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시민의창은 분야별 역량을 갖춘 당진 지역 전문가들이 참여해 각 분야의 영역을 심층 취재, 보도하는 코너입니다. 이번 기획은 최근 발표된 ‘제65회 당진통계연보’를 바탕으로 총 2편(상·하편)에 걸쳐 당진의 인구와 정주 인프라를 진단합니다. 지난 1편(상편)에서는 인구 수치와 이동 데이터 뒤에 숨은 성과 한계를 다룬 데 이어, 2편(하편)에서는 보육, 교육, 의료, 환경 등 시민들의 실제 삶과 직결된 정주 인프라 현주소를 다각도로 진단합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 보도합니다.
직업 유입 1만 명, 교육·환경서 절반 유출
인구 17만 명을 돌파하며 외형적 성장을 이어가는 당진시. 그러나 통계의 본문을 펼쳐 들면 활력의 이면에 가려진 민낯이 드러난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최근 6년간(2020~2025년) 전입사유별 이동자수 데이터를 복기해 보면 당진시가 처한 정주 여건의 구조적 실태와 한계가 한눈에 읽힌다.
지난 6년간 당진으로 인구를 끌어당긴 가장 강력한 엔진은 단연 ‘직업’이었다. 2020년 +1,189명의 순유입을 시작으로 직업 사유로 인한 순이동은 6년 연속 큰 폭의 흑자를 기록했다. 6년간 ‘직업’ 하나로 당진에 새로 둥지를 튼 순유입 인구는 총 1만 104명에 달한다. 여기에 신규 아파트 공급 등에 따른 ‘주택’과 ‘가족’ 사유의 유입이 더해졌다. 최근 6년간 ‘주택’과 ‘가족’ 사유의 누적 순유입은 각각 +1,769명, +1,422명이었다.
일터를 따라 들어와 정착을 시도하는 일차적 인구 유입 선순환은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그 이후다. 정착을 시도하던 인구가 삶의 터전으로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가장 큰 발목을 잡는 것은 다름 아닌 ‘교육’과 ‘주거환경’이었다.
6년간 ‘교육’ 사유로 빠져나간 순유출 인구만 3,656명에 달하며, 유입(연 700~800명) 대비 유출(연 1,300~1,500명 이상)이 매년 두 배 가량 가파르게 발생하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이에 더해 교통, 편의시설, 문화적 만족도 등을 포괄하는 ‘주거환경’ 지표 역시 6년 연속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총 1,202명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결국 직업으로 1만 명의 인구를 벌어놓고도 정주 여건의 핵심인 교육과 주거환경에서만 5,000명 가까운 인구를 도로 까먹고 있는 셈이다.

아플 때 누울 ‘입원 병상’은 급감
지난 2020년 코로나19 발생 초기 1,339개에 달했던 총 병상 수는 인구 17만 명을 돌파한 2024년 말 기준 1,157개로 오히려 182개(-13.6%) 급감했다. 동기간 전체 의료기관 수 역시 165개에서 166개로 5년 동안 단 1곳 증가하는 데 그쳐 사실상 정체 상태를 면치 못했다. 인구 17만 시대를 열었지만, 정작 환자가 치료를 위해 입원할 수 있는 침상은 오히려 대폭 줄어든 셈이다.
반면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 인력(의사, 간호사 등)은 2020년 1,418명에서 2024년 1,546명으로 128명(+9%)이 증가했다. 병상과 의료기관 수는 제자리인데 인력만 늘어난 이 현상은 당진 의료 생태계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중증·입원 환자를 감당할 대형 종합병원 인프라는 위축된 반면, 외래 진료 위주의 소규모 전문 의원 중심인 구조다.
이로 인해 야간 응급 환자나 중증 질환 발생 시 천안·아산·수도권 등 인근 대도시 대형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야 하는 시민들의 의료 불안감과 불편은 지속돼 왔다.
최근 이러한 지역 의료 인프라 부재를 해소하기 위해 산업단지 내 종합병원 건립 계획이 추진되며 충청남도 사전심의를 통과하는 등 일부 물꼬를 텄다. 2030년 개원을 목표로 산업재해 대응 기능은 물론, 지역응급의료기관 역할과 심뇌혈관센터,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그동안 당진에 부족했던 필수 의료 분야를 함께 갖춘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사전심의 승인이 곧바로 착공이나 개원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실제 개원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실질적인 사업 추진력 확보와 함께 외형적인 건립을 넘어 지역에 필요한 필수의료 인력이 실제로 안착할 수 있도록 정교한 행정·재정적 지원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라지는 어린이집…보육 양극화
미래 세대를 길러내는 보육 현장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당진시에서 어린이집에 등록해 다니고 있는 실제 ‘보육아동 수’는 2020년 6,366명에서 2024년 4,748명으로 5년 만에 무려 1,618명(-25.4%)이 감소했다. 지역 내 어린이집 재원생 4명 중 1명이 증발한 셈이다.
