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 원시가지 모습
당진시 원시가지 모습

당진시민 1인당 30만 원을 주는 경제회복지원금 조례안이 당진시의회 문턱을 넘었다. 지난 8월 본회의에서 찬성 7표, 반대 7표로 부결된 지 두 달여 만이다.

당진시의회는 지난 23일 열린 제13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산업건설위원회가 수정한 ‘당진시 경제회복지원금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재석의원 13명 중 찬성 12명, 반대 0명, 기권 1명이다. 앞서 산업건설위원회는 지난 21일 이 조례안을 심의해 수정 가결했다.

조례는 당진시민에게 1인당 연 최대 30만 원의 경제회복지원금을 줄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지원금은 당진사랑상품권 같은 지역화폐나 선불카드로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시가 추산한 사업비는 부대비용을 포함해 530억 원으로 모두 시비로 충당한다. 지급 대상은 당진시민 17만4000여 명이다.

당진시의회 제13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모습(유튜브 영상 갈무리)
당진시의회 제13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모습(유튜브 영상 갈무리)

지급 요건 좁히고 성과평가 의무화

산업건설위원회는 시가 낸 원안을 손봐 지급 요건과 사후 검증 장치를 강화했다. 먼저 지원금을 줄 수 있는 경우 가운데 ‘그 밖에 사회·경제적 여건의 변화 등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는 포괄적인 조항을 ‘재난·재해, 감염병, 대규모 기업의 폐업·이전 등으로 민생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한 경우’로 좁혔다.

시장이 세우는 지급계획에 담을 내용도 6개 항목에서 8개 항목으로 늘었다. △민생경제 위기상황 판단 근거와 지원금 산출 근거 △민생경제 여건 분석자료 △성과평가 계획이 새로 들어갔고, 지급 방법에는 사용기한을 함께 적게 했다. 분석자료에는 △고용·실업 등 노동 여건 변화 △창업·폐업 등 산업 여건 변화 △생산·소비·물가 등 경제 여건 변화를 담아야 한다.

지급계획을 시의회에 보고하는 시점은 ‘예산 편성 이전’으로 못 박았다. 원안은 계획을 세우거나 바꿀 때 보고하게만 했을 뿐 시점을 정하지 않았다.

성과평가 조항은 새로 생겼다. 시장은 지원금 사용기한이 끝난 날부터 6개월 안에 지급 효과와 실적을 분석·평가한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보고서는 공공기관이나 학술·연구기관 같은 전문기관에 맡겨 작성하고, 지체 없이 시의회에 내고 시 누리집에 공개해야 한다.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받은 지원금을 환수한다는 규정도 분명히 했다.

김낙기 당진시 지역경제과장은 “시가 낸 안이 너무 포괄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경제 분석자료를 세부적으로 담게 했다”며 “지급계획을 세우면 예산 편성 전에 의회에 보고하고, 지급 뒤에는 경제 효과를 분석해 보고하게 한 게 큰 줄기”라고 말했다.

7대 7 부결 뒤 두 달 만에 재추진

한편 경제회복지원금은 김기재 당진시장의 지방선거 대표 공약이다. 시는 당초 올해 추석 전 지급을 목표로 조례 제정에 나섰다. 하지만 조례안은 지난 8월 7일 산업건설위원회에서 찬성 3표, 반대 3표로 부결됐다. 김선호 의장이 직권 상정한 같은 달 11일 제129회 임시회 본회의에서도 찬성 7표, 반대 7표로 가부동수가 나와 부결됐다. 시의회 의석은 더불어민주당 7석, 국민의힘 7석으로 똑같이 나뉘어 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진의 경제지표가 모든 시민에게 지원금을 줘야 할 만큼 나쁘지 않다고 봤다. 530억 원을 모두 시비로 대는 만큼 재원 마련 방안과 경기 부양 효과를 먼저 따져야 하고, 소득과 피해 정도를 가리지 않는 일률 지급은 형평성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명절 전 지급이 민생에 꼭 필요하다며 의회에 조례안 승인을 요청했다.

부결 뒤에도 갈등은 이어졌다. 국민의힘 충남도당은 지난 8월 24일 성명을 내고 본회의 당시 방청석 소란과 관련해 시 집행부가 직능단체를 동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11월 정례회 예산 심사가 다음 관문

조례가 통과됐다고 곧바로 지원금이 나오는 건 아니다. 시는 지급계획을 세워 시의회에 보고한 뒤 다가오는 11월 정례회에 내년도 본예산안을 올려 530억 원을 편성할 계획이다. 의원들은 시가 내놓는 경제 지표와 분석자료를 보고 지급이 필요한지 다시 판단한다. 예산이 모두 반영될지는 정례회를 지켜봐야 한다.

김낙기 과장은 “국가 경제 지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오르고 있지만 소상공인 상가 공실률은 오히려 늘고 있다”며 “올여름 폭염으로 장사가 안 됐고, 대출은 어렵고 물가와 유가는 계속 올라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시는 내년 설 전 지급을 목표로 잡았다. 지원금을 모바일 당진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기 위해서는 농협과 지불카드 발급 협약을, 한국조폐공사와 모바일 상품권 협약을 맺어야 한다.읍면동 접수 창구에 배치할 인력도 뽑아야 한다.

정부 지원금처럼 카드사 창구로 신청을 나눠 받을 수 없는 점도 숙제다. 시는 속초시에 온라인 접수 시스템을 구축한 업체와 만나 도입을 검토했다. 온라인 접수가 되면 읍면동 창구에 몰리는 신청을 분산할 수 있다. 다만 시스템 구축에만 한 달 넘게 걸려 늦어도 내년 1월 초까지는 준비를 마쳐야 한다.

김낙기 과장은 “설 전은 시민들에게 돈이 가장 많이 필요한 때이고, 소상공인에게도 그때 돈이 풀려야 효과가 더 크다”라며 “조례안이 통과된 만큼 경제회복지원금 지원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