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와 돌아올 때를 아는 사람
나는 탤런트 이순재를 좋아한다. 그는 서울대 출신으로 56년에 TV 연기자로 출발하여 한국일보 연극영화 주연상을 비롯해 초대 연기자협회 회장을 시작으로 2대 12대 등 3대에 걸쳐 회장을 역임했으며 안방극장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중 88년에 뜻한 바 있어 정치에 입문, 당당히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국회 문화공보위원으로 문화예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내가 진정 그를 좋아하는 것은 그의 좋은 학벌과 화려한 연기, 99년도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될 정도의 멋 때문이 아니다.
떠날 때 떠나고 돌아와야 할 때 다시 돌아와 평범한 연기자로 최선을 다해 2000년 SBS연기대상 공로상, 지난해에는 연기자 최고의 영예인 MBC 명예의 전당에 올려져 문화관광부로부터 보관 문화훈장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대부분 사람들은 작고 사소한 권력이나 혜택을 누리고자 머뭇거리다가 추한 모습으로 남게 되고 떠난 후에는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모습을 우리는 흔히 본다.
그런데 그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사무실과 집기, 다섯명의 보좌관, 억대에 가까운 연봉, 그리고 기차의 1등칸을 비롯한 몇십가지의 특권을 낙화처럼 버리고 평범한 연기로 돌아와 인생의 말미를 꽃피웠다. 그래서 나는 정말 그를 좋아한다.
지방선거가 치러진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충남도의회 제168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정종학 의원(천안4, 한나라당)은 충남 도정질의를 통해 “지방선거가 치러진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일부 자치단체장의 내년 총선 참여설이 회자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현행제도로는 개인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으나 내놓은 공약들이 한 장의 휴지로 변하고 그들을 선택한 많은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주게 되며 본인은 공인의 의무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도덕적 불감증을 나타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답변에 나선 심대평 도지사는 단체장의 총선 출마 움직임과 관련 “현행법에 의한 선거제도하에서 자치단체장들의 총선 참여는 개인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솔직히 답변에 나선 심지사도 총선 출마 예정자 중 한사람이기에 결코 자유롭지 못한 위치에서 그의 답변은 큰 의미가 없다 하겠다.
떠나야할 때만이라도
모든 사람이 그의 능력을 높이 사 이구동성으로 남아주길 바랄 수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마치 자기자신이 아니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때를 잘못 택하여 오히려 일을 그르치기 일쑤다.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모든 사람이 붙들 때 떠나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사람들로부터 여전히 사랑을 받고 아쉬움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떠날 시기를 놓쳐버리거나 미리 떠나 외면을 당한 사람은 세월이 흐른 뒤 화려했던 날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오직 그의 추했던 마지막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될 뿐이다.
더욱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더 큰 자리를 위해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선거의 후보자로 나선다면 그의 미래는 없다 할 것이다. 무릇 사람이라면 당장의 이익만을 좇고 현상만을 주시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변천에도 미리 대비하고 주의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자치단체장들이 총선에 출마한다면 누가 그를 막을 수 있겠는가마는 가능하면 국민들과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때 한 말을 다시 기억하며 남은 임기를 자신의 인정해준 유권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미래를 기약하는 것이 최선의 상책이다. 꼭 그래도 출마해야 하겠다면 9월30일 이전에 사직하여 8개월 정도의 행정공백이 불가피해지는 불행한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떠나는 사람의 국민과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