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록 한계있어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 찾아

편집자주 - 이 글은 지방자치 1년을 개혁적이고 모범적으로 헤쳐온 경남 남해군 김두관 군수의 자기진단서이다. 김두관 군수는 올해 나이 39세로 전국 최연소 단체장이며, 건실한 향토지로 전국에 알려진 「남해신문」의 초대 발행인이기도 했다.

이글은 지난 8월초 남해군에서 열린 '바른지역언론연대 제1차 경영세미나'에서 특별초청된 김두관 군수가 발표했던 원고로 본지는 그동안 지면관계 때문에 게재하지 못하다 더이상 미루면 뜻이 없을 것 같아 이번에 3면에 걸쳐 소개하기로 했다.

이글에는 민선군수가 부닥치게 되는 어려운 난관과 극복과정, 그리고 그 원동력이 되는 것들이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나타나 있어 행정기관이나 주민모두에게 지방자치 완성을 위해 서로의 이해를 좁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이글을 게재한다.

부분적으로 우리군의 현실과 다를 수도 있으나 다른 특별한 의도가 없으므로 이해바라며 전문을 게재한다.

365일이면 나를 군수로 선택해 준 지역주민들 앞에 서서 과연 무엇을 했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차분히 들어보기에 충분한 세월이다. 처음 취임했을 때 생각했던 대로 주민들의 기대가 컸고 그만큼 말도 많았다. 두달정도 지나니까 잘 못한다고, 해놓은 일이 뭐가 있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기대가 많아서일테니까 그런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최소한 1년은 지나서 잘잘못을 따져야 하는 것 아니냐’하는 야속한 생각도 들었다. 이제 그 1년이 지났다.

우리나라 자치제도는 아직 제도적인 틀이 완벽하지 못하다고 본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자치단체가 돈이 없다. 군단위는 너무 돈이 없다. 남해군의 재정자립도는 겨우 14.4%다. 자체 수입으로는 직원들 인건비도 줄 수가 없다. 재정에서는 거의 완벽하게 중앙정부의 통제가 가능한 자치단체인 셈이다.

단체장 권한 역시 제약이 많다. 단체장이 지역실정에 맞게 업무를 분장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내부조직에 대한 조직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법에는 자치단체가 조직을 지역실정에 맞게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별로 없다. 인사권도 한계가 있다. 단체장이 공무원의 숫자를 줄이거나 늘릴 수도 없다. 조례를 만들고 싶어도 법령의 범위안에서만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한 일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가 두려워서 변명하는 말은 아니다. 비록 한계가 있지만 재량권도 있고 작은 자치단체를 주민과 함께 다른 자치단체보다 잘 사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많다.

봉사하는 행정, 참여하는 행정, 깨끗한 행정이 목표

초대 민선단체장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쉬운 말이지만 실천이 어려운 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발전과 지역발전을 위해 제도적인 문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지역주민이 지자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초대 민선단체장에게 맡겨진 임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임무에 과연 충실했던 1년이었는지는 뒷날 지자제의 주인인 주민들이 판단해 줄 것이다.

취임한 후 주민들에게 봉사하는 행정, 주민을 주인으로 참여시키는 행정, 그리고 부정비리와 부실공사가 없는 깨끗한 행정을 정착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 기반을 닦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권의주의와 무사안일, 부정부패가 없어져야 했다. 이것이 관광개발, 농어민 소득증대, 경영수익사업등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주는 행정을 펴기위한 전제조건이라 판단했다. 주민과 행정이 함께 나서서 단결된 자세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기틀이 필요했다.

나는 선거 때 3년뒤에 남해군 공무원은 모두 깨끗하다는 소리를 듣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제일 먼저 추석을 앞두고 공직자가 지나친 선물을 주고 받는 행위를 일절 금지하도록 하고 지방지 주재기자들에게 음성적으로 지급해 왔던 촌지 지급도 중단토록 했다. 그러나 깨끗한 행정을 위한 조치라 생각하고 추진한 주재기자문제는 예상밖으로 쟁점이 되고 말았다.

