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다해 대접했더니 손님들이 편안하대요”

서울 도봉구에 사는 김승은(30세)씨는 여행을 하기 위해 장소를 고르던 중 서울에서 멀지 않은 당진을 선택하고 인터넷을 통해 석문면 장고항리 바닷가 근처의 민박집을 예약했다. 지난 1월30일 장고항 민박집에 도착한 김씨는 깜짝 놀랐다. 김씨가 생각한 민박집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머릿속으로 그린 민박집은 허름하고 좁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전통적인(?) 집이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김씨가 잡은 민박집은 집주인이 살고 있는 잘 지어진 일반가정집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묵을 방은 어지간한 모텔급 여관보다 시설이나 분위기에서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잘 꾸며져 있었다. 그녀는 참 잘 왔다는 생각에 만족스러워했다.

그 집은 바로 장고항2리 유재길(61)·권미자(55) 부부가 살고있는 ‘장고항 민박집’이다. 하지만 이 집이 좀 특별한 이유는 건물과 실내분위기가 다른 집들과 다르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주인의 정성어린 마음 때문이다.

“손님들이 편안함을 느끼면서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정성껏 대접하는 것뿐인데요, 뭘…”

살림을 꾸려나가는 안주인 권미자씨는 불쑥 찾아온 손님에게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장고항 민박집’ 유씨부부의 손님에게 베푸는 남다른 정성과 배려는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입 소문으로 아름아름 알려져 있다. 한번은 어떤 아들과 며느리가 중풍이 들어 거동이 불편한 노모와 함께 이 집에 머문 적이 있었다. 권씨는 동네의 다른 민박집에서는 외면하던 이 가족을 기꺼이 자신의 집으로 맞아들였다. 더구나 권씨는 그 노모가 화장실 다니는 일이 불편할 것 같다며 옛날 쓰던 요강을 깨끗이 닦아서 챙겨주었다.

권씨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장고항 앞 바다에서 건져낸 싱싱한 각종 해산물과 텃밭에서 기른 야채로 밥상을 차려준다. 여름철이면 찾아온 손님 가족들과 같이 어울려 놀이도 하면서 한 식구가 된다. 유씨 부부의 정감 어린 대접에 손님들은 마치 고향에 온 것 같다며 즐거워한단다. 이런 손님들은 단골손님이 되어 다시 올 때면 과일이며 유씨가 좋아하는 술등을 선물하기도 한다. 유씨 부부는 “돈버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손님들과 같이 어울리면서 즐겁게 살 수 있어 무엇보다 좋다”고 말한다.

유씨 부부가 민박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이다. 3년 전에 집을 새로 짓고 돈벌이뿐만 아니라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 뒤늦게 민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씨는 장고항에서 몇 대째 살아온 토박이지만 안주인 권씨는 서울이 고향이다. 서울서 직장을 다니다가 중매로 유씨와 결혼했다. 하지만 호미질 한번 안 해본 젊은 서울새댁의 농촌생활은 쉽지 않았다.

“가난과 고된 농사일에 정말 힘들었어요. 하지만 열심히 일하면서 작은 돈이라도 한푼 두푼 악착같이 모았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

번듯한 집이 없어 지금도 그대로 있는 마을회관 단칸방에서 살림을 하면서 살아온 권씨의 노력으로 작지만 땅과 집을 마련했다. 권씨는 젊어서부터 꿈이 하나 있었다. 집을 멋지게 꾸미고 살고 싶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녀는 그 꿈을 3년전에 이뤘다. 지금의 새 집을 지을 때 내부 설계를 권씨가 원하는 대로했다. 마당에 잔디를 깔고, 옛집에서부터 오랫동안 키워온 나무를 옮겨 심고, 화단을 꾸미고... 모두 그녀의 작품이다. 얼마 전에는 손님들이 옥상에 집을 한층 더 올리라는 권유로 조립식으로 멋진 2층집을 마련해 단체손님을 받고 있다.

집을 새로 짓는데 그동안 모아둔 돈을 다 썼다는 권씨는 다시 여유가 생기면 몇 년 뒤부터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나설 계획이다. 권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끔 농사지은 쌀로 떡을 만들어 고아원을 찾아가기도 했었지만 집을 새로 짓고 민박손님들을 받느라 그럴 여유가 없었다.

“나만 호강하면서 사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굶으면서 봉사활동을 할 수도 없구요. 몇 년 동안 열심히 벌어서 그 뒤부터는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일을 같이 하면서 남은 생을 보내려고 합니다.”

새 집 마련해 민박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됐다는 권씨는 이제 이웃을 도우면서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손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