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31일의 태풍 루사는 200여명의 인명과 3조2백억원(9월5일 현재)이 넘는 재산, 1만2천여 가구의 이재민을 발생하게 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정부와 사회 각층의 신속하고 충분한 구호와 복구가 있어야 하겠다.

올해 쌀 문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한마디로 올 농사는 흉년이다. 작년에 쌀이 남아돈다는 이유로 쌀값이 폭락했지만 정부 주장의 헛됨이 이번 태풍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가 올해 7월에 작황 조사를 하여 발표한 바에 의하면 올해 10월말 쌀 재고량은 1,318만섬이다. 한마디로 벼가 한창 자라는 시기에 평년작 이상의 수확량을 기대하고 재고를 예측하여 발표하고 또다시 쌀이 남아돈다는 논리를 폈지만, 예상치 못한 태풍 한방에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벼가 출수되기 시작하는 8월 초순부터 늦장마가 한달 이상 지속되면서 등숙률이 떨어진 것만 따져도 10% 이상의 감수가 불가피하며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농지가 매몰 또는 침수된 지역은 전혀 수확이 불가능해졌고 도복, 백수현상, 도열병 발생, 수발아 등으로 정확한 통계를 낼 수 없는 지경으로 수확량이 감수될 것이다.

태풍에 의한 감수는 차치하고 정부의 재고미 예정치 1,318만섬에서 평년작의 10% 감수량을 빼면 재고 예정치는 900만섬 수준으로 줄어든다. 거기에 이미 선적을 시작한 북한 지원쌀 280만섬을 빼면 700백만섬으로 다시 줄어들게 되는데 이 수치는 UN 식량기구에서 권장하는 적정재고와 꼭 맞아 떨어진다. 이것은 국가 비상식량이다. 내년에도 또 흉년 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고 IMF와 같은 경제 위기를 맞을 경우 더욱 필요하다. 참고로 이번 북한 지원쌀은 2001년도 쌀이 아니라 2~3년 묵은 미질이 극히 나쁜 쌀이고 북한을 지원하고도 남는 700만섬중엔 이런 쌀이 상당량 차지 할 것이다.

현재 쌀 소비자 가격은 80kg 한가마니에 20만원을 호가한다. 쌀 품귀 현상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공매를 하지 않기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일시 현상은 절대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햅쌀만 가지고 내년까지 자급하긴 절대 부족하다. 다만 본격적으로 수확하는 10월 말이면 농민들의 채무상환과 영세 소농의 창고부재로 인한 투매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쌀값이 하락하겠지만 내년 2~3월이면 다시 쌀값이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매를 하지 않는 이유로 수확기에 공매할 경우 농민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지만 이미 헛말이 돼 버렸다. 정부로서는 700만섬이라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긴급 쌀 수입을 하지 않을 경우 물가를 조정할 수 없게 된다.

이제 정부는 쌀 생산 감축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또 농협은 이번에야말로 조곡 매입을 잘 해야 한다. 경상도와 전라도가 초토화 됐고 상대적으로 경기도 일원과 충남이 피해가 덜 하다. 논 면적과 생산량에서 경기도는 충남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전국의 쌀장사들이 특히 당진으로 몰려들 것이다. 이때에 농협은 지역의 쌀값을 지지해야 한다. 일부 농협에서 작년 수준으로 벼값을 결정해야 될 것이란 말이 흘러나오고 서로 눈치보느라 매입 가격을 유보하고 있다. 이래선 또 농민의 지탄을 받는다.

하루라도 빨리 가격 결정을 하되 최소한 정부 수매 가격보다 높고 현 시세를 고려하여 매입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그 가격은 10월 말까지 유지하고 손익에 막대한 영향을 초래 할 정도로 쌀값이 하락하면 여러 가지 조처를 강구할 일이다. 그리고 아직 정부의 조곡 매입자금이 결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강력히 요구하고 농민단체와 힘을 합쳐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만큼은 농협이 농민과 함께 하는 농민의 농협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