그동안 지방지 주재기자들은 행정기관과 사이가 좋았다. 지방자치단체의 활동과 비리사실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해야 할 지방지 주재기자들이 촌지를 받아가는 관행이 계속되어 온 것이다. 주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그래서 비판과 폭로가 필요한 내용은 밀실거래로 알려지지 않는 대신, 공보실에서 만들어 주는 홍보기사만 나가고 간혹 시시콜콜한 단체장의 동정을 실어주고 사례비를 받아갔던 것이다. 문제가 있는 기사는 안싣는 조건으로 돈을 받고, 홍보성 기사는 홍보를 해줬다고 사례를 받는 실정이었다.

촌지 지급중단을 지시한 데 이어 나는 농어촌지 예산(농민계도용 신문구독료) 지원중단, 기자실 폐쇄도 단행했다.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말렸다. 다음 선거를 위해서도 참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이 뽑은 단체장이 선거에 신경쓰지 않는다? 그 말은 대개 정치적인 말, 거짓말일 경우가 많다. 나도 솔직히 신경 쓰인다. 그러나 개인의 인기를 위해 불의와 부정을 눈감아 준다면 일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선거 때 주민들이 표도 안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책을 집행하다 보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만 주민들이 반대하는 일도 있다. 이해와 설득을 통해 모두 공감하는 일을 해야 하지만 주민들이 이해하지 않더라도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 강행해야 하는 것이다. 쓰레기장 설치를 반대한다고 해서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릴 수는 없는 문제였다.

말이 좀 빗나간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주재기자문제가 남해 뿐만 아니라 지자제시대 전국 어느 단체장이나 겪고 있는 문제, 언젠가 누군가는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라고 보고 밀어부쳤다. 예상대로 촌지근절을 지시한 시점으로부터 6개월이상, 나는 지방지와의 ‘싸움(?)’을 했다. 2개월동안 무려 3백개 이상의 기사가 매일 쏟아졌다. 겁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발생한 사건은 남해군의 조치가 지자제 발전을 위해 매우 필요한 일이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경기도에서 시작된 농어촌지 보급 예산횡령사건나 이웃 사천시의 촌지사건등 여러 곳에서 주재기자 비리사건이 터졌다. 얼마전에는 한 중소기업이 주재기자들의 뇌물요구에 못이겨 부도가 났다는 웃지못할 사건까지 일어났다. 남해군에서도 민선시대 이전에 주재기자들에게 예산을 전용해 정기적으로 촌지를 지급했던 사실이 자체 감사결과 밝혀졌다. 지방언론의 개혁은 지방자치발전을 위한 우리의 과제로 등장한 셈이다.

촌지근절 지시가 내려진 며칠 뒤 나는 주재기자실 운영문제를 개선하기로 결정했다. 군청안에 있는 주재기자실을 없애고 정례 브리핑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나도록 브리핑을 받겠다고 나서는 주재기자는 없다. 경남 부산권 지방지에 남해군 기사는 거의 안 나간다. 물론 군수동정기사도 없다. 가끔 남해군에 안좋은 일이 생겼을 때는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나간다. 아직도 냉랭한 관계지만 언론과 행정은 이런 관계가 서로 도움이 된다.

언론과 행정은 일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서로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 공무원은 군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언론은 행정에 문제는 없는지 비판견제하고 여론을 수렴해서 대안을 제시하는 관계가 되어야 지방자치가 산다. 서로 봐주면 주민만 피해를 본다. 민선단체장은 기자를 보고 일하지 않는다. 주민을 보고 일한다. 이것이 자치시대에 달라진 매우 중요한 일중에 하나다. 이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

촌지근절, 주재기자실 폐쇄로 지방언론 개혁단행

취임하자 마자 군청 정문앞에 있는 군수관사를 철거한 것은 모든 행정이 주민 우선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서 내린 조치였다. 다소 상반된 의견이 있기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환영했다. 앞으로 단체장이 누가 되던 그 지역사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외지에서 살다가 들어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좁은 군청을 막고 있는 관사에 사는 것은 아무래도 너무 권위적이다. 임명군수 때는 관사가 필요했을지 모르지만 지방자치시대에는 굳이 군수관사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유권자에게 공약을 하고 단체장이 된 사람들은 자신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과 뜻을 같이하고 정책개발과 공약사업을 추진할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주민 10만이하의 자치단체장이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 정책보좌관은 6급 1명밖에 없다. 소신을 펴기에 어려운 조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기존 관료출신 단체장보다 관료 경험이 없는 단체장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더 느끼고 있다.

