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에 비가 오면

마당 가 꽃밭에서

작년에 못다 핀 꽃나무의 그림자들이

물에 젖은 머리칼을 풀어뜨리며

제 발등을 촉촉히 적셔 주고 있고

봄밤에 비가 오면

세상 모르고

잠 깊은 여자여

그대 풀빛으로 무르녹은 몸통을 뒤져

밤새도록 풀냄새를 맡아 봐야겠고

봄밤에 비가 오면

빗소리를 가차이 귀에 듣는

사람도 빗물처럼

흙 속으로 젖어들고

뿌리가 허옇게 내린 잠 좀 자야겠다

시인 서 정 춘

1941년 전남 순천 출생

순천 매산고등학교 졸업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편저 <시인의 돌 designtimesp=10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