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학기에 여러 학교에서 학교장-학부모. 교사-학부모의 갈등이 불거지는 것을 보면서 학부모가 학교에 참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짚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큰아이를 학교에 입학시키면서 육성회 대의원으로 출발하여 오늘까지 13년째 학교에 직·간접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오늘날 목소리 큰 학부모 권리 주장이 강한 학부모로 평판이 나게 되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 동안 학부모의 학교 참여라는 것이 잘못된 관행의 연속이었고, 학부모는 아이를 학교에 볼모로 둔 죄인 정도로 대우받았을 뿐이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학교는 가난하여 후원금 없이는 운동회 한 번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야박한 당국의 교육예산 책정 처사에 반기를 들지도 못하는 학부모가 주머니돈을 내서 대충대충 꾸려 나가는 셈이다.
의무교육인 초등학교에서 급식시설비도 학부모에게 전가하였다. (그나마 부천은 여러 사람들이 힘을 써서 부천시에서 지원하였다) 학부모는 당연히 내야만 하는 줄 알고 살았다. 지금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발전기금을 조성할 수 있게 되자 더욱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여 학부모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
국가에서 돈이 없어 단위 학교 경영비를 지원할 수 없는 실정이라면 과감히 허울 좋은 의무교육은 포기해야 한다. 그대신 학부모가 학교운영지원비를 내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철저히 감사할 수 있도록 학교운영위원회법을 고쳐야 한다.
나라에 돈이 없어 가난한 학교를 만들어 놓고, 발전기금 조성이라는 편법으로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갈등을 만들어낼 필요가 없다. 그리고 학부모가 학교일에 참여하여 봉사를 하는데 왜 돈이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13년째 학부모로, 육성회 대의원에서 학교운영위원장까지 해보았지만 학부모회에서 음성적으로 걷는 임원회비가 정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더구나 한 끼의 식사 대접으로 교사의 사기가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체육복 한 벌 해줘야 가을 운동회를 열심히 하고, 안 해주면 열심히 하지 않는 교사는 없다.
그러므로 학부모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관계 당국이 교육정책을 바로 세우게 하고, 교육예산을 확보하게 하여 돈 없어 학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현실을 고쳐내는 일에 앞장서는 것이다. 그것이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힘을 쏟고 교원 사기를 진작하는 것에 진정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학교는 이런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학부모들을 격려해주고 도와주어야 한다.
뜻이 좋은 교장 선생님과 학부모가 서로 깊이 대화하고 머리 맞대고 방법을 논의하면 학교발전기금을 노골적으로 걷지 않더라도 학교에 필요한 돈을 지원받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에서 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장기적 발전계획을 마련해야만 교육여건이 확실히 개선되리라 본다.
대화가 부족해 생긴 작은 오해가 점점 커져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다행히 뒤늦게나마 학교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대화로 해결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결국 우리 앞에 놓인 많은 숙제들이 돈보다도 사랑과 대화가 바탕이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