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된 지역문화 우리가 일구어 낸다
* 도서대출사업, 문화프로그램 다양해
* 전 군민 등반대회도 개최
「책마당」. 얼핏들으면 도서대여점 아닌가 하는 생각부터 든다. 그러나 「책마당」은 예산에 있는 민간단체의 이름이다. 물론 「책마당」엔 책이 많다. 그리고 일정액의 가입비와 월회비를 납부하면 책을 대출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책마당」사업의 일부분이다.
예산 구터미널 앞. 「책마당」은 공동대표인 박상균(36세)씨가 운영하는 한의원 건물 3층에 위치해 있다. 출입계단 벽면엔 각종 문화 프로그램을 알리는 포스터가 여러개 부착돼 있다. 총 60여평의 책마당 사무실엔 4천5백여권의 장서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고, 칠판에는 요일별로 각 소모임의 일정이 적혀있다.
사무실 한켠, 「열린사랑」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문을 열면 작은 무대와 조명시설까지 갖춘 30여평의 공연장도 있다. 이곳에서는 매일 각 소모임들의 모임과 풍물강습등이 열리고, 일년에 몇 차례씩 지역의 연극인들과 아마츄어 가수들이 작품을 발표하기도 한다. 사진전, 시화전등도 풍성하게 열린다.
도서대출사업외 문화프로그램 다양
도서문화 열린공간 책마당(이하 책마당)은 예산지역의 문화·시민운동단체이다.
예산출신으로 예산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뭔가 지역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이 없을까를 고민한 끝에 「책마당」을 만들게 됐다.
책마당의 이름은 도서·이론을 의하는 ‘책’과 프로그램·실천적 공간을 의미하는 ‘마당’의 합성어이다. 「책마당」의 목표는 참된 지역문화를 창출한다는 것. 개인적이고 소비적인 문화가 아닌 공동체적이고 생산적인 문화를 통해 건전한 지역사회를 일구어 내자는 데 뜻을 같이 하였던 것이다.
올해로 창립 5주년을 맞는 「책마당」은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의 사업들을 전개해 왔다. 창립초기엔 도서대출이 사업이 가장 활발했다.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히고, 함께 토론하는 가운데 민주적이고 건강한 의식이 싹트리라는 것이 도서대출사업의 취지였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았다. 뜻있는 사람들로부터 3천여권의 책을 기증받아 시작한 도서대출사업은 한때 2천여명의 회원이 등록, 하루 130여권의 책이 대출되는등 대단한 호응을 얻었으며, 「책마당」의 존재를 알리고 지지기반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현재 이 도서대출사업은 책마당의 도서모임 ‘알’에서 맡고 있다.
「책마당」은 이 사업외에도 지역민들의 잠재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도시의 문화집중현상으로 인한 소외감을 해소시키기 위한 여러가지 문화사업을 벌였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안치환·김광석 초청공연을 유치했고, 지난해엔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초청하기도 했다.
또한 활자보다는 영상을 선호하는 변화된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의 취향에 발맞춰 영화감상회와 영상음악회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매년 두차례씩 예산군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등반대회를 개최해 공동체 훈련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책마당」의 뿌리, 소모임활동들
이러한 「책마당」의 굵직한 사업들이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책마당을 지탱하는 뿌리인 각 소모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예산지역 뿐만이 아니라 몇차례 매스컴을 타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풍물패 ‘아사달’은 매주 화요일마다 풍물강습을 실시하고, 여러기관이나 학교에서 강습을 의뢰해 오는등 폭넓은 활동영역을 구축해 왔다.
도서모임 ‘알’은 매주 수요일에 모여 독서토론회를 열고 있으며 도서대출사업과 신간 도서구입등 도서관리를 맡고 있다.
환경문제를 연구하고 직접 아파트, 학교를 돌아다니며 생활환경운동을 홍보하는 ‘녹색친구들’은 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이끌어 가고 있다.
이외에도 시창작 모임인 ‘시쪾샘’, ‘대금사랑’, ‘열린대학’이 책마당 사업의 내용을 풍부하고 실속있게 채워주고 있는 소모임들이며 자격 제한없이 누구나 이 모임들에 참여할 수 있다.
고교생 모임인‘그림자 밝기’는 매주 토요일에 모여 시사·생활문제를 토론하고 격월간으로 지역문화재 답사를 가기도 하며 자체적으로 신문을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고 한다.
국민학생부터 주부들까지 그야말로 연령제한없이 참여하고 있는 서예와 영어교실도 지난해말부터 열리고 있다.
지자제·문화·환경정책 공청회 계획
새로운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운다는 것은 정성과 헌신적인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책마당」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지역민들의 친근한 공간으로 자리잡게 된데에는 「책마당」을 세우고 이끌어온 7명의 운영위원들의 일사불란한 지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 공동대표인 박상균(36세), 강윤모(36세)씨를 비롯, 창립초기부터 실무를 맡아오고 있는 우진영(33세) 사무국장, 그리고 이환수, 윤세부, 김영숙씨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87년 이후부터 ‘목요모임’이라는 모임속에서 지역의 민주적 발전을 고민해 왔고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친 끝에 90년 9월 1일 「책마당」을 창립하기에 이르렀다.
우진영 사무국장은 “다년간의 사회생활을 통해 실천적 측면에서 월등한 분들과 이론에 강한 분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협심했기 때문에 책마당 사업이 힘있게 진행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책마당이 다양한 문화프로그램과 소모임의 활성화로 지역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채워주고 색다른 문화운동을 일구어 나가고 있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 그는. 그러나 “책마당이 시민운동단체로써 지역사회내 올바른 여론을 형성해 내는 데엔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하기도. 그는 “문화적 욕구를 채워주고, 친목을 도모하는 데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지역사회를 건설하는데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것”이라고 덧붙인다.
이런 의미에서 「책마당」은 올 자자제 선거에 형식적인 중립보다는 후보공청회를 통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주민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국적불명의 문화가 판치는 세대에 우리문화, 우리지역의 문화는 ‘이것이다’라고 제시해 준 것만으로도 「책마당」은 적지 않은 일을 해온 셈이다. 그러나 이에 만족할 수만은 없는 까닭은 「책마당」이 추구하고 있는 우리의 문화는 뚜렷한 지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함께 어우러지는 속에서 사소한 차이, 서로 다른 생각을 뛰어넘어 공동체 사회를 이루어간다는 것이다. 「책마당」은 그러한 사회를 꿈꾸어왔고 이후에도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실천으로 ‘더디가도 지역민들과 함께’ 목표를 향해 정진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