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동 소설가

“심훈전집”은 모두 7권-한성도서 발행, 북한에서 아들 재호씨 홍기문 선생을 만나 한성도서에서 나온 심훈전집은 모두 7권. 1권은 상록수(단기4286년 6판), 2,3권은 영원의 미소(4287년 재판), 4,5권은 직녀성(4287년 재판), 6권은 불사조(4287년 3판), 7권은 시집인 그날이 오면(4287년 5판)이다.

이건 헌책방을 통해서 1년이 넘게 시간을 투자해 내 수중에 들어왔다. 책 가격이 다른 것을 보면 당시에 낱권으로 판매한 것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이후에 심훈 작품들은 민중서관의 “한국문학전집”(4292년)에 17권으로, 삼중당의 “한국대표문학전집”(1973년)에 6권으로, 어문각의 “신한국문학전집”(72년)에 9권으로, 삼성출판사의 “한국문학전집”(73년)에 12권에 포함돼 출판이 여러 이름을 달고 나오는데, 이중에서 66년에 탐구당에서 3권으로 나온 “심훈문학전집”은 그의 셋째아들 심재호가 책임 편집한 것으로 아버지의 문학세계를 총정리한 것이다.(28~35년 사이에 발표한 많은 영화평론이 누락되었다) 또 동아출판사의 한국소설문학대계 21권이 심훈편(95년)으로, 이렇듯 이 나라에서 “상록수”는 지난 60여년간 80여 출판사(이재광 월간중앙기자가 쓴 글)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해왔고 엄연한 고전의 자리를 차지했다.

강영주가 “벽초 홍명희 연구”(창작과비평사)에 홍기문의 죽마우인 심훈은 홍명희에게는 “동생과 같은 친구”였다고 하며, 홍기문에 의하면 “심군도 내 가친을 무던히 따랐지마는 심군에 대한 내 가친의 허여(許與)도 결코 적은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24년 동아일보에 입사한 당시 주필 겸 편집국장이던 벽초 밑에서 기자로 일했던 심훈이었다.

심훈의 장편 “영원의 미소”(33년 조선중앙일보 연재)는 35년에 발행됐으며, “상록수”는 36년에, 그리고 “직녀성”(34년 3월 조선중앙일보 연재)은 그의 사후 1주기가 되는 37년에 간행되었다. 홍명희는 3편의 장편소설에 모두 서문을 써주었다. 그가 “영원의 미소”를 출간할 때 벽초를 찾아와 서문을 부탁했으나 “임꺽정” 연재로 여념이 없어 사절하자, “자기 작품에는 언제든지 반드시 나의 서문을 얹으려고 결심하였으니 이 다음이라도 자기 작품이 출판된다거든 으레 서문을 쓸 줄 알고 있으라는 뜻을 단정하는 구조로 말하여 나는 유유하지 아니치 못하였다”고 했다. 이 서문을 보면 두 사람의 각별한 정분이 들어나고, 홍명희가 심훈의 문학을 어찌 평가했는가를 알 수가 있어 흥미롭다.

“상록수” 서문에서 벽초는 기실 농민소설로서 그다지 높이 평가를 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이전 작품들에 비해 “현저한 진경이 있는” 것을 인정하면서 장차 대성할 것임을 믿는다고 전재하고 있다. 그런데 심훈이 요절하고 말았다. 벽초는 “직녀성” 서문에서 심훈이 “그 걸작에 서문을 짓지 못하고 죽을까 겁하였더니, 어찌 뜻하였으랴, 나이 손위요 병이 많은 내가 뒤에 남아서... 예정한 여러 편의 서문을 마감할 줄이야”라고 애통해 하였다.

홍기문(1903~92)은 누구인가. 벽초의 장남으로 월북한 국어학자다. 30년대 우리나라 학예운동이던 언어와 역사, 민속 등에 대한 조선학 운동을 당시 문일평, 신채호, 안재홍 등과 왕성하게 펼친 지식인이기도 했다. 35년 조선일보 학예부장으로 입사한 그는 40년 8월 신문이 일제에 의해 강제폐간이 될 때까지 우리네의 풍속, 지명, 말의 유래와 의미를 설명하는 연재물을 계속하여 썼다. 조선문화총화(46년), 정음발달사(46년), 조선문법연구(47년)등의 책이 지금도 전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1987년. 심훈의 셋째아들 심재호는 미국에서 노모(당시 75세)와 함께 북한으로 큰아들 재건( 56세)을 만나러 간다. 6.25동란 중에 잃어버렸다는 자식을 평양공항에서 부둥켜 껴안고 돌부처가 되어버린 모자(母子). 또 88년에는 그곳에서 벽초의 아들 홍기문 선생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방대한 “이조실록”을 원본대로 완역했다. 그가 만나 하는 말이, 모진 세월의 강을 쉽게도 넘어 건너왔다. “역시 심씨 얼굴이 있군”이라고. 그는 37년 10월에 유작 “직녀성”을 읽고서 조선일보에 비평을 쓴 일이 있기도 했다. [*심재호가 쓴 “37년 걸린 길”(죽산, 88년)은 가족상봉을 겸한 북한기행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