자신을 보좌할 참모수가 적다면 조직의 모양새를 바꿔 인사를 하는 방법이 있다. 그래서 나는 취임 이후 바로 조직개편에 착수했다.

남해군이 지방자치시대에 맞는 행정조직개편을 위해 조직진단반을 꾸리고 작업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한달동안 연구를 한뒤 경상남도와 협의해서 개편안을 확정했다. 오랜 세월동안 우리나라 지방행정조직은 상급기관의 지시와 명령에 따라 움직여왔다. 행정기구를 지역사정에 맞추려는 노력을 할 필요도 없었고 자치단체 차원에서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는 기능을 추가하지 않아도 되었고 추가할 수도 없었다.

남해군의 개편안은 군수직속의 정책감사실 신설, 특색있는 관광개발을 위한 문화관광과 신설, 농어민 소득향상을 위한 산업과의 확대개편이 특징이었다.

정책감사실에는 감사평가계, 정책공보계, 민원처리계를 두었다. 자치단체 스스로 환경과 복지, 지역개발, 지역사회내의 갈등조정, 경영수익사업시행등 대폭 늘어난 행정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군수가 직접 정책개발과 공보, 감사, 민원관리 기능을 챙겨야 한다고 보았다.

새로운 경영수익사업과 정책개발을 통해 자치단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을 개발하는 부서가 필요하다. 정책공보계는 자치행정에 주민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주민대표와 전문가, 공무원으로 구성되는 「2000 기획단」운영을 담당할 전담부서였다. 감사계의 위상을 강화해서 내무과에서 정책감사실로 옮겼다. 민원처리계를 직속기관으로 한 것으로 군민에게 보다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민원은 행정의 잘잘못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여론인 셈이다. 자치시대에는 민원을 철저하게 관리해서 주민의 여론에 맞게 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고 보고 조직개편을 했다.

당시 남해군의 개편안은 부서의 신설과 통폐합을 통해 지역실정에 맞는 자치행정 조직을 만들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개편안은 무산됐다. 군의회가 반대한 것이다, 군에서 충분한 준비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런 비판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주민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도와주지 않으면 성공하기가 힘든 법인데 주재 기자들과 다투느라 주민들에게 조직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설득하는 활동이 부족했던 것이다. 남해 「2000기획단」조례도 이 조례와 함께 통과가 보류되었다. 그러나 이번 반대에 결정적인 힘을 발휘한 것은 아무래도 주재기자들이었다. 군의회와 단체장 사이를 벌려 놓는 일에 총동원된 것이다. 허위 과장 보도를 일삼아 서로 오해하도록 만들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이렇다. 군의회에 나가 「2000 기획단」 기획위원 인적 구성에 대해 말하면서 “모양새만 갖추는 위원회가 되지 않도록 하기위해 실제로 일을 할 수 있는 젊은 사람 위주로 구성하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신문에는 “남해군, 40대 이상은 가라”는 제목으로 “군수가 지역사회를 두동강 내려한다”고 보도됐다. 주재기자들은 조직개편안과 「2000 기획단」이 통과되면 군수의 힘이 강화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2000 기획단」 조례는 1996년 1월 군의회에서 수정 발의를 하는 방식으로 확정됐다. 그러나 조직 개편은 올해의 과제로 넘겨졌다. 남해군은 지난해 조직개편 내용을 뼈대로 6개월정도 세부조직 진단을 다시하고 주민 여론 수렴 과정을 밟은 뒤 올 12월쯤 전면적인 조직개편을 할 계획이다.

그러나 비록 무산되긴 했지만 주민들은 지난해 남해군의 조직개편방향이 자치시대에 맞는 합리적인 내용이라고 수긍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감사결과 전면공개로 비리재발 방지

경상남도는 올 1월 조직개편을 했다. 감사실에 계를 하나 더 신설해 감사기능을 강화했다. 관광사업의 발전을 위해 문화관광국을 신설했다. 또 올해 5월부터 기존 기획실을 정책감사실로 바꿨다. 그리고 정책감사실장의 직급을 4~5급 복수 직급으로 했다. 정책감사실장에 4급 서기관을 임용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이것은 정책개발 기능의 중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내무과의 감사계를 옮겨와 감사 기능도 강화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조직 개편에 나서는 바람에 지방지 주재기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군의회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그 내용이 자치시대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감사기능을 강화하면 공무원들의 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다. 그러나 원래 감사란 사전예방이 더 중요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적법성을 따져 처벌하는 감사보다는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미리 없애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그리고 추진한 사업을 평가하는 정책감사기능이 강조되어야 하는 것이다. 남해군은 올해부터 그동안 공개를 꺼려했던 감사결과를 전면적으로 공개하는 감사 결과 전면공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언론이나 지역주민이 요구할 때 감사 결과 나타난 모든 내용을 공개해서 비리 사실의 재발을 막고 있다. 요구하지 않아도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비록 개인의 신상에 관계된 문제라 할지라도 그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는 일이라면 지체없이 공개된다.

