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받은 땅, 정말 나라에 뺏기는 겁니까?”

농지법 개정에 따른 농촌에서 가장 많이 들려온 질문이다. 답부터 말하면 “아니다”. 농지를 농지은행에 맡겨도 소유권은 그대로 남고, 농사를 짓지 않는 자녀도 지금처럼 농지를 물려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농민들의 걱정이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니다. 처분 절차에서 지방정부의 재량이 사라졌고, 2028년 6월부터는 농사짓지 않는 상속인이 이웃에게 직접 땅을 빌려줄 수 없게 된다. 정부는 지난 8일 “투기가 아니면 처분하지 않겠다”고 한발 더 물러섰지만, 이 약속은 특별조치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비로소 효력을 갖는다.

당진시대는 당진농민들이 꺼낸 걱정을 개정 농지법과 시행령, 정부 발표와 하나하나 대조했다.

“농지은행에 땅을 다 뺏긴다” → 위탁해도 소유권은 그대로

농민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퍼진 말은 “농사를 안 지으면 결국 농지은행에 땅을 뺏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정 농지법 어디에도 국가가 농지 소유권을 가져가는 조항은 없다. 농지은행 위탁은 한국농어촌공사가 소유자를 대신해 땅을 빌려주는 제도로, 소유권과 임대료는 소유자에게 남는다.

위탁 자체도 이제는 선택이 됐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농지은행 위탁 여부와 관계없이 (투기가 아닌 농지는) 처분이 진행되지 않는 방향”이라며 “농업인이 농지은행에 해당 농지에 대한 임대·매도를 희망할 경우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발표 때는 쉬고 있는 농지를 농지은행에 맡기면 처분의무를 유예한다고 했다가, 맡기지 않아도 처분하지 않는 쪽으로 한발 더 물러선 것이다.

“농사 안 짓는 자녀에게 못 물려준다” → 상속은 지금도 가능

상속은 개정 후에도 농지를 가질 수 있는 정당한 사유다. 상속으로 농지를 얻을 때는 농지취득자격증명도 필요 없다.

오히려 2028년 6월 17일부터는 비농업인 상속인의 소유 상한(1만㎡)이 없어진다. 다만 그 대가로 농사를 짓지 않는 상속인은 면적과 상관없이 농지은행 등에 맡겨야만 빌려줄 수 있게 된다.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짚는다.

“개인 간 ‘도지’는 전부 불법” → 합법인 경우도 많다

“이웃에게 ‘도지’ 주던 게 하루아침에 불법이 됐다”는 말도 사실과 다르다. 농지 임대를 제한하는 규정은 1996년 농지법 시행때부터 있었고, 이번 개정으로 새로 생긴 것이 아니다.

지금도 직접 빌려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60세 이상인 사람(농업인이거나 농사를 그만둔 사람)이 5년 넘게 직접 농사지은 농지는 거주하는 시·군이나 붙어 있는 시·군에 있으면 직접 임대할 수 있다. 또한 질병이나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 징집, 취학 등으로 잠시 농사를 못 짓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속받은 농지도 2028년 6월 전까지는 1만㎡ 이내에서 직접 빌려줄 수 있다.

요건에 맞지 않는 관행적 임대차도 길이 열릴 전망이다. 정부는 특별조치법 유효기간에 소유자와 실제 경작자가 서면 계약을 맺으면 관행적 임대차를 적법하게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걸리면 바로 처분, 벌금 폭탄” → 단계가 있다

처분은 한 번에 이뤄지지 않는다. 처분의무가 생기면 1년 안에 농지를 팔아야 한다. 다만 그 기간에 팔지 못했더라도 직접 농사를 짓거나 한국농어촌공사 등과 매도위탁계약을 맺으면 처분명령이 3년간 유예되고, 유예 기간이 지나면 처분의무가 없어진다. 처분명령을 받으면 6개월 안에 팔아야 하고, 이마저 이행하지 않으면 감정가와 개별공시지가 중 높은 금액의 25%가 이행강제금으로 해마다 부과될 수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행강제금 역시 이번에 새로 생긴 제도가 아니라 1996년 농지법 시행 때부터 있던 것이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16일 설명자료를 내고, 위반이 확인되면 곧바로 처분된다는 주장은 오해라고 설명했다.

“이웃끼리 신고하게 만든다” → 걱정에 근거 있다

농민들의 걱정 가운데 근거가 분명한 것도 있다. 신고포상금이다. 개정법은 불법 임대차를 신고포상금 대상에 새로 넣었고, 시행령은 1인당 연간 지급 상한을 종전 15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10배 올렸다. 처분명령 같은 행정처분이 확정되기만 해도 포상금을 받을 수 있게 문턱도 낮췄다.

농식품부가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실에 낸 자료에 따르면 신고포상금 예산은 2022년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700만 원이었으나, 내년에는 11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신고 2000건을 전제로 한 예산이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실제 지급은 33건, 2710만 원에 그쳤다.

다만 개정 시행령의 지급기준에 따르면 건당 포상금은 처분 결과에 따라 최대 400만 원 수준이고, 익명 신고나 신빙성 없는 신고에는 지급하지 않는다.

진짜 바뀐 것: 재량 사라지고, 2028년 상속농지가 달라진다

이번 개정 농지법의 가장 큰 변화는 처분명령이 “할 수 있다”에서 “하여야 한다”로 바뀐 것이다. 그동안 시·군이 사정을 봐서 처분을 미루던 재량이 사라졌다. 시장·군수가 처분명령을 하지 않으면 장관이나 도지사가 기간을 정해 명령하도록 하고, 그래도 하지 않으면 직접 처분명령을 할 수 있다.

