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고 예쁜 여자 친구 얻고 싶어요”

송산초 1학년 정태민 군

“취업준비의 결실 거두고 싶습니다”

취업준비생 김준상씨

“우리의 아이들 모두 행복했으면"

30대 주부 이선미씨

“건강하고 아들사업 잘되는 게 제일여”

쌍둥이 할머니 김영순씨

어느덧 임오년이 저물었다. 2002년의 마지막 태양은 서해의 바다 속으로 고요히 잠들고 계미년(癸未年) 첫날과 함께 용솟음처럼 솟구친 태양이 온 대지를 밝히고 있다.

6.13지방선거를 시작으로 한반도를 붉게 물들였던 월드컵의 함성, ‘오~필승 코리아’의 여운이 사라지고 또다시 이어진 숨가쁜 대선. 뒤돌아볼 틈 없이 참으로 거칠게 달려온 한해였다.

2002년은 잊을 수 없는 한해였다. 월드컵에서 우리는 ‘희망’을 꿈꿨고, ‘희망’을 외쳤고, 4강신화의 ‘희망’을 일궜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미선이와 효순이는 거대한 장갑차의 밑에서 가슴 아프게 숨을 거뒀고, 수많은 농민들은 서울로 ‘진격’해 농민에 대한 멸시와 서러움을 외쳐야 했다. 당진항 지정을 학수고대하던 군민들의 열망과 기대도 또다시 한해를 넘기고 말았다.

희망과 함성과 절망과 아픔과 한숨이 점철된 2002년이었다. 그러나 어김없이 2003년의 첫날은 밝아왔다. 새해에는 미소를 안겨주는 따뜻한 사연만 줄지어 들려오길 기대해본다.

송산초 1학년에 재학중인 정태민(9) 군의 새해 소망은 너무나 앙증맞다. “공부 잘 하고 예쁜 여자 친구 얻는 거예요”라며 딴에는 큰 포부를 밝혔다.

1월1일 떡국을 먹고 9살이 된 태민이. 지난해에 가장 잊을 수 없는 일은 뭐니뭐니해도 “친구랑 운동장에서 신나게 놀았던 일”이었단다. 조금만 노력한다면 태민이의 키만큼이나 성적은 쑥쑥 자라날 것이다. 물론 그 곁에 태민이처럼 귀여운 여자 친구가 예쁘게 웃어주면 더욱 좋겠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김준상(27)씨의 소망은 당연히 번듯한 직장을 잡는 것이다.

“대학 졸업 후 그동안 힘들게 준비한 취업을 올해에는 꼭 결실을 얻어야죠. 통신산업 방면이나 기술직 공무원 쪽을 생각하고 있어요. 전문직 직종을 구해 부모님께 기쁜 소식을 안겨드리고 싶습니다.”

김준상씨는 지난 2002년 뉴질랜드에 어학연수를 다녀왔으며 곧 토익시험을 볼 계획이다. 또한 오는 4월에는 전기기사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의 문을 두드릴 생각이다.

왜목에서 새해의 일출을 지켜보며 소망을 빌었다는 김준상씨에게 기쁜 소식이 날아오길 기대한다.

주부 이선미씨의 새해 소망은 좀 특별하다. 바로 “내 아이들만이 아니고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것”이 이씨의 소망이다.

아직도 분쟁 속에 휘말려 있는 세계 곳곳의 아이들의 얼굴에서 맑은 미소를 보는 것이 자신을 “그냥 아줌마”라고 소개한 이씨의 소중한 소원이다. 그러나 정작 자신에겐 아직 아이가 없다고. 2002년에 가장 기억나는 일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씨는 “동화를 만난 일”이라고 답했다.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줬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씨의 원대한 꿈은 바로 우리의 바람이며, 세계 모든 이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쌍둥이 할매’라고 불리고 있는 당진읍 채운리 김영순(64) 할머니는 “건강이 제일이지. 뭣보다도 우리 가족들이 모두 건강했으면 좋겄어. 그리고 철성이와 용성이, 우리 두 아들의 사업이 잘 되는 게 제일여”라며 새해 소망을 밝혔다. 김영순 할머니는 2002년에 맏며느리가 도희와 도아, 쌍둥이를 낳아 ‘쌍둥이 할매’로 불리고 있다. 쌍둥이 때문에 그간 속상했던 일 죄다 잊을 수 있었다고.

“새해에는 말여, 속상헌 일없이 허는 일마다 잘 풀렸으면 좋겄어. 그리고 우리 둘째아들이 어서 색시를 얻어야 할텐디...”

쌍둥이 할머니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밝은 소망이 건강한 결실을 맺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