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가 다녀갔다.
들판을 지나면서 논에 피가 많다고 했다.
도농정국장이 다녀갔다.
역시 피사리를 역설했다.
군수는 긴급 읍면장회의를 열었다.
농심(農心)을 역설하며 피사리를 강조했다.
전 행정력을 집중하라고
읍면장은 긴급 이장회의를 열었다.
군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전달하면서
피없는 논 만들어보자고 외쳤다.
곧 마을마다 앰프를 통해 울려퍼졌다.
피를 말리자 피를 없애자 피사리 피사리...
그러나 주민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피사리 할만한 인력이 없었는지
공사장에서 일하는게 훨씬 나아서였는지
읍면사무소에서는 전 공무원을 피사리에 동원했다.
물장화를 신겨 노선별로 담당자를 정해
피사리에 나섰다.
일않던 공무원을 논으로 들여보내니 별일이 많다.
누구는 눈을 찔려 붕대를 하고
누구는 관절염이 재발했다 푸념을 한다.
정작 사무실에서는 공무원을 찾을 길이 없다.
주민은 무엇을 원할까.
손수 피사리 해주는 공무원들에게 고맙다 할까.
주민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논에 무성한 피를 그냥 놔두면 생산량이 줄어들어 피사리는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벼가 다 여문 상태에서 뒤늦게 피사리를 하는 것은 알곡을 떨어뜨려 수확에 더욱 지장을 주기 때문에 농민들은 때늦은 피사리를 피하고 있다.
이글은 농민의 정서나 입장은 아랑곳없이 윗사람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는 ‘공무원동원 피사리’의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본인의 간곡한 의사에 따라 성명은 생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