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0일 어기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및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에 따른 지역의 고용 불안과 경제적 충격에 대응할 법적 근거가 국가 차원에서 처음으로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뜻깊은 진전이다. 당진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이 이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는 사실도 그 의미를 더한다.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과 수도권 중심의 산업 팽창 과정에서 에너지 생산의 부담은 특정 지역에 장기간 집중되어 왔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곳이 바로 당진시다. 현재 전국에서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총 60기이며,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8기가 충청남도에 밀집해 있다. 특히 당진시에서는 단일 기초자치단체로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10기, 총 600만㎾에 달하는 석탄화력발전 설비가 가동되고 있다. 이는 충청남도 석탄화력발전 설비용량의 36%, 대한민국 전체 석탄화력발전 설비용량의 15.5%에 이르는 압도적인 규모이며, 여기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은 당진시 전체 소비전력량의 4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당진 시민들은 화력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과 고압 송전선로 건설로 인한 환경적·경제적 피해를 묵묵히 감내하며 국가기간 전력망을 지탱해 왔다. 실제로 당진시에는 송전탑 526기, 총연장 189km에 이르는 송전선로가 들어서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전 세계적 탈석탄 흐름과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석탄화력발전소의 단계적 폐쇄가 이제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 로드맵에 따라 2020년 12월 보령1·2호기가 가동을 멈췄고, 2025년 12월엔 태안화력 1호기가 오랜 상업 운전을 마치고 영구 정지되었다. 당진화력 또한 2029년 1·2호기를 시작으로 2030년 3·4호기, 2036년 56호기, 2037년 78호기가 순차적으로 폐지될 예정이다.

문제는 발전소 폐지가 가져올 지역의 고용 불안과 세수 감소 등의 현실적인 피해다. 당진화력 1~4호기의 경우 대체 전력인 LNG 복합화력발전소가 당진이 아닌 전남 여수와 경기 용인 등 타 지역으로 이전 건설될 계획이다. 발전소가 문을 닫고 대체 시설마저 관외로 빠져나가면,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지고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금을 비롯하여 당진시의 세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지역 상권의 침체와 산업 기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제도적 방어막을 구축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에서 특별법이 통과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할 수 있다. 법의 내용도 결코 선언적 수준에 머물지 않고 있다. 발전사업자는 폐지 예정일 2년 전까지 노동자 고용안정 및 재배치 계획과 지역경제영향조사 결과를 포함한 폐지계획을 정부에 제출해야 하고, 정부는 이를 승인한 지역을 "폐지지역"으로 지정하고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나,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우선 지정할 수 있다. 또한 시도지사는 발전사업자, 주민 대표, 노동자 대표가 함께하는 지역전환협의체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이해관계자들은 이 협의체를 통해 계획수립 과정에 직접 의견을 낼 수 있다. 여기에 고용보조금 등 고용안정 지원과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은 물론, 기후대응기금과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의 국가 재원 활용 근거까지 담아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내용을 현장에서 실질적인 정책으로 구현해 낼 실행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마침 「충청남도 정의로운 전환 기본 조례」 제11조는 충청남도의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로서 "충청남도 정의로운 전환 지원센터"를 설립할 수 있는 근거를 이미 마련해 두고 있다. 여러 폐지지역과 이해관계자, 국가·지방의 재원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충청남도의 정의로운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행하려면 그 구심점 역할을 할 지원센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당진시는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철강 산업과 전국 최대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가 함께 자리한, 탄소 다배출 산업이 집적된 도시다. 에너지 생산과 소비 양 측면 모두에서 구조적 전환에 따른 정책 수요가 클 뿐 아니라, 노동자 고용안정 지원과 협력업체의 사업 전환, 나아가 대체산업 육성 같은 지원 정책을 뒷받침하기에 적합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또한 당진시는 충남 서해안과 수도권을 잇는 교통·물류의 전략적 요충지라는 뛰어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와 서해선 복선전철, 당진항 등 입체적인 교통 인프라를 바탕으로 태안·보령·서천과 같은 도내 발전소 폐지 시·군은 물론 수도권과도 신속하게 연결된다. 이처럼 탄탄한 산업 기반에 더해 지리적 이점까지 갖춘 당진시야말로, 지원센터가 들어설 최적의 입지라 할 수 있다.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그 과정에서 특정 지역과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이 강요되어선 안 된다. 탄소 다배출 산업이 집적된 당진에서 정의로운 전환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는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수용성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충청남도 정의로운 전환 지원센터 설치를 시작으로 지역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낸다면, 에너지 전환이라는 위기는 당진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