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개정 농지법이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났다. 그사이 정부 “투기가 아니면 처분하지 않는다”고 재차 밝혔다. 농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땅을 뺏긴다”는 불안은 풀릴 길이 열렸다. 그러나 이 약속은 아직 법이 아니고, 고령 농민이 땅을 정리할 “나갈 문”은 여전히 좁다. 당진시대는 세 차례 기획 보도를 마무리하며 농민의 걱정과 정부의 답, 남은 과제를 정리했다.

“투기 아니면 처분 안 해”

출발은 대통령의 지시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농지관리 문제를 짚으며 사용실태 전수조사와 사후관리를 지시했다. 농지법 개정안은 5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6월 16일 법률 제21798호로 공포돼 지난 8월 28일 시행됐다.

7월 30일 나온 기본조사 결과는 농촌을 흔들었다. 조사 대상의 27%인 284만 필지가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됐고, 불법 임대차 의심이 21.1%로 가장 많았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의심 농지일 뿐 모두 불법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불안이 커지자 농식품부는 9월 16일 설명자료를 냈다. 중대한 위법이 아니면 1년의 자진 처분 기간을 먼저 주고, 성실히 농사지으면 처분명령을 3년 미룰 수 있어 곧바로 처분된다는 말은 오해라는 내용이다.

9월 21일 당정협의에서는 한발 더 나갔다. 당초 7월 31일이던 임대차 특별정비 기간을 11월 15일까지 늘렸고, 소유한 지 3년이 지난 농지는 이 기간에 농지은행 임대 위탁을 신청하면 보완조사 대상에서 빼고 임대차 위반으로 보지 않기로 했다. 절차를 밟지 않아 불법 상태로 남은 전용 시설도 1988년 이후 38년 만에 사후 양성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달 8일 발표는 “유예”를 “제외”로 바꿨다. 상속농지, 고령농·관행 임대차 농지, 종중·사찰·미등기 상속농지, 맹지·영농곤란 농지, 농업용 창고 같은 미허가시설 등 5개 유형을 처분 대상에서 빼는 특별조치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2~3년의 양성화 특례기간을 두고, 관행적 임대차는 이 기간에 서면계약을 맺으면 적법으로 인정하며, 미허가시설은 요건을 갖추면 사후 허가를 신청할 수 있게 한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농지은행 위탁 여부와 관계없이 (투기가 아닌 농지는) 처분이 진행되지 않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처분 대상은 명백한 투기와 중대한 위반으로 좁혔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농지를 취득한 뒤 방치하거나 임대한 경우(상속 제외), 시세차익을 노린 허위 영농계획서 제출과 지분 취득, 농업법인을 이용한 농지 쪼개기 매각 등이다. 여기에 농업진흥지역에 야영장이나 야적장 같은 비농업 시설을 불법으로 설치한 중대한 불법 전용도 처분 대상에 남았다.

국정감사 달군 “졸속” 공방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국회도 들끓었다. 지난달 7일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모두 현장 혼란과 준비 부족을 질타했고, 송 장관은 비경작 농지와 수도권 투기 농지 중심으로 조사하는 방안을 살펴보겠다며 추진 과정의 미흡함에 책임을 인정했다.

지난달 22일 종합국정감사에서도 공방은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그릇된 현실 인식과 부처의 준비 부족이 맞물린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했고, 송 장관은 투기와 관행적 위법을 나눠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풀겠다고 맞섰다.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투기 목적이 아닌 치유 가능한 위법은 처분하지 않느냐고 묻자 송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지난달 26일에는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농어민 간담회에서 원래 수도권 인근 투기 농지를 점검하려다 송 장관의 제안으로 전국 조사로 넓혔다며, 농지를 빼앗거나 불이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2월 국무회의에서 전수조사를 언급했다며 책임을 장관에게 돌린다고 비판했다. 송 장관은 이튿날 엑스(X)에 글을 올려 대통령 지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전체 농지의 소유·이용 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5월 국무회의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풀린 걱정, 남은 걱정

1회 기사에서 당진 농민들이 꺼낸 걱정을 정부의 답과 다시 맞춰 봤다.

먼저 “평생 일군 땅을 뺏긴다”는 걱정이다. 2회에서 짚었듯 농지은행에 맡겨도 소유권은 그대로 남는다. 여기에 정부가 투기가 아니면 처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상속받은 땅이나 고령으로 농사를 쉬는 땅은 처분 걱정을 덜게 됐다. 다만 특별조치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효력이 생긴다.

