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좋은 당진쌀, 전국평균값에 수매하기도 억울한데···

이게 농민의 뜻이라면...

작년에 처음 수매물량을 반납한 데 이어 올해 30%에 이르는 수매량을 반납함으로써 당진군은 추곡수매사상 가장 낮은 수매량과 수매율을 기록했다. 게다가 농협차액수매분 45만가마는 아예 배정받지도 못해 예년 수매량 전체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했다. 각 농협의 보관창고는 썰렁하기 그지없고 거액을 투자한 보관창고도 올해는 보관료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도내의 농업관련 모든 실적에서 언제나 1위 자리를 고수해온 당진은 미질과 농민의 자존심이 높은만큼 시중 쌀값보다 낮은 수매가로 수매하는데 어려움이 이미 예상됐으나 정작이 뜻밖의 결과에 초연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

특히 수십년동안 추곡수매를 치러봤어도 ‘이런 경우는 난생 처음’이라는 군청 산업과에서는 당황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농민들의 심사를 충분히 공감하는 듯 ‘이게 농민의 뜻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납한 곳 당진·태안 두곳 뿐

이런 현실파괴(?)로 나타난 농민의 뜻은 어떤 것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비현실적인 수매제도에 대한 도전이다. 군 농민회의 한 전직간부 허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과거의 정부들은 경제성장의 도구로써 쌀값을 싸게 한뒤 근로자에게 저임금을 주었습니다. 또한 거기서 비롯되는 농민의 불만을 해소하기위해 ‘이중곡가제’로 시중쌀값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이는 추곡수매를 실시해 왔던 것이죠. 그러나 그것이 생산비를 보장해주지 않았던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쌀값이 추곡수매가를 훨씬 넘어선 뒤에도 온갖 논리로 수매가를 묶어왔다는 거죠. 이런 수매기피현상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당초 수매마감예정일이었던 12월 10일까지도 군내 수매율은 60%를 넘지 못했다. 군은 충남도에 간곡히 이야기해 수매기간을 13일까지 3일간 더 연장해야만 했다.

그렇게 높인 수매율이 71.8%. 기간내에 배정량을 다 채우지 못한 곳은 도내에서 당진과 태안 두군데 뿐이었으며 다른 곳에서는 오히려 더 배정하라고 야단이었다.

전국 최고의 쌀 헐값에 못판다

수매문제가 전국적인 사안이면서도 당진에서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우리지역이 고급미작지대이기 때문이다. 합덕, 우강을 중심으로 높은 미질을 자랑하는 당진은 전부터 전국의 모든 벼에 대해 일괄적으로 가격이 책정되는 수매제도에 불만을 나타내왔다. 그런데 일반쌀값보다도 더 낮은 수매가에 팔자니 문제가 클 수밖에 없었다.

◇···한 예로 우강면 신촌리에서 4만5천평의 큰 벼농사를 짓고 있는 조모(30세)씨는 올해 소출한 3천가마의 쌀을 자신의 창고에 아직까지 그대로 쌓아놓고 있다. 1년내내 어머니와 함께 땀흘려 농사지어 거둬들인 쌀을, 게다가 질좋은 당진쌀을 시중쌀값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넘기고 싶지 않았다. 세상이 변했어도 허구헌날 똑같은 농사꾼의 처지에 울화가 치밀었고 가격도 모른채 생산물을 내놓는다는 게 너무 자존심이 상했다. ‘생산자가 자기가 생산한 생산물의 가격을 결정하지 못하고, 가격도 모르고 팔아야 한다는 것은 억울한 일’이었다.···◇

군내 농민들은 그동안 물가인상율을 감안해 수매가 13%인상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수매기간동안 ‘수매가동결’ ‘3%인상’등 입장을 번복해온 정부는 마치 생색이나 내듯이 ‘4%인상’에 합의했다.

“4%인상요? 시중쌀값이 6만7천원인데 13%인상해봐야 5만4천원이예요. 그런데 4%인상이라니 이게 농민을 생산자로 취급하는 겁니까?”

농민회 사무국장 이종현씨의 말이다.

빚도 갚아야하고 건조 어렵고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일반농가들은 12월에 돈이 급하기 마련이다. 부채상환기간이 12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확정되지 않은 수매가 때문에 골치를 썩히느니 빨리 가격이 높은 도정공장에 팔게 된다.

농민들이 최근 수매를 기피하는 또 한가지 이유는 건조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수매벼 건조기준을 15%로 정했는데 이는 그동안 정부비축미 비축기간이 3~5년이었기 때문에 장기보관을 위해 정해놓은 기준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비축미가 바닥나 수매벼가 대부분 그해에 빠져나가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기준이 바뀌지 않아 농가들은 수분함유 16~16.5% 정도인 가을벼를 수확한 뒤 다시 건조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에 비해 17%를 기준으로 하는 도정공장에 넘기는 일은 훨씬 수월해 보이는 것이다.

가격예시제, 해결책될까?

어쨌든 올해의 심한 파국을 거치면서 정부는 내년부터 가격을 미리 예시해 수매희망량을 접수하고 30~50%의 선도금을 주어 약정수매하는 「가격예시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농민들은 근본적인 대책없는 안이한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많은 물량을 반납한 당진군은 내년도 수매량 배정에서 올해보다 훨씬 불리한 여건에 놓일 가능성이 많아 군당국에서는 이래저래 걱정이 태산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