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과 야생동물을 해치는 밀렵의 실태를 찾아서

총과 올무, 덫 등 당진군내 거의 모든 야산에서 성행

얼마 전 아미산에 뱀그물이 설치돼 있다는 제보를 받고 보도한 적이 있다(본보 10월14일자 제438호). 지모씨가 순성 성북리 은혜기도원에서 아미산 등산로를 따라 700m정도 오르다 좌측 숲속에서 발견한 것이었다. 500m에 달하는 흉물스런 뱀그물은 장막처럼 산의 중턱을 가르고 있었다. 관련단체에서 급히 철거했으나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간이기주의의 교만함과 폭력성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겨울철이 다가오고 있고 그와 함께 갖가지 철새도 살터와 먹이를 찾아 삽교호, 석문호, 대호호 등으로 날아오고 있다. 그러나 오지 말아야 할 밀렵철도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다. 1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계속되는 동절기는 밀렵꾼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한탕의 계절이다.

무차별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밀렵

한국조류보호협회 당진군지회(지회장 이광석)가 지난해에 당진군 전역을 돌며 10회에 걸쳐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조류의 경우 15종의 천연기념물과 일반조류 86종 등 총 5만 마리 이상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분별한 남·포획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큰고니, 고니, 흰꼬리수리, 황조롱이, 잿빛개구리매, 참매, 수리부엉이, 소쩍새, 솔부엉이, 검은머리물때새 등의 천연기념물은 그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머지 않아 영영 사라질지도 모를 멸종위기의 야생동물을 위협하는 요인으로는 놀랍게도 밀렵 및 약용이 51.2%로 가장 많았고 갯벌·습지파괴가 16.3%, 수질오염이 18.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어긋난 정력컴플랙스와 보신주의가 인간과 마찬가지로 존중되어야 할 소중한 생명들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밀렵실태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 만난 한국조류보호협회 당진군지회 이광석 지회장의 말은 충격을 더해주었다. 당진군내의 모든 야산에서 예외 없이 밀렵이 성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야생동물 밀렵은 광범위한 지역에서 천연기념물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자행되고 있습니다. 덫, 올무, 독극물, 공기총 등 그 수법도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죠. 산을 돌아다니다 보면 동물들의 이동통로에 덫이나 올무 등이 설치돼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겨울에 접어들면 야생동물을 잡는 총성이 곳곳에서 들리기 시작할 겁니다.”

주민이 말하는 밀렵의 실태

대화를 나누는 사이 실제로 이광석 지회장의 이동전화로 삽교호 부근에서 총성이 들린다는 주민의 제보가 들어왔다. 저녁 7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급히 어두운 밤길을 달렸는데, 현장에 가까워지자 밤의 정적을 깨는 단발의 총성이 먼 하늘을 갈랐다. 삽교호 주위에선 야생 오리들의 울음소리가 비명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러나 단시간에 사냥을 마치고 도주한 밀렵꾼들은 이미 현장을 떠난 뒤였다.

돌아오는 길에 어떤 단서라도 잡기 위해 부근에서 밤늦게까지 추수를 하고 있던 송영호(우강면 소반리, 60세)씨를 만나보았다. 밀렵꾼들에 대한 단서는 얻을 수 없었으나 송씨의 말은 현재 자행되고 있는 밀렵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작년 2월경엔 총 맞아 죽을까봐 밤에 일을 못했슈. 날씨가 차지니까 요새도 더러 오더라구유.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면 논바닥에서 탄피를 매일 한바가지씩 주워유. 다이메크론이라는 농약을 이용해서 밀렵을 하기도 하는데 논에 물이 차면 죽은 오리들이 인민군들 밀려오듯이 떠밀려와유.”

