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 뭉게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가을햇볕이 길가에 줄지어선 코스모스를 형형색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가을 오후, 순성면 갈산리에서 양봉업을 하고 있는 공영수씨를 찾았다.

당진에서 순성방면으로 ‘갈산주유소’를 지나서 1㎞정도 가면 길가에 ‘오리골’이라는 조그만 가로 안내판이 마을로 들어오는 손님들을 기다리고 서있고 마을 안 길로 접어들면 길 좌우 측으로 정중히 고개 숙여 손님을 맞듯 누렇게 익은 벼에서 가을 내음이 물씬 풍겨 나오고 있었다.

처음 양봉을 시작할 때의 어려웠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집도 누추하고 별로 내세울만한 얘기도 없는데요”라며 벌통 작업을 하다가 약간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반갑게 맞아주는 공영수씨, 그의 얼굴에서 충청도 고유의 소박하고 겸손한 시골인심이 가을공기를 타고 은은히 온몸으로 배어 들어왔다.

공씨는 홀어머니를 모시며 아내과 아들 셋을 둔 어깨가 무거운 가장이다. “이제 큰아들이 중학교 1학년이라서 앞으로 들어갈 돈이 많아 부지런히 벌어야 할텐데 걱정이 많아요”라며 옆에 앉아있는 아내을 넌지시 바라보면서 “시집와서 지금까지 넉넉지 못한 살림에 고생하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며 “어머니를 모시면서 아이들을 잘 키워주는 아내에게 늘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하고는 흰 이를 살짝 드러내며 애정 어린 미소를 보냈다.

공씨는 벼농사와 밭농사만 짓다가 6년전부터 양봉을 시작했다. 농사를 지으면서 큰 자본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고 실패율도 적은 부업을 찾다가 양봉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6년 전에 양봉을 시작할 때는 직접 벌통을 가지고 꽃이 일찍 피는 남쪽 경상도를 비롯해 꽃이 피는 곳마다 찾아다니면서 양봉을 하였다고 한다.

“그때는 정말 고생이 많았어요, 하루에도 벌에게 수 백방씩 쏘여가면서 거적 같은 천막을 치고 사는 것이 정말 거지생활 같았다”고 그 당시를 회상하며 “꽃을 찾아 벌과 친구가 되어 다니다 보니 꿀벌들의 날개짓만 보아도 그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가 있을 정도이며 그래도 그때가 행복했다”고 말한다.

또한 그렇게 생산해 온 꿀을 “진짜니, 가짜니” 또는 지금은 인식이 바뀌어서 덜한데 전에는 “벌에게 설탕을 먹였다”는 등의 얘기들을 할 때에는 “아쉽다”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 놓는다. 그런 말들은 겨울철에는 꿀벌들이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겨울이 되기 전 먹이로 설탕을 먹여서 겨울을 나게 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듬해 벌통을 열어보면 설탕을 적게 먹은 것은 허기에 죽어있다고 한다. 쉽게 말해 개구리가 먹이를 먹고 겨울잠을 자는 이치와 같다고 한다. 또한 겨우내 모아진 꿀은 설탕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당분을 사용하는 공장 등에 갖다주고 식용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매년 이른봄 꽃이 일찍 개화하는 아랫 지방으로 내려가서 꽃이 피는 대로 따라 올라오는데 대개 아카시아꽃에서부터 밤꽃 등에 있는 꿀을 담기 위해 개화시기를 최대한 이용하기위한 것이다. 그러나 공씨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남쪽지방에서부터 백통의 벌통을 가지고 다니면서 꿀을 담아낸 만큼 내려가지 않는 대신 짧은 시간에 똑같은 양의 꿀을 담아내기 위해서 벌통을 두배로 늘리게 되면 같은양의 꿀을 담아낼 수가 있다고 발상의 전환을 했다는 것. 그래서 3년전부터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이동하지 않고 양봉을 하고 있으며 꿀의 양은 예상된 분량만큼 생산해내고 있다고 한다.

또한 꿀만이 아니라 ‘로얄제리’도 생산하는데 ‘로얄제리’는 일종의 벌의 분비물로 여왕벌들이 다른 ‘일벌’이나 ‘숫벌’들보다 오래사는 이유가 ‘로얄제리’를 제일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씨 부인은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로얄제리’를 먹고 자라서인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란다”며 “중학교에 다니는 큰 아들은 몸이 피곤하면 ‘로얄제리’부터 달라고 한다”면서 많은 분들이 ‘로얄제리’를 매년 지속적으로 구입해 먹고 있다고 한다.

