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보호대상자가 118만원어치 구매
생활보호대상자로 합덕읍 운산리에 거주하는 김정숙(66. 가명)씨는 슬하에 자식이 없어 평생을 외롭게 살아왔다. 작년 가을 무료공연을 보여준다며 합덕을 찾은 ‘여성극극단’에서 58만원짜리 건강보조식품 2박스를 구매했다. 얼마동안 약을 먹었지만 효능이 없어 먹기를 그만뒀다는 김씨는 지금 16개월 할부로 구매한 약값을 내는 게 여간 힘들지 않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머리가 자주 어지러워서 약 먹으면 낫는다길래 샀어. 혼자 사니까 몸뚱아리 하나 있는 거 챙겨야 하잖아. 그런데 요즘은 돈 갚을 생각에 더 신경이 쓰여.”
건강보조식품 구매로 고부갈등 생겨
회사원 이동건(39, 가명)씨는 퇴근하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며칠 전 노모가 동네 어른들과 읍내로 약장사 구경을 갔다가 30여만원짜리 건강보조식품을 사 갖고 오셨기 때문이다.
이동건씨는 어머니께 간단히 핀잔을 주고 말았지만 아내는 그게 아닌 것 같다.
“난 두부 한 모 살 때도 손을 벌벌 떠는데, 어머니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저렇게 약을 사오실 수 있어요? 정말 속상해 죽겠어요.”
집안에 찬바람만 쌩쌩 불어 바늘방석이 따로 없다.
상품 구매시 현명한 판단 필요
교환·환불은 10일이내면 된다
당진읍을 비롯한 군내 곳곳에 노인들을 대상으로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곳이 성행하고 있다.
주로 노인층을 대상으로 무료 공연을 보여주고 건강보조식품을 비롯 건강기구, 생활필수품 등을 판매하는 이들은 속칭 ‘약장사’로 불리며 노인들의 소비를 충동질하고 있다. 구경만 해도 비누, 화장지, 설탕 등을 경품으로 주고, 노래자랑과 연극공연 등을 진행해 공짜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이들의 판매전략은 당장 할 일 없는 노인들에게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문제는 필요에 의해 건강보조식품을 구매하는 사람보다 당시 분위기나 판매업자들의 감언이설, 때로는 강매로 상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생활보호대상자 김정숙씨는 “그 사람들이 내가 아픈 곳을 어찌나 잘 집어내는지 그 말에 넘어갔다”며 구입경위를 설명했다. 김씨는 얼마동안 약을 복용했으나 판매업자들의 말처럼 효능이 나타나지 않아 약은 그대로 둔 채 매달 할부값만 지불하고 있다.
또 자식문제에 약한 노인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당진읍 김영애(70)씨는 “약장사들이 약을 구입하는 사람은 ‘효자아들 두셨네’라며 치켜세우고, 약을 구입하지 않는 사람은 ‘그런 아들 키워 뭣해요’라며 창피를 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며 “그런 소리 들으면 무리해서라도 하나 사게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들·며느리를 생각해 구입한 건강보조식품은 이동건씨의 경우처럼 오히려 가정불화의 불씨가 되기도 해서 애물단지가 되어버린다. 건강보조식품은 물질적인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신고부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현재 A마트 맞은편에서 무료공연장을 운영하며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고 있는 ‘편옥춘 민속국악단’의 편옥춘 단장은 “사업자등록증, 방문판매증, 공연장등록증 등 모두 갖추고 있다”며 적법한 절차로 장사를 하는 점을 강조하고 “하나의 판매전략으로 경품을 제공하는 것이고, 구매한 상품은 10일 이내에는 환불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강보조식품 판매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 “간장이 필요한 사람에게 간장을 사라고 말하는 것이 문제될게 뭐냐”고 반박하며 “오히려 집안에서 외롭고 쓸쓸한 어머니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제공하니까 상을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판매하는 건강보조식품 역시 최고 55만원으로 고액이어서 용돈을 타서 쓰는 노인들이 쉽게 구입하기에는 무리한 액수이다.
피해는 일파만파 번져가지만 뾰족한 대안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에 관해 당진군 보건소에서는 “제보가 들어와 현장에서 물품을 수거해 검사를 의뢰해 봤지만 허가된 적합한 물품이어서 단속할 수가 없는 형편”이라고 말해 사실상 노인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없다고 밝혔다.
노인들의 현명한 구매와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조영미 기자 ymcho@dj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