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이 가시지 않은 아침, 남편은 출근준비에 아우성이고 아이들은 부스스한 눈으로 게으름을 피운다. 언제나 되풀이되는 한바탕 아침 전쟁. “양말 어딨어?”, “학교 늦겠어, 빨리 밥줘” 남편의 재촉과 겨우 깨운 아이들의 소란스러움은 매일 한결같다. 남편과 아이들이 앞다투며 현관을 나선 후에야 휴, 안도감을 느끼는 주부들. 그러나 안락함도 잠시 뿐, 매일 되풀이되는 그 안락함은 또 매일 나른하기 마련이다. 설거지며, 청소며, 빨래며 이것저것 손을 대보지만 주부들은 그 순간에 삶이 침체하는 소리를 조용하게 듣는다.

채운화실의 ‘왕언니’ 손인자 씨는 아침 전쟁을 치른 후 서둘러 집안 일을 정리하고 당진읍에 위치한 향군회관 3층으로 나선다. ‘왕언니’의 가벼운 발걸음이 닿은 곳, 그곳에 꼭꼭 숨어있는 듯한 여성들의 문화공간, 채운화실이 있다.

“매일 화실에서 인생을 덧칠해요”

“수다도 떨도, 남편 욕도 하고, 책도 읽고, 차도 마셔요. 화실이라고 해서 그림만 그리는 건 아니죠. 주부들이 집안에만 있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우선 저부터도 채운화실에 다니면서 새로운 삶을 사는 것 같아요. 우리들에겐 정말로 소중한 공간이랍니다.”

채운화실의 조명숙 회원은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삶이 새로워졌다고 얘기한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채운화실로 향하는 즐거운 외출, 그곳에서 활력을 얻은 회원들은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 그 활력을 풀어놓는다. 가정 또한 그들의 활력을 힘입어 새로워지는 것이다.

지난 2001년 6월부터 화가 최평곤씨의 도움으로 채운화실이라는 문화공간을 마련해 삶과 가정을 살찌우고 있는 회원들은 현재 모두 10명이다. 손인자, 차성영, 권혁미, 조명숙, 박유순, 차의구, 이준희 회원들은 그림모임이고 이만순, 김귀남, 정윤보 회원은 도자기 모임이다. 30평 남짓한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도자기를 빗거나 화폭에 그림을 담는 그들의 얼굴엔 주부들이 은연중 갖고 있는 나른함 대신 즐거운 표정이 가득하다.

“길게는 6년 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회원도 있고 얼마 되지 않은 회원도 있어요. 40대를 넘긴 주부들은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데 채운화실을 찾으면서부터 참 많이 웃어요.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비용이 많이 드는줄 아는데 1년 동안 드는 돈이 괜찮은 옷 한 벌 값이랑 비슷해요. 오는 5월쯤엔 회원전시회도 열거랍니다.”

웃음을 되찾았다는 이준희 회원에게 채운화실은 제2의 삶의 공간이다. 그림을 하나하나 배워가는 재미, 한 작품을 마쳤을 때의 성취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조용한 음악과 틈틈이 마시는 녹차 한잔 등 더없이 소중한 공간이기에 그녀의 말에선 기쁨이 묻어난다.

“여러분들을 채운화실에 초대합니다”

채운화실은 회원들이 직접 가꾸어 가는 문화공간이다. 그림모임은 화가 최평곤 씨가, 도자기 모임은 도예가인 양광용 씨가 틈틈이 지도해주고 있다. 임대료는 공동부담하고 개인 작업을 하는데 드는 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 1년에 한번씩은 작가들의 전시회를 견학하기도 하고 계절이 익어갈 즈음엔 야외로 나가 스케치를 하기도 한다. 채운화실 벽면 가득히 걸려있는 그림들과 도자기들은 모두 그들이 직접 만든 작품들이다. 채운화실에 다니기 위해 더 부지런해졌고 그 적극적인 변화가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그릇, 화병, 우산 꽂이, 찻잔 등 여러가지를 만들어서 직접 생활용품으로 사용해요. 내가 직접 만든 거니까 더 애착이 가죠. 친구들에게도 선물로 주기도 해요. 내가 직접 빚어서 마음을 담아 주는 거니까 그 어떤 선물들과도 비교할 수 없죠. 채운화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특히, 삶이 나른한 주부들을 초대합니다. 삶이 달라질거예요.”

도자기 모임의 이만순 회원은 좀더 많은 이들이 채운화실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현재 채운화실의 회원들은 함께 화실을 곱게 가꾸어갈 신입회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채운화실 : 041)356-1999

이희철 기자 hclee@dj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