처분 대상 농지를 가족에게 넘겨 피하는 길도 막혔다. 처분의무가 생긴 농지는 세대원, 배우자, 직계존비속, 본인이 대표인 법인 등에 팔 수 없다.

2028년 6월 17일부터는 상속·이농 농지 제도가 바뀐다. 농사짓지 않는 상속인이나 이농인은 지금처럼 1만㎡까지 이웃에게 직접 빌려줄 수 없고, 반드시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맡겨야 한다. 임차인 선정도 농지를 맡은 기관에 위임해야 한다. 땅은 내 것이되 누구에게 빌려줄지는 내가 정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국회 상임위 심사 당시 농식품부는 국민적 이해 증진과 하위법령 마련, 농지은행 인프라 구축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 조항의 시행을 2년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약속은 했지만 아직 법이 아니다

정부는 상속농지, 고령농의 관행 임대차 농지, 종중·사찰·미등기 상속 농지, 맹지 등 영농이 어려운 농지는 투기와 관련이 없으면 처분하지 않겠다고 했다. 처분 대상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허위 영농계획서로 취득한 뒤 방치하거나 임대한 경우, 경매로 지분을 사 되팔 목적으로 방치하거나 임대한 경우, 농업법인으로 농지를 쪼개 팔거나 임대한 경우 등 명백한 투기로 좁혔다.

그러나 이 약속은 10월 중 발의해 12월까지 처리하겠다는 특별조치법이 통과돼야 효력이 생긴다. 처분명령 의무화 조문은 현행법에 그대로 남아 있고, 특례기간도 2~3년 정도로 알려졌을 뿐 확정되지 않았다. 법은 그대로 두고 특별법으로 예외를 만드는 방식이어서, 특례기간이 끝난 뒤 어떻게 되는지도 아직 분명하지 않다.

팔고 싶을 때 나갈 문이 좁다

고령 농민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출구” 문제는 이번 발표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원칙적으로 사줘야 하는 경우는 처분명령을 받은 농지뿐이고, 그마저 공사 예산 범위 안에서다. 성실하게 농사지어 온 농업진흥지역 농업인이 매수를 청구하면 공사는 “매수할 수 있다”에 그친다.

처분명령 농지를 공사가 살 때 가격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고, 인근 실거래가가 공시지가보다 낮으면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살 수 있다. 가격이 내려가는 방향으로만 조정 장치가 있는 셈이다. 당진시 김영빈 과장도 “공사는 정해진 예산안에서 모양이 반듯한 땅 위주로 사다 보니 전부 받아주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농지은행의 매입과 수탁 범위를 넓히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규모와 가격 기준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들어오는 문도 좁다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과도기를 인정하는 규정이 없다. 농업경영계획서를 내고 농지를 산 뒤 그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처분 사유가 된다. 개인이 3년 이상 소유한 농지는 농지은행에 맡겨 빌려줄 수 있지만, 그 3년 동안은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한다.

“아무리 투기를 막는다지만 사유재산을 이렇게 묶어도 되느냐”는 물음도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농지 처분명령과 이행강제금 조항이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다며 합헌으로 판단했다. 헌법 제121조는 경자유전 원칙을 정하고 있다. 다만 이미 상속받아 직접 임대해 온 농지에 2028년 조항이 그대로 적용되는지, 팔 곳이 없는데도 이행강제금이 쌓이는 경우는 어떻게 볼지 등은 따져볼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리하면, “땅을 뺏긴다”는 걱정은 사실과 다르다. 하지만 “나갈 문이 없다”는 걱정은 법 조문에 근거가 있다. 정부가 처분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법으로 만들고, 고령 농민이 제값에 땅을 정리할 수 있는 출구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개정 농지법, 지금 농민이 알아야 할 것]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것

△투기가 아니라면 농지은행 위탁은 선택이다. 정부는 위탁 여부와 관계없이 처분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10월 8일 발표, 특별조치법 통과 후 효력).

△상속은 지금도 가능하고, 소유권은 위탁해도 그대로 남는다.

△처분의무가 생겨도 1년의 처분 기간이 있고, 그 기간에 팔지 못했더라도 직접 농사를 지으면 처분명령이 3년간 유예된다.

□확인해 둘 것

△내 임대가 합법인지: 60세 이상·5년 넘게 직접 농사지은 농지(거주 시·군이나 인접 시·군 소재), 질병·부상·징집 등 일시적 사유, 2028년 6월 전 상속농지 1만㎡ 이내는 지금도 직접 임대할 수 있다.

△관행적으로 빌려주고 있다면: 특별조치법 특례기간에 서면 계약으로 적법하게 전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금부터 임차인과 계약 내용을 정리해 두면 좋다.

△처분 대상 투기 유형에 해당하는지: 토지거래허가구역 허위 영농계획 취득 후 방치·임대, 경매 지분 취득 후 방치·임대, 농업법인 쪼개 팔기·임대.

□앞으로 바뀌는 것

△2028년 6월 17일부터 농사짓지 않는 상속·이농 농지는 직접 임대할 수 없고,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맡겨야 한다.

△신고포상금 1인당 연간 상한이 15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올랐다. 익명 신고는 포상금 대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