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문국가산업단지의 분양률이 약 80%에 이르면서 당진의 차기 산업용지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직 석문산단 전체 산업용지의 20%가량이 남아 있지만 대부분 5만 평 안팎으로 나뉘어 있어 일반적인 규모의 기업이 입주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반면, 데이터센터 등 10만 평 이상의 대규모 연속부지를 필요로 하는 기업을 유치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이 원하는 업종과 산단 내 입주 가능한 업종이 맞아야 하는 문제까지 더해진다. 단순히 ‘얼마나 많은 땅이 남았느냐’가 아니라 기업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규모와 위치, 업종을 갖춘 산업용지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일반산업단지를 새로 조성하는 데도 통상 7년 안팎, 국가산업단지는 10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석문산단이 모두 분양된 뒤 다음 산업용지를 준비해서는 늦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 남았지만 대규모 기업 받을 ‘큰 땅’ 부족
당진시 기업육성과에 따르면 석문국가산업단지는 현재 약 80%가 분양됐다.
수치만 보면 아직 산업용지에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남아 있는 부지 대부분이 5만 평 안팎으로 나뉘어 있어 10만 평 이상의 연속된 부지를 요구하는 기업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들의 부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김민상 당진시 투자유치과 팀장은 “10만 평 이상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아주 많이 들어오는 상황은 아니지만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는 기업들의 문의는 있다”며 현재 당진에서 이들이 요구하는 조건에 맞는 대규모 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GS그룹 역시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추진하며 당진을 후보지역 가운데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당진에는 GS EPS가 LNG복합화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어 전력 인프라 측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업부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당진에 기존 사업 기반을 갖고 있는 기업까지 새로운 대규모 사업을 위해 적정 부지를 물색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땅이 있어도 업종 안 맞으면 못 들어와
남아 있는 산업용지의 ‘업종’도 문제다. 산업단지는 땅이 비어 있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자유롭게 입주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관리계획 등에 따라 부지별로 입주할 수 있는 업종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은 화학·물류 관련 업종이 가능한 산업용지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분양되면서 현재 남아 있는 부지와 새롭게 당진을 찾는 기업들의 업종이 맞지 않는 ‘미스매치’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당진시의 설명이다.
실제 석문산단에 들어설 예정인 SK 관련 데이터센터 역시 기존 자동차 관련 업종으로 계획된 부지를 데이터센터 사업에 맞게 변경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석문산단에 20%가 남아 있다는 것과 기업이 실제 입주할 수 있는 산업용지가 20% 남아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기업이 원하는 규모의 연속부지가 있어야 하고, 위치와 기반시설이 적합해야 하며, 입주 가능한 업종까지 맞아야 실제 투자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정미·대호지 관심…당진시는 현실적 어려움
대규모 부지를 원하는 일부 기업들은 정미·대호지 일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 지역은 당진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토지가격이 낮고 향후 고속도로 건설에 따라 접근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이 기업들의 관심을 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당진시는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것과 실제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면 대규모 토지 확보뿐 아니라 전력·용수·도로 등 기반시설을 갖춰야 하고 산업단지 공급물량과 실수요 검증, 충남도와 중앙부처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 및 각종 인허가 절차도 거쳐야 한다.
기존에 추진되던 합덕그린산단을 다시 추진하는 방안도 쉽지 않다. SK에코플랜트가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새로운 사업시행자를 확보해야 하지만 최근 경기와 금융 여건 등을 고려하면 선뜻 사업에 뛰어들 시행자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반산단 7년·국가산단 10년…“지금 준비해도 늦어”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다. 당진시 산단조성팀에 따르면 일반산업단지는 추진에서 조성까지 통상 7년 안팎이 소요되고 국가산업단지는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 시가 산업단지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해서 자체적으로 곧바로 추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반면 인근 천안·아산에서는 여러 신규 산업단지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아산에서는 인주일반산단 3공구를 비롯해 음봉일반산단, 선장그린컴플렉스, 신창일반산단 등 다수의 산업단지가 추진되고 있다.
김민상 팀장은 “천안·아산의 경우 여러 산업단지를 추진하고 있다”며 “그만큼 기업들이 충남에 들어오려는 수요가 있다는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당진은 산업용지를 준비하는 것이 다소 늦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도 장기적인 산업용지 확보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백경열 석문산단협회장은 “부곡공단은 이미 끝났고 석문산단 역시 거의 분양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에는 경기 상황이 좋지 않고 대출도 잘 나오지 않아 기업들이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산업단지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를 생각하면 산업단지는 계속 필요하다. 산단 조성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사실 지금부터 준비해도 늦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석문산단에 아직 20%가량의 부지가 남아 있는 만큼 당장 당진의 산업용지가 고갈됐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대규모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연속부지와 기업이 원하는 업종의 산업용지는 이미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
산업단지를 새롭게 조성하는 데 최소 7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의 분양률만 볼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당진이 어떤 산업을 유치할 것인지, 이에 필요한 산업용지를 어디에 어떤 규모로 마련할 것인지 중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