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는 얼마나 될까? 인문계 학생들의 필생의 목표가 된 대학입시가 코앞에 다가왔다는 초조함,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고3시절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 무게를 충분히 짐작할 것이다.
방학에도 쉬지 않고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받고 있는 이민영(19)양. 호서고등학교 3학년인 이양은 대호지면 조금리에서 농사를 짓는 홍영이(45)씨의 장녀다. 이양의 아버지는 7년전 병환으로 돌아가시고 이양의 어머니와 할머니 김정희(67)씨가 지금까지 이양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양은 훤칠한 키만큼이나 시원스럽고 바른 학생이다.
“제가 장녀거든요. 저보다 어린 동생들이 있어요. 힘들게 일하시는 엄마나 할머니를 볼 때마다 장녀로서의 책임감을 느끼죠.”
이양이 공부하는 교실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다. 다른 학교에는 없고 오직 호서고에만 이런 좋은 시설이 있다고 자랑하며 웃는 이양에게서 그늘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양은 지금 학교 기숙사에 있다. 집에서 학교까지 버스로 30분이 걸리는데 그는 조금이라도 더 공부를 하려고 기숙사로 들어왔다고 한다.
기숙사생활은 매우 규칙적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정리하고 세수하고 이것저것 하면 어느새 8시, 곧바로 자율학습시간이 이어진다. 4시반에 끝나는 보충수업을 마치면 두 시간정도 여유가 있다. 저녁을 먹고 7시가 되면 또다시 자율학습이 시작된다. 기숙사생이 아닌 학생들은 6시부터 10시반까지 자율학습을 하고 집에 가지만 기숙사생은 따로 기숙사내에서 밤 12시까지 자율학습을 한다. 물론 정규학습이 끝난 뒤에도 더 공부할 수도 있다.
매일 시계추 같은 일상이지만 가끔 변화도 있다. 주말에는 자유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양은 이 시간에 대부분 학교에 있거나 집에 가는데 가끔 친구들과 쇼핑을 나가거나 노래방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고 오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는 게 좋아서 교사가 되고 싶다는 이양은 공주교대를 희망하고 있다. 아직 점수가 조금 모자라지만 자신의 취약과목인 영어듣기만 잘한다면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저도 슬럼프가 있었어요. 3학년 올라와서 처음 모의고사를 봤는데 중압감 때문인지 시험을 망쳐버렸어요. 그때부터 계속 공부도 안되고 그랬죠. 그럴 땐 라디오를 들었어요. 라디오방송을 들으며 소리로 들은 것을 상상하면서 웃고 그러니까 기분이 좋아졌어요. 집중도 잘 되구요.”
이제 86일 남은 수능시험, 시험을 본 뒤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이 운전면허를 따는 것이라는 이양. 그가 활짝 웃는 얼굴로 운전연습을 하길 기대한다.
김기연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