밀렵의 종류와 특성

밀렵꾼들은 야생동물이 다니는 길목을 훤히 알고 있기 때문에 여간해서 허탕을 치지 않는다. 또한 밀렵꾼 중에는 총기를 쓰는 사람보다 올무, 덫 등 고전적인 밀렵도구를 쓰는 사람들이 많다. 공기총은 소리 때문에 단속에 걸릴 위험이 높지만 올무와 덫 등은 철물점에서 얼마든지 값싸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야생동물이 다니는 길목에 자동차를 주차시켰다가 불빛을 비춰 고라니 노루 등을 꼼짝 못하게 한 뒤 자동차로 치어 잡는 ‘차치기’, 겨울잠을 자는 동물의 집을 파내는 ‘굴파기’, 미끼를 언덕 밑에 놓고 동물이 건드리면 위에서 바위가 떨어지도록 해 잡는 ‘벼락치기’ 등 신종 수법도 등장하고 있다. ‘다이메크론’이라는 맹독성 농약을 이용한 밀렵도 판을 치고 있는데 볍씨를 다이메크론에 담갔다가 야생동물의 먹이로 뿌리는 방법이다. 다이메크론이 든 볍씨를 먹고 죽은 동물은 독이 곧바로 온 몸에 퍼지기 때문에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 이 사실을 잘 아는 밀렵꾼들은 다이메크론으로 잡은 동물을 유통시키기만 할뿐 절대로 먹지 않는다고 한다.

동물보호에 힘쓰는 사람들

당진 백동물병원(원장 백종열)은 천연기념물 조수류 치료 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백원장은 매월 평균 2건씩 부상당한 조수류를 치료하고 있다. 지난 16일 백동물병원을 방문했을 때도 백원장은 건물에 부딪쳐 뇌진탕에 걸린 소쩍새 한 마리를 치료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만 가지려고 하는 이기심이 밀렵과 불법 보신식품의 유통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소중하게 아껴서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자화상입니다. 요즘엔 애완동물도 많이 버려지는 실정입니다. 동물들을 예뻐하고 귀여워하는 것은 좋으나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자격이 우선 필요하겠죠. 인간과 동물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면 참으로 간단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사)자연보호 당진군협의회 차화용 회장은 “11월부터 산과 들판 등에서 밀렵이 성행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최근 야생동물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희소식을 들었지만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데는 군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군청 환경보호과 표문선씨는 “밀렵꾼들은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에 밀렵현장을 포착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밀렵을 조금이나마 막기 위해 조류보호협회와 함께 주야간에 걸쳐 순찰하고 있지만 밀렵꾼들이 총기를 소지하고 있어 위험을 동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만이 이땅의 주인이 아니다”

밀렵은 문화재 보호법과 자연환경보전법,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 등에 저촉돼 적발될 경우 가볍지 않은 처벌을 받게 된다. 천연기념물을 취득·양도·양수 또는 은닉하거나 그 외의 방법으로 해한 경우에는 2년이상의 유기징역과 2천만원 이상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밀렵을 행한 사람과 밀렵으로 잡은 야생동물을 취식한 자 모두 공히 처벌을 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비단, 처벌과 벌금 때문이 아니더라도 속설에 따른 몸보신용으로 야생동물을 잡고 먹는 일은 이 풍요로운 시대에 어처구니없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정미면에 위치한 당진축협 관광농원에는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와 너구리 8마리가 보관돼 있다. 먹이가 없어 탈진된 수리부엉이와 농약과 독극물로 오염된 먹이를 먹고 2차중독된 너구리를 구조해 보살피고 있는 것이다. 너구리는 애초에 암수 2마리를 구조했는데 회복단계에서 짝짓기를 해 6마리의 새끼를 낳아 어느덧 8식구가 됐다.

야생동물은 보신용이 아닌 관심과 보살핌의 대상이다. 인간의 따뜻함이 발현되면 얼마든지 함께 공존할 수 있다. 이기심과 자만과 오만, 교만 등은 이제 인간에게 있어서 벗어버려야 할 껍데기임을 슈바이처 박사는 이렇게 표현했다.

“다른 사람들이 나의 생을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면, 그것이 아무리 낯설게 보일지라도 나도 다른 생을 존중해야만 한다. 나의 생보다 더 고귀할 수도 있고, 더 비천할 수도 있는 모든 생을. 인간사이의 관계에 매여있는 윤리는 제한된 윤리이다. 우리는 동물까지도 포함하는 무한한 윤리를 필요로 한다.”

" 슈바이처 박사 「우리만의 이 땅의 주인이 아니다」 중에서 "

■밀렵과 부상당한 야생동물 발견시 연락처

△한국조류보호협회 당진군지회:(041)362-4747, 019-480-4747(이광석 지회장) △군청 환경보호과:(041)350-3331 △당진 백동물병원:(041)352-0220 △(사)자연보호 당진군협의회:(041)355-5858(차화용 회장) △주위의 경찰서 및 파출소

이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