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말라 하네요 내게 묻지 말라고.

아직은 바람에 바스락 바스락

겨우내 바싹 마른 가슴만

흔들고 선 나무 하나

오늘 덧창문 왈칵 열며

쏟아지는 이 봄기운이

겨울 어느 거리에서

사람들의 쓸쓸함을 벗하다

돌아갈 곳 없어 오늘

돌아서는 바람인지,

그 길었던 겨울 어느 밤

웬일로 잠못든 가슴 흰 복판에

떠돌다 떠돌다 여태도 잠못들고

마지막 혼신으로 밤을 넘는 바람인지,

행여 이 바람

어느 누구의 가슴에서 일어

어느 누구의 가슴에게로 가는 긴 말은 아닌지.

묻지 말라 하네요 내게 묻지 말라고.

바람 속맘에 바스락 바스락

마른 머리 부비며

겨우내 바싹 마른 가슴만

저리 흔드는 나무 하나

이제는 누구도 한 사람을 위해

기다릴 시간을 갖지 않는

마을 빈 터에

봄이 와도 오지 않는 많은 것들을 기다리며

왜 홀로 마른 가슴에

찬 겨울 묻고 섰는지

오늘 봄바람 속에 이렇게

처연히 서서

오지 않은 그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