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산·이명자 대표
김종산·이명자 대표

수청동에 자리한 중화요리 전문점 ‘2nd 태화루’를 31년간 운영해온 김종산·이명자 대표가 지난 14일 가게 운영 을 마무리했다. 건강 악화로 영업을 내려놓게 된 이들은 영업 마지막 날 손님 들에게 짜장면과 짬뽕을 무료로 대접 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태화루라 는 상호는 새 운영자에게 이어져 같은 자리에서 계속 운영될 예정이다.

구터미널에서 수청동까지, ‘내 가게’ 꿈 이룬 세월

김종산 대표는 서산 출신으로 14살 때부터 중식업에 종사했다. 청년 시절 당진 구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태화루 에서 주방 실장으로 일하며 이명자 씨 를 만나 결혼했다. 7년 가까이 실장으 로 근무하며 자신만의 가게를 꿈꾸던 김 대표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태화루 대표가 그에게 가게 인수를 제안한 것이다.

자영업계획이 없던 이명자 대표는 가게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일요일 예 배인 주일성수를 함께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두 대표는 태화루를 인수 했고 영업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당시 에는 주말에 쉬는 가게들이 흔치 않다 보니 주변에서 그렇게 운영하면 망할거라는 우려가 쏟아지기도 했다”며 “다 행이 영업이나 매출에는 별 지장 없었 고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주셔 감사했 다”고 말했다.

구터미널 인근에서 대덕동 먹자골 목으로 이전해 약 7년간 가게를 운영 한 두 대표는 “내 건물에서 내 가게를 운영하고 싶다”는 새 목표를 갖게 됐다. 마침 현재 매장 자리가 매물로 나온 것 을 알게 되며 단 이틀 만에 계약을 체결 하고 건물을 인수했다. 두 대표는 평소 큰 투자를 꺼리는 신중한 성격이었지만 이 건물을 보자마자 ‘하느님이 주신 기 회’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렇게 지난 2013년 수청동으로 매장을 이전했다.

우여곡절 이겨내고 영업 이어가

수청동으로 이전하면서 부부는 배 달 운영을 중지했다. 이 대표는 “당시 배달기사를 5명까지 고용했는데 비 오 는 날이면 안전 때문에 걱정되는 등 여 러모로 신경이 많이 쓰였다”며 “중식집 이 배달을 안 한다니 주변에서 염려가 컸다”고 말했다.

수청동으로 이전한 매장의 개업을 일주일 정도 앞두고는 김 대표가 직접 배달에 나섰다가 오토바이 사고를 당 했다. 김 대표는 “정말 막막했지만 헤쳐 나가는 방법밖에 없었다”며 “허리 골절 로 인해 깁스와 보조기를 착용한 채 가 게 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가게를 운영하는 동안 어려 운 이웃을 위한 나눔도 이어왔다. 구터미널에서 영업할 때부터 한 달에 한 번 요양시설과 장애인시설을 찾아가 짜장 면을 대접했고 편부편모 가정과 조손 가정 등을 위한 식권을 마련해 행정복 지센터에 전달했다.

“이제는 건강이 먼저”

30년 넘게 태화루를 지탱해온 것은 김 대표의 성실함이었다. 그는 매일 새벽 5시 30분에 출근해 재료를 직접 손 질했고 대부분의 요리를 혼자 해냈다. 그러나 무거운 웍을 돌리고 칼질을 반 복하는 세월이 누적되면서 몸에 무리 가 왔고 팔꿈치 관절 수술을 해야했다.

4년 전에는 어깨 힘줄이 끊어지며 인공 관절 삽입 수술을 받았다. 그는 “수술한지 4년만에 어깨 통증이 심해져 재 검사를 받았다”며 “인공관절의 수명이 다 달아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어깨뼈 에 구멍을 뚫어 고정하는 방식이라 재 수술이나 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 다. 김 대표는 진통제를 복용하고 영업 을 이어갔고 영업일도 주 6일에서 5일 로 줄이며 영업을 이어가려했지만 호전 되지 않았다. 이에 지난 14일을 끝으로 운영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영업일 단골손님에게 받은 편지
마지막 영업일 단골손님에게 받은 편지

손님들의 배웅 속 마지막 인사

바로 문을 닫는 대신 손님들과 인사 를 나누고 싶었던 두 대표는 마지막 영 업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매장을 방 문하는 모든 손님에게 짜장면과 짬뽕 을 무료로 대접했다. 이 대표는 “오랜 단골손님들이 손편지와 꽃다발, 감사패 등을 전달해주셨고 악기를 들고 와 무 료 공연을 하고 교회에서 폐업 감사 예배를 열어주셨다”며 “손님들에게 인사 드리려고 마련한 자리인데 오히려 우리 가 더 많은 격려와 위로를 받았다”고 말 했다.

두 대표에게 태화루는 ‘자식 같은 곳’이다. 김 대표는 “어려운 상황에서 시 작해 이곳에서 청춘을 보냈고 자녀들 을 키웠다”며 “자식처럼 여긴 곳인 만 큼 운영을 내려놓으려니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이어 두 대표는 “손님들 의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에 31년동안 영업할 수 있었다”며 “우리 음식이 추억 속 음식으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덧붙 였다.

한편 두 대표가 운영을 내려놓은 뒤에도 태화루라는 이름은 이어진다. 새 운영자가 상호를 이어받아 같은 자리에 서 영업할 예정이다.

두 대표는 “앞으로 건강을 돌보며 가 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자 녀들의 가게 운영을 돕고 손주를 돌볼 예정”이라며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 인 생 2막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