주민 감사 요청제도 도입했다. 이것은 주민들이 부당한 행정처분이나 금품 수수 부실공사 등 비리사실을 알고 감사를 요청하면 군 감사계가 즉시 감사에 착수하는 제도다. 또한 부실 공사 방지를 위해 남해군은 대대적인 공사 현장 확인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부실 시공이 계속되는 이유는 뻔하다. 설계대로 시공하는데 쓰여야 할 돈이 다른 용도로 쓰이기 때문이다. 부실시공을 막기 위해서는 공정마다 확인해서 설계대로 시공토록 해 떡값이 필요없도록 만드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해군은 없는 예산이지만 1천3백만원을 들여 코아기, 압축강도기 등 건축공사 점검 기계를 구입했고 부실공사 방지 대책을 수립, 감사계에 토목직을 두고 준공 검사때는 반드시 입회하도록 했다.

특히 부실시공을 막기위해 그 공사에 이해가 있는 주민들이 직접 감독을 하는 주민 감독관제도 운영하고 있다.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전에는 감독관을 임명해도 무엇을 감독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우리는 주민 감독관이 위촉되면 무엇을 감독해야 할 지 알려준다. 어려운 건축 용어 대신 누구나 알아듣기 쉬운 말로 주민 설명회를 개최하고 공사를 감시하도록 한 것이다.

예전에 보기 힘들게 공사현장 감사가 계속되자 많은 건축업자들이 군청을 방문해 공사하기가 힘들다며 하소연 했다. 제대로 시공하려면 공사비가 적다는 것이었다. 나는 시간이 지나면 모두 이해할 것이라 믿는다. 당장 어려움이 있더라도 설계대로 시공하는 관행을 정착시켜 나간다면 깨끗한 건축 행정, 부실 시공 없는 남해군이 될 것이다. 이미 부실공사는 눈에 띄게 사라졌고, 건축업자들도 남해군의 정책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취임뒤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성과 중의 하나가 부실 공사 예방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방자치는 주민 참여로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취임 이후 주민 참여를 제도화시키기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잘된 일이 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전국 자치 단체에서 이 제도에 대해 자료를 가져간 곳이 30곳이 넘는다. 이 제도는 주민의 자치 의식을 높이고 자치 행정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마련했다.

은 공청회나 설명회가 아니다. 공청회는 여론만 수렴한다. 설명회는 설명만 한다. 결정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민원 법정은 결정을 한다. 주민대표와 전문가, 공무원이 배심원으로 참여해서 결론을 내리고 바로 시행한다. 행정에 대한 결정 권한을 주민과 전문가에게 3분의 2정도 돌려준 것이다. 민원 법정에 상정할 수 있는 민원은 집단민원이나 고질 민원으로 인한 행정과 주민과의 갈등, 집단과 집단의 갈등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민원, 군민의 관심이 집중된 공익 사업에 대한 인허가등으로 행정이나 주민 어느 한쪽에서 요구하면 열린다.

