동을 이어오며 늘 마음에 품고 있는 고민이 있다. 바로 당진의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문제다. 통계는 해마다 홀로 사는 어르신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농촌 마을 곳곳에서는 사람이 줄고 공동체의 활력이 약해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빈집은 늘어나고 이웃 간 왕래는 줄어들며 경로당·마을회관조차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곳도 있다.

이러한 현실을 보며 적은 예산으로도 마을의 활력을 되찾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일까 다시 들여다보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개인정원'이다. 농촌 마을을 걷다 보면 유독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집들이 있다. 담장 너머로 계절 꽃이 피어 있고 정성껏 가꾼 나무와 화단이 사람을 반긴다. 집주인은 특별한 의도가 없었을지 모르지만 그 정원은 이미 누군가의 작은 쉼터가 되고도 남는다.

최근에는 개인정원이 지역의 새로운 관광자원이 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충남 공주와 전남 담양 등 여러 지역에서는 아름답게 가꾼 개인정원이 관광객들의 방문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잘 가꾼 집은 마을의 사랑방이 되고 지나던 어르신이 대문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입소문을 타며 작은 명소가 되기도 한다. 젊은 세대에게는 SNS 포토존과 인생 사진 명소가 되어 정원 하나가 지역을 알리는 컨텐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개인정원은 고령화 시대에 매우 의미 있는 생활복지 공간이 될 수 있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흙을 만지고 꽃과 나무를 돌보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되며, 식물을 키우는 성취감은 정서적 안정감으로 이어진다.

국립수목원과 산림청의 연구에서도 지속적인 정원 활동은 우울과 불안감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혼자 생활하는 어르신들에게 정원은 외로움을 덜어주는 친구이자 하루를 건강하게 보내게 하는 치유 생활 공간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정원의 가치는 국가 정책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산림청이 발표한 제3차 정원진흥 기본계획(2026~2030)은 민간정원을 현재보다 3배 늘리고, 생활정원 500곳을 새로 조성하는 등 정원을 넘어 지역재생과 치유, 공동체 회복, 관광 등을 아우르는 생활 인프라로 확대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진도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정원을 만드는 데서 시작할 것이 아니라, 이미 마을에 존재하는 정원과 이를 가꾸는 손길을 먼저 찾고 발전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마을정원 돌봄 지원사업’을 계획할 필요가 있다. 마을 곳곳의 우수한 개인정원을 발굴· 등록하고 묘목이나 자재비 등 소액의 조성·관리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큰 예산을 들이지 않더라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으며 마을 환경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둘째, ‘우리 동네 열린정원 사업’을 검토할 일이다. 정원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벤치, 평상, 안내판, 야간 조명 등 최소한의 편의시설을 지원하여 이웃과 방문객이 함께 할 수 있는 소통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셋째, ‘당진 정원길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일이다. 발굴한 개인정원을 지도화해 마을 관광지도나 둘레길, 농촌체험마을, 역사문화자원과 연계해 마을을 걷는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넷째, ‘정원사 양성 및 정원봉사단 운영’도 고려할 일이다. 은퇴한 어르신이나 신중년, 귀촌인을 대상으로 정원관리 교육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마을 정원 돌봄 활동에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노인 일자리와 공동체 활동을 동시에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마을을 살리기 위해서는 큰 예산과 건물, 대형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화려한 건물보다 정성껏 가꾼 작은 공간일 때가 많다. 누군가 수십 년 동안 가꿔온 마당이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이웃 간 대화를 만들며 마을 분위기를 바꾸는 힘을 갖는다. 있는 자원을 발견하고 그 손길을 지원하는 정책이야말로 적은 예산으로 마을의 표정을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고령화되고 1인 가구가 늘어 쇠퇴해 가는 당진의 농촌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마당 하나가 마을을 바꾸고, 마을 하나가 당진을 바꿀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보다 이미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함께 키워나가는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