출생아 수 감소(2020년 1,058명→2024년 851명)와 맞물려 보낼 아이들이 급감하자 지역 내 어린이집 수 역시 동기간 139개소에서 114개소로 25곳이 문을 닫았다. 특히 가정 어린이집(48개→38개)과 민간 어린이집(57개→38개)이 운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도미노 폐업을 이어갔다. 반면 국공립 어린이집은 16개에서 21개로 5곳 늘어났다. 올해 5월 기준 당진시 국공립 어린이집은 25개소다. 전국 평균 29.9%에는 못 미치나, 충남 평균 19.8%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늘어나며 공공 보육이 소방수 역할을 하고 있지만, 특정 시설로의 쏠림 현상과 이에 따른 보육 양극화라는 또 다른 숙제를 낳고 있다. 실제 타 지자체에서는 국공립 입소 대기 행렬이 이어지는 반면, 민간·가정 시설은 정원 미달로 허덕이는 불균형이 심화되는 실정이다.
이러한 불균형 현상이 지속되면 결국 저출생과 운영난→원아 감소→민간 보육 기반 붕괴→보육 인프라 사각지대 발생→정주 요건 악화→젊은 층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굴레가 생겨난다.

초등 고학년부터 타지 이주 준비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겪는 교육 인프라의 한계는 청소년층의 인구 이동 통계에서 뚜렷한 경고등을 켜고 있다.
국가통계포털 전입사유별 이동자 통계에 따르면, ‘교육’ 사유로 인한 인구 이동은 매년 심각한 적자(유출)를 기록하고 있다. 2020년 교육 사유 순이동은 –511명(전입 878명 / 전출 1,389명) 수준이었으나, 2024년 –659명(전입 877명 / 전출 1,536명), 2025년에는 -843명(전입 700명 / 전출 1,543명)으로 유출 폭이 급격히 확대됐다. 한 해 동안 교육 문제 때문에 당진을 떠나는 인원이 들어오는 인원보다 800명 이상 많다는 의미다.
이러한 현상은 연령대별 순이동 데이터에서 더욱 명확히 증명된다. 2025년 기준, 일자리를 찾아 당진으로 유입된 20~30대 청년층은(25~29세 +439명, 30~34세 +277명)는 높은 순유입을 기록했다. 반면 학업 및 입시 연령대인 15~19세(-250명)와 20~24세(-399명)는 대규모 순유출을 나타냈다.
이 같은 데이터는 실제 학부모들의 현장 분위기와도 맥을 같이한다. 지역 학부모층에서는 자녀의 진학 시기에 맞춰 교육 환경이 잘 갖춰진 인근 대도시나 수도권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 주변 학부모들의 이탈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지역 주민 A씨는 “천안 등 인근 대도시로 이사한 가구의 경우, 이주 후 학교나 학습 분위기 등 교육 환경의 체감 격차가 크다는 이야기를 전한다”며 “초등 고학년만 돼도 중학교 진학과 입시 인프라를 고려해 미리 타 지역 이주를 준비하거나 실제로 떠나는 경우가 주변에 적지 않다”고 전했다.
“병원도, 관광지도 자차 없으면 못 가”
시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정주 여건의 큰 벽은 단절된 교통망이다. 기본적으로 자가용이 없으면 이동이 자유롭지 않다. 도심권을 조금만 벗어나 농촌과 외곽 지역으로 가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배차 간격이 길고 노선이 열악한 대중교통 한계 때문에 농촌 지역 청소년들의 통학은 물론, 고령층의 병원 통원 길마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러한 교통 인프라의 부재는 청년들과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거대한 생활상의 불이익으로 돌아온다. 실제 시민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자녀 등하교를 위해 부모가 직접 운전을 해야 하는 픽업 노동에 내몰린다. 승용차로는 금방 도착할 외곽 지역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한참을 우회해야 하고, 당진의 대표 의료기관인 당진종합병원이나 왜목마을·장고항 같은 주요 관광지도 자차 없이 대중교통만으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대중교통 및 도로망 등 기초 생활 인프라의 한계는 시민들에게 “보여주기식 대형 사업보다 일상적인 이동 기본권부터 뚫어달라”는 절박한 목소리를 내게 만든다. 이동이 불편하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교통 환경은 주거 환경에 대한 불만족으로 직결되며, 이는 당진에 직장을 두고서도 주거지는 도로망과 대중교통이 잘 구비된 인근 대도시로 정하는 ‘역외 유출’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체류’ 없는 문화·여가로 주말 탈출
당진시는 3년 연속 도내 합계출산율 1위를 홍보하고 있지만, 화려한 통계 지표 뒤에 가려진 부모들의 일상은 고단하다. 아이를 낳았지만, 막상 지역 내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키울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주말마다 외지로 떠나는 '원정 육아'가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역 양육자들의 목소리는 절박하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주말은 매주 돌아오는데 당진에서 아이와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라며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해주고 싶어 주말마다 수도권이나 인근 대도시로 향한다”고 토로한다. 여기에 더해 주말이나 야간에 급하게 찾을 아동 응급 의료 시스템마저 열악해, 급할 때마다 인근 아산이나 천안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야 하는 현실은 부모들의 정주 의지를 꺾는 요인이다.
