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야인시대’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끄니 정치판도 與人時代(여당이 주도권을 갖는 시대)에서 野人時代(야당이 주도권을 갖는 시대)로 넘어가는 분위기이다. 현역 여당의원이 야당으로 당적을 바꾸는 현상이 줄을 이을 예정이니 말이다. 정치철학과 이념이 달라서 당적을 바꾸는 것인지, 지역정서와 관련 향후 당선이 어려워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인지 ‘탈당의 변’만을 갖고 판단해서는 곤란할 것 같다.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철새정치인’들이 양산될지 ‘철학있는 정치인’들이 발견될지 궁금하다.
정치판의 야인시대가 인기있는 것은 여론조사에서 야당후보가 앞서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재 여당이 정부(政府)의 실정(失政)에 대해 단합하여 대안을 모색하기 보다 각자의 이익을 계산해 너무 빨리 지리멸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선만을 생각하고 탈당과 입당을 밥먹듯 하는 국회의원들을 보며 ‘그들이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들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속절없는 푸념을 해본다.
이런 점에서 ‘야인시대’란 드라마는 정치인들에게도 몇 가지 교훈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이 드라마는 ‘善과 惡의 대립구도’를 설정하고 善이 惡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오랜만에 통쾌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사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이와 반대되는 모습을 목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치권을 비롯하여 사회 곳곳에서 부정부패, 부조리, 사실왜곡, 권위주의적 행태 등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상들이 발견되고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우리 주변의 우울한 현실들을 잠시나마 잊고, ‘마침내 선이 악을 물리친다’는 만화 같은 기대를 희망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치인들도 국민들의 이와 같은 단순한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진정으로 노력한다면 당선은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이 드라마는 ‘진정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쌍칼이나 신마적, 구마적 같은 형님들(?)이 승리를 위해 비열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 패배를 인정한 뒤 깨끗이 물러나며, 부하들이 저지른 잘못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성하는 것이 정당화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또 그런 사람들이 사회의 지도층으로 행세하고 있다. 지난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 등장했던 3명의 지도자들 역시 ‘국민의 4대 의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우리사회 지도층인사들이 권리는 철저히 누리려고 하면서 의무는 가능한 한 회피하려 했다는 것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본인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에 충실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최소한의 노력만이라도 한다면 국민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을 것이다.
10월은 볼 것이 많다는 의미에서 시월(視月)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의 풍광에서는 볼 것도 배울 것도 많은데 오늘 이 시간 한국 사회의 모습은 그렇지 못한 면이 있는 것 같다. 겸손한 마음으로 자기성찰을 해보는 시간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