결정내리는 「민원공개법정」 성공적 운영

첫 민원법정은 지난해 12월14일, 그동안 쟁점이 되었던 복곡 마을버스 운행 허가와 관련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열었다. 그날 배심원들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보광운수를 사업자로 선정했다. 첫 민원공개 법정은 성공리에 끝났다. 복곡 마을버스는 그동안 불법적으로 운행되어 왔는데 운행 구간이 관광지이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 의지가 확실한 사람을 선정해야 했던 것이다.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던 3명의 업자가 배심원들의 결정에 승복하기로 하고 4시간 동안 사업 계획에 대한 확인과 담당 공무원의 질의 답변을 통해 자신들이 사업자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배심원들이 최종적으로 내린 결정에 민원인들은 모두 승복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객관적인 자료에 기초해 누가 과연 관광 남해의 위상을 높이는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가장 잘 되어 있는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자리를 마련하기 전에는 모두 자신이 가장 적임자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18일에는 2차 민원법정을 열었다. 어장성이 없어 양식이 거의 안되는 곳에 있는 어장을 양식이 되는 곳으로 이전하려고 하는데 이설 신청지역이 가장 좋은 자리 몇군데에 몰려 있었다. 우리는 객관적인 기준을 정했다. 이설하려고 하는 어장 말고 또 다른 양식장을 더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점수를 적게 주고 어장성이 없는 어장을 오래 갖고 있어 피해가 컸던 사람은 배점을 높게 하는등 6가지 기준을 정하고 배심원들이 점수를 매겨 이설 위치 선택에 우선순위를 정해 해결했다.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그리고 옛날 같으면 당연히 들려야 할 말, 누가 좋은 자리에 가려고 뇌물을 썼느니 하는 말도 들리지 않았다.

처음 이제도를 도입할 때는 걱정을 많이 했다. 인기행정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을까, 또는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행결과 자치시대에 걸맞는 행정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중요민원을 단체장이나 담당공무원이 밀실에서 결정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결정함으로써 로비나 뇌물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했다는 데 또다른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들었다.

인사 행정은 남해군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역점을 두었다. 능력있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표가 나지 않지만 민선 2기, 3기가 지나면 자치 단체간에 격차가 많이 벌어질 것이다.

도·농 복합시가 있다. 농촌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단체장이 중개를 해서 도시 아파트 단지 사람들이 직거래로 팔아준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유통단계가 줄어 수입이 많다. 군 단위는 직거래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어렵다. 농정의 중심을 중앙정부가 갖고 있기 때문에 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 뒤진다. 살아남으려면 창의성과 헌신성이 공무원의 기본 덕목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취임 이후 첫 인사는 10월4일에 했다. 연공서열을 안전히 무시할 수는 없어 많이 참고했다. 그러나 나름대로 능력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남해군에서 지난 4월에 벚꽃축제를 처음 개최했다. 벚꽃이 많고 아름답기로는 남해 말고도 여러군데가 있다. 벚꽃만 가지고는 차별화를 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우리는 번지점프를 끌어 들였다.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최초의 브리지 번지점프. 우리는 이것을 이용해 관광 남해를 전국에 알릴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전국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군단위 지방축제가 성공할 수 있을지 많이 걱정했다. 그러나 우리는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관광객도 많이 왔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공무원들이 창의적인 자세로 열심히 하면 우리도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이제 단체장들도 전국적인 단위의 협의회를 구성해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의견도 교환하고 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본다.

비판 두려워 않는 소신행정 펴야

나는 취임이후 불법어업인 소형 기선 저인망 어업을 하는 많은 어민들의 건의를 받았다. “단속해서 처벌하는 수산 행정만 할 것이 아니라 어민들의 살길을 열어주는 행정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어업권 허가를 내주고 싶어도 도에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신규 면허도 제한하고 있다. 수산업법에도 제약이 많다. 일제시대에 소수 일본 어장 주인이 영원히 공유수면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수산업법이 아직도 건재하다. 대형 양식업자들은 많은 돈을 버는 반면, 영세어민들은 살길이 막막하다. 수산업법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 개정은 몇몇 군에서 요구한다고 해서 되지 않는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자치단체끼리 힘을 모아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마늘값이 폭락하고 있다. 이 문제도 주산지 단체장들이 힘을 모으면 완벽하게는 해결하기 힘들겠지만 어느 정도 성과는 거둘 수 있다고 본다. 지난 5월10일 남해군에서 마늘값 안정을 위해 주산지 군수 10명이 모여 공동대책 협의회를 만들었다. 앞으로 출하와 생산을 조정하고 공동으로 마늘 가공 식품을 개발하고 가공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시킬 것이다. 정부에 마늘 하한가를 1천4백원으로 올려 달라고 건의도 할 것이다.

주민 여론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단체장의 의견이 법과 제도개선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국민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가 민주 정치이니까 당연한 것이다.

비판을 두려워 한다면 발전이 없다. 남은 임기도 주민의 비판을 겸허히 수렴하면서 지낼 것이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하나하나 채워 나가면서 지역주민에게 이익을 주는 정책을 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