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식
대호지구 조성토지 매각대금
상환기간 연장 대책위원회 위원장
“녹색혁명을 이룬 농부에게 이 봄도 희망으로 씨를 뿌리게 하십시오.”
농경사회에서는 먹고사는 문제가 생활의 중심에 있어 이식위천(以食爲天)이라 할만큼 식생활 해결이 큰일이었음이 그 시대를 살아오신 분들은 잘 기억될 것이다.
또한 그 시대는 대가족 제도에 자녀들을 많이 낳아 보통 다섯 자녀에서 최고 열다섯 자녀까지 두어 삼.사촌에서 당내 팔촌까지 모이면 엄청난 숫자의 친·인척 수였다.
그래서 새중에 가장 큰 새가 어떤 새냐? 종가집 큰며느리에 간택되자면 이정도의 물음에 『먹새(먹음새)』입니다. 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했고, 또 하나는 가장 넘기 어려운 고개는 어떤 고개냐? 라고 물을 때 『보릿고개』입니다. 라는 대답을 할 수 있어야 종가집의 큰며느리로서 종가 식구들의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가 있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 있고 구경거리가 많아도 배고프면 의미없다 하여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이 모든 수많은 말들이 식량난으로 배고픈 시절에 유행했던 말들이며 1960년대 군사혁명의 혁명공약에도 “시급한 민생고를 해결하고”라는 조항이 있다.
먹을 것이 너무나 풍성하고 호의호식하며 살아가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실감나지 않는 말이므로 쌀이 없어 굶고 배고픈 시절 이야기하면 “라면이라도 먹지” 왜 굶느냐고 반문하는 어처구니 없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처럼 곡식 낟알을 소중히 여겼고 특히 쌀은 더욱 소중히 여겼던 선조들의 생활을 반추하면서 쌀과 함께 맥을 이어온 우리 민족이 이 땅에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쌀이 천덕스런 존재로 푸대접을 받게되니 과연 이것이 잠시잠깐 한 순간에 불과할 것인가? 식생활 패턴이 영원히 바뀌는 것인가? 어느 누구도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해 그저 설왕설래할 뿐이다.
벌써 농촌의 불길한 조짐은 상승하는 물가 속에서 쌀값 12%이상 하락하고 농토 값은 급락해 매입자가 없고 후계세대를 이을 농촌의 젊은이들은 농촌을 떠나고 있으며 떠나도 별 수 없고 있어도 대책없는 중년과 노령층이 별 볼 일 없는 농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힘겨운 지탱을 할 수밖에 없다.
이제 입춘도 지나고 봄은 어김없이 찾아 왔는데 예전에 그 봄이 아니요 뻥 뚫리고 텅빈 냉랭한 이 봄을 어찌할 것인가?
거둘 것을 생각하며 씨를 뿌리고 부푼 꿈을 심는 새봄을 맞는 농부의 가슴이 기다림과 설레임이 아닌 늘어진 어깨와 긴 한숨 소리와 농부됨을 탓하는 독백을 오천만 사람들이여 들을지어다!
병사가 전쟁에 나갈 때 사기 충천하고 임전 태세가 완벽해도 승패를 낙관할 수 없는데 오천만의 먹거리를 의탁해야할 농군이 지금 이 지경에 있음을 배부른 여러분들은 알고 있는지. 공산품 수출을 위해 지금 농업은 희생당하고 있다. 그리고 농부는 실의와 좌절에 넘어져 있다.
고소득 군단들이 자기들의 기득을 위해 노사분규의 장을 메울 때마다 가슴아픈 분개를 머금으며 생존의 존폐위기에서도 의연히 살아가는 농부는 “애국자가 따로 있나 바로 농민이다”라고 자긍하고 있다.
비록 타 직종과 같이 지식으로, 지혜로, 권력으로, 특권으로 명예롭지 못하지만 인간의 생명을 보존하는 식량을 생산하는 업이야말로 만직업의 근본이 되는 생명 산업임을 주지하며 과연 이러한 농업을 멸시하고 폐업시키면 그 화는 바로 모든 직업과 연계됨을 경고한다.
이제 이 봄도 배고픔과 가난을 철통같이 물리치고 지킨 농군의 위업을 손상시키지 마시고 희망으로 씨를 뿌리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오천만인을 위해 먹고 남게 하지 않았는가. 수만의 직업의 근본이되는 업이 농업임을 모르는가. “農者天下之大本” 영원불멸의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