다음은 “도지”라 불리는 관행적 임대차다. 우강면 농민 A씨는 “도지를 못 짓게 되면 장만한 기계만 남는다”며 젊은 농부들이 무너질 것을 걱정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특례기간에 땅 주인과 실제 경작자가 서면계약을 맺어 적법한 임대차로 바꿀 수 있다.

고령 농민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출구 문제는 두 달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개정법은 처분명령을 받은 농지의 매수 청구가 들어오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한국농어촌공사가 예산 범위에서 해당 농지를 사들이도록 했다. 공사가 원칙적으로 사줘야 하는 농지는 이 경우뿐이고, 그마저 예산 범위 안에서다. 매입 가격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되 인근 실거래가가 더 낮으면 실거래가로 정한다.

예산도 부족하다. 송 장관은 공공임대용 농지 매입 예산을 올해 약 1조6000억 원에서 내년 정부안 약 2조 원으로 늘렸지만, 매입을 기다리는 물량을 고려하면 1조2000억 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지역 정치권의 해법은 갈렸다. 3회 서면 인터뷰에서 어기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당진)은 팔고 싶은 어르신들이 제때 팔 수 있게 올해 예산 국회에서 매입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겠다며, 공사 매입 가격 산정 방식 개선과 오래 농사지어 온 임차농의 우선권 제도화도 챙기겠다고 했다.

정용선 국민의힘 충남도당위원장은 당정 보완책을 “땜질식 처방”이라고 비판하며 특별조치법이 아니라 농지법을 고쳐야 한다고 했고, 상속농지 위탁 의무화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안으로는 인구소멸위기지역과 지방의 농업진흥지역 밖 농지는 자경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고령농은 땅을 강제로 팔게 하는 대신 농지연금과 경영이양직불금을 임대차와 연계해 소유권을 유지하며 은퇴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2028년 바뀌는 상속농지 규정도 따져 봤다. 개정법은 비농업인 상속인의 소유 상한(1만㎡)을 없애는 대신, 농사짓지 않는 상속인은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맡겨야만 땅을 빌려줄 수 있게 했다. 다만 부칙 제3조는 이 규정이 시행되기 전에 상속이나 이농으로 농지를 갖고 있던 사람에게는 종전 규정을 적용하도록 했다. 새 규정은 공포 후 2년이 지난 2028년 6월 17일 이후 새로 상속받거나 이농하는 경우부터 적용된다는 뜻이다. 이미 물려받은 땅을 이웃에게 빌려주고 있다면 2028년 이후에도 지금처럼 할 수 있다.

12월 국회가 분수령

당진의 전수조사도 막바지다. 1회 취재 당시 당진시 설명으로는 지역 내 조사 대상 11만6000여 필지 가운데 6만4000여 필지가 심층조사 대상으로 분류됐고, 약 3만 필지는 조사를 마쳤으며 나머지는 12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영빈 과장은 당시 “불법 전용 같은 경우가 아니면 이행강제금 단계까지 갈 필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조사에 대해서는 “그동안 없던 농지의 정확한 데이터를 구축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농민이 당장 챙길 일정도 있다. 임대차 특별정비 기간이 오는 15일 끝난다. 마감까지 2주가 채 남지 않았다. 말로만 땅을 빌려 농사짓고 있다면 이 기간에 서면 계약서를 쓰고 신고해 두는 게 좋다. 정비 기간 안에 서면 계약서를 작성해 읍면 사무소 등에 신고하면 임차인은 제3자에게도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최소 3년 이상 계약 기간을 보장받는다. 궁금한 점은 지난달 12일 문을 연 농식품부·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 전수조사 상담센터(☏1811-8852)’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 약속이 특별조치법에 얼마나 분명하게 담기느냐, 고령 농민이 제값에 땅을 정리할 출구가 마련되느냐에 당진 들녘의 내년이 달렸다.

■ 주요 팩트체크 포인트

“농지은행에 안 맡기면 전부 강제 처분된다?” → 거짓 (선택 사항)

- 농식품부는 농지은행 위탁은 농지 소유자의 자율적 선택 사항이며, 위탁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상속받은 농지도 무조건 팔아야 하나요?” → 사실 아님 (처분 제외)

- 상속받은 농지가 휴경 상태이거나 소유 상한을 초과하더라도, 투기 목적이 아닌 일반 상속 농지는 이번 조사 결과만으로 처분명령을 내리지 않고 특조법을 통해 제도적으로 구제합니다.

“적법 전환 특례는 무기한인가요?” → 사실 아님 (2~3년 한시 적용)

- 관행적 임대차의 서면화나 미허가 시설의 사후 전용허가 등은 특별조치법 유효기간(2~3년) 동안에만 한시적으로 신청·전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