또한 공씨는“이제는 농사를 짓더라도 과거의 방식을 탈피해서 더 효과적인 생산방법이 있는지를 연구하고 또한 다른 부업거리도 찾아서 농가도 이젠 윤택한 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바쁘게 사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 길

“양봉을 하다보니 많이 바빠요, 하지만 바쁜 만큼 소득이 주어지고 삶의 활력이 넘쳐요 또한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 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하는 공씨에게 가슴 가득 행복이 벅 차오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양봉만 하게 되면 그다지 바쁘지 않지만 벼농사까지 함께 하다보니 바쁘다. 연초에는 벌통을 정비하고 아카시아꽃이 피기전에 못자리를 해야하며 아카시아꽃이 피면 꿀을 받고 그것이 끝나면 모내기, 또한 밤꽃이 피면 밤꿀을 담아내고 게다가 수시로 로얄제리까지 담아내야하는 등 할 일이 많다. 그 뿐만 아니라 가을걷이가 끝나면 꿀벌들의 월동준비를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 일년 내내 여유가 없이 바쁠 수 밖에 없었다.

“남들이 바쁘게 사는 것이 보기 좋다고 할 때 제게 큰힘이 되고 보람있어요”라고 말하는 공씨는 갈산리 새마을지도자이기도 하다. “부족한 점이 많아 지도자를 맡는 것이 분수에 넘치지만 그저 제 스스로 열심히 사는 것이 마을 주민들에게 지도자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산다”고 말한다.

홀어머니께 효도하고 자식 잘 키우며

소박하게 살기를...

공씨에게 걱정거리가 있다면 2004년도 우르과이 라운드 재협상이다.

분명히 양봉도 그 속에 포함될 것이 뻔한데 외국은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시간을 양봉으로 꿀을 채취하여 생산량도 많기 때문에 당연히 싼 가격으로 밀려 들어 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양봉은 특히 잦은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나 양봉으로 전업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양봉업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인 배려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꿀을 걸러내는 기계가 없어 전부 수작업으로 하고 있다. 그나마 기계라고는 있지만 수동으로 돌려서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일손이 부족할 때 사람을 사서 쓰는 경우가 있는데 그나마 초보자는 “벌에 쏘일까 무서워서 도망가고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으며 혹여 벌에 쏘여 인체에 부작용이 생기면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느냐”고 말하는 공씨는 당진군에서라도 꿀을 걸러내는 ‘채미기’만이라도 지원해준다면 한결 인력이 덜 소요가 되고 생산량도 증대될 것이라고 말한다.

‘흐르는 물은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끊임없이 자기발전을 위해서 노력하는 자에게는 잡념이 있을 수 없다. 앞으로 2004년 우르과이 라운드 재협상에 들어가면 농가에 불어닥칠 심상치 않은 바람에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공씨처럼 지금부터라도 최선의 예방책을 선정해야 할 것이다.

고사성어에 ‘선견지명’이란 말이 있듯이 앞을 미리 내다보고 이에 대비해 슬기롭고 현명한 대안을 마련하며 사는 삶은 언제나 편안하고 풍족한 삶이 아닐까.

요즈음처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세상 그리고 스스로 일어서지 않으면 누구의 보살핌도 기대하기 쉽지 않은 때에 공씨처럼 주위에서 ‘바쁘게 산다’는 소리를 들으며 그것을 힘으로 그리고 보람으로 알며 사는 인생도 행복하지 않을까.

“홀로 계신 노모를 잘 모시며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주는 세 아들 그리고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늘 곁에서 함께 있어주는 고마운 아내와 함께 욕심부리지 않고 소박하게 살고싶다”고 말하는 공씨의 달콤한 꿈은 선선한 가을공기를 타고 파란 가을하늘을 더욱더 파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참신하고 신선한 생각으로 자신의 삶을 일궈나가는 공씨, 그 집 앞 지붕에 열린 박처럼 공씨가정에 행복이 날마다 주렁주렁 열리기를 바라면서 발길을 돌렸다.

김진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