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의 두리마을은 한산하다. 거주인들이 일하거나 외출을 하며 각자의 일상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미면 덕삼리에 있는 두리마을은 성인 발달장애인 30명이 함께 생활하는 장애인 거주시설이다. 하지만 두리마을의 일상은 시설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거주인들은 직접 미용실을 찾아가 머리를 하고, 자신이 원하는 옷을 고르며,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을 오간다. 일하고 봉사활동에도 참여한다.
두리마을은 일상생활과 여가생활, 학습을 지원하고 사회적응 훈련 등을 진행한다. 특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보다 누구에게나 당연한 ‘보통의 하루’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안전한 보금자리에서 시작
두리마을은 사회복지법인 호암(이사장 박주호)이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2010년 설립했다. 그 출발에는 장애인 부모와 활동가들의 고민이 있었다.
초대 원장인 심효숙 원장이 퇴임한 뒤 2023년 원장으로 취임한 정유진 원장은 두리마을의 시작부터 사무국장으로 함께해왔다. 정 원장은 “보호자가 연로해지거나 세상을 떠나더라도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영원한 집’이 필요하다는 부모들의 절박한 마음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설립 취지는 현재 두리마을의 운영에도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시설 안에서 생활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거주인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특별한 일 아닌 일상 돼야”
이러한 취지는 거주인들의 일상에서 나타난다. 미용이나 목욕 봉사팀을 시설로 부르는 대신 직접 시내 미용실을 찾아가고, 자신이 원하는 교회를 선택해 다닌다. 생일을 맞은 거주인은 자신이 초대하고 싶은 사람을 직접 정해 함께 외식하기도 한다.
정 원장은 이러한 경험이 결국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힘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 결정하려면 경험치가 쌓여야 한다”며 “처음에는 외부 경험이 없다 보니 먹고 싶은 것을 물어보면 한정적인 대답이 나왔으나 다양한 경험을 해본 지금은 파스타나 햄버거, 디저트까지 스스로 취향에 맞게 선택해서 즐기신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의 사람에게 극장에 가고 미용실에 가는 것은 특별할 게 없지만, 시설 장애인들에게는 하나의 프로그램이었다”며 “하지만 이것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일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분히 자기 역할 해낼 수 있어”
두리마을은 일상생활뿐 아니라 직업재활과 사회참여를 통해 거주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두리마을 이용인 중 14명의 거주인이 법인 산하 해나루보호작업장에서 커피 생산 업무에 참여하고 있으며 거주인들은 봉사활동에도 정기적으로 참여한다. 복지관 도시락 포장 봉사 등에 참여하며 도움을 받는 사람이 아닌 지역사회에 자신의 힘을 보태는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 원장은 “도시락 포장 봉사를 하러 가실 때 처음에는 걱정도 했지만 지금은 우리 거주인분들이 누구보다 완벽하고 깔끔하게 해내신다”며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느끼고 계신다”고 말했다.
시설 안에서도 자립을 위한 준비가 이어진다. 원룸 형태의 독립실이 있으며 요리와 경제관념, SNS 안전교육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와 같은 ‘이웃’으로
거주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만큼 시설이 안고 있는 고민도 있다. 자유로운 생활을 보장하면서도 장애인의 안전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두리마을에는 정유진 원장과 생활지원교사 17명을 비롯해 약 26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거주인들의 일상을 지원하고 있다. 직원들은 거주인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예상되는 위험을 살피며 생활을 돕는다.
정 원장은 기관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자기 결정권과 안전관리 사이의 균형을 꼽았다. 그는 “기관으로서의 위험 예방과 안전관리 의무와 거주인의 자유와 자기 결정권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가장 어렵고 복합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두리마을에서는 직원들이 매일 아침 회의를 열고 거주인의 생활과 관련한 사항을 함께 논의한다. 정 원장은 “한 사람의 독단이 아니라 매일 아침 전 직원회의를 통해 거주인의 삶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함께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두리마을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다. 정 원장은 “기관을 빛내는 거창한 프로그램보다 두리마을 안의 장애인과 종사자 모두가 서로 존중받고 함께 성장하는 삶을 지향한다”며 “장애인이 살기 좋은 환경은 비장애인에게도 살기 좋은 환경이다. 장애인도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으며, 약간의 지원만 있다면 지역사회의 당당한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 위치 : 당진시 정미면 삼상벌길 123-79
■ 문의 : 041-356-2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