이러한 갈증은 비단 양육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청년과 직장인들 역시 일상적인 문화 향유 공간의 부재를 지적한다. 당진에도 영화관이나 일부 기초 체육시설은 갖춰져 있지만, 온 가족이 하루를 온전히 즐기거나 청년·젊은 부모층이 소비하고 휴식할 수 있는 ‘체류형 문화·여가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형 쇼핑몰이나 대형 마트 수준을 벗어난 쇼핑 환경, 아이들과 함께 찾을 만한 체험형 테마파크, 수준 높은 문화예술 전용 인프라의 부재는 시민들에게 “주말에 당진에서는 딱히 할 게 없다”는 체념을 안겨준다.
이 같은 여가 인프라의 결핍은 단순한 유흥의 부재를 넘어 지역 소득의 역외 유출이라는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당진에서 번 돈이 주말이면 인근 천안, 아산, 혹은 수도권으로 흘러 들어가 소비되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는 것이다.
문화와 여가는 현대 도시민들이 정주 여건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삶의 질 지표다. 주말과 휴일에 지역 내에서 온전히 휴식하고 즐길 수 없는 환경은 당진을 영구적인 삶의 터전이 아닌 '잠만 자고 일만 하는 임시 거주지'로 인식하게 만들며, 결국 주거지를 외지로 옮기게 만드는 은밀하고도 강력한 전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원 면적 늘었지만 대기 오염에 발목
인구 인프라 지표의 전반적인 우려 속에서 녹지 및 자연환경 부문은 정주 여건 개선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당진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공원 수는 2020년 155개소에서 2024년 152개소로 3개소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체 공원 면적은 244만 2,000㎡에서 266만 2,000㎡로 오히려 22만㎡가량 넓어졌다. 수청지구 등 신규 택지개발 지구를 중심으로 굵직한 대규모 근린공원들이 대거 조성된 결과로 보인다. 시민들이 여가를 누릴 수 있는 녹지의 전체적인 총량이 향상되었다는 점은 정주 여건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다.
국가통계포털 전입사유 통계에서 ‘자연환경’ 사유가 2020년(+113명)부터 2025년(+79명)까지 매년 순유입(흑자)을 유지하고 있는 점 역시 이러한 녹지 인프라 확충과 자연 자원이 기여한 결과로 풀이된다.
덧붙여 당진시는 정주여건 개선과 도심 녹지 확충을 위해 수청동 일원에 호수공원 조성을 확정하고, 현재 토지보상 절차 등 행정 절차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녹지 인프라 확보는 시민들의 여가 환경을 개선하는 주요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녹지 인프라 확충이 신도심에 집중되면서, 구도심 및 면 단위 취약 지역과의 불균형을 야기한다는 점은 행정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신도심이 대규모 근린공원과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추며 인구를 흡수하는 반면, 구도심 및 면 단위 농촌 지역은 정주 환경 개선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지역 불균형과 인구 이탈을 부추긴다.
또한 이러한 녹지 공간 확대에도 불구하고, 지역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환경 위험은 정주 여건을 위협하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당진시는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와 제철소가 있어 전국 지자체 중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최상위권이라는 오명을 지속해서 안고 있다.
‘일터’에서 ‘삶터’로 바꿀 수 있을까?
당진은 일자리로 인구를 끌어당기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들이 뿌리 내리고 살아갈 교육, 보육, 교통, 문화, 환경이라는 정주 여건의 울타리를 치는 데는 실패했다. 일하러 들어왔다가 주말이면 떠나고 아이가 자라면 이탈하는 ‘임시 거주지’에 머무는 한, 당진의 인구 성장은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 직업으로 1만 명을 벌고 정주 여건으로 5000명을 까먹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고리를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당진시 정책의 무게중심은 이제 ‘인구 유입’에서 ‘정착과 정주’로 전환돼야 한다. 단발성, 선심성 정책을 넘어 아동 의료, 대중교통, 체류형 문화, 교육 인프라 등 시민의 일상과 직결된 정책이 단단히 구축돼야 한다. 당진이 ‘일하러 오는 일터’를 넘어 ‘아이 키우며 평생 살고 싶은 삶터’로 체질을 바꿀 수 있을지, 멈추지 않는 인구 유출의 경고음 앞에서 이제 당진시 행정이 구체적인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