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석
내 눈부신 젊은 날은
고욤나무 생감만큼 실로 떫었더니라
자그마치 나이 들고
섬뜩섬뜩 겁질도 잦아지면서
나이든 저승 나비
허깨비도 더러 보았지만
청천리 강물 앞
돌밭나루 큰 돌 앞에 눈인사를 하고
물 건너로 혼불처럼 날아간
저승 나비 눈치도 먼 발치로 보며
가까스로 그 돌 앞에
여물이 들더니라
이제는 기쁜 일로 천년을 살더라도
금이나 은같이는 빛나지 말자
눈먼 돌 귀먼 돌에
살붙이 혈육으로 접을 붙으면
캄캄한 그 안에서
모래알이 보이지
모래알을 적시는 물소리도 들리지
돌 속에
내 마음 놓아 버렸으니
서정춘 시집 '죽편' 中에서
- 시 소개해주는 남자: 정봉식(호서고 교사, 본지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