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하원이(김하원, 우)는 요즘 기분이 너무 좋단다. 일본 친구와 같이 살고 있는 게 너무 재미있다는 하원이. 하원이와 하원이를 기분 좋게 하는 일본 친구 유리꼬(사또 유리꼬, 좌)를 만나기 위해 늦은 밤 하원이네 집을 찾았다.
“오늘은 유리꼬와 시내 구경을 갔어요. 내가 유리꼬한테 공책을 선물해 줬어요. 저도 유리꼬한테 선물 받았거든요.”
서로 선물을 교환했다며 기자에게 각자 받은 선물을 보여주는 두 친구는 마주 보며 방긋 웃는다.
유리꼬는 당진중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온 이와테현 이사와조 오야마 중학교 3학년 학생이다. 유리꼬가 느낀 한국은 “친절하고 흥미로운 한국”이라고 한다. 아마 하원이가 옆에서 늘 같이해 줬기 때문에 그런 인상을 받지 않았나 싶다.
“오늘의 메뉴는 ‘피자’에요.”
하원이 엄마 이희복(41)씨는 저녁 간식거리로 피자를 준비했다.
“처음에는 유리꼬가 한국 음식을 못 먹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해 주는 음식마다 다 잘 먹더라고요. 맛있게 먹어주니까 고마워요.”
“맛있어요!”
뜬금없는 유리꼬의 한 마디에 가족 모두 크게 웃는다.
한국 생활이 처음인 유리꼬 만큼이나 일본하면 옛날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역사나 꼭 이겨야 하는 상대국만 떠올렸던 하원이네 가족도 유리꼬가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같이 생활해 보니 딸 같이 천진한 모습에 이제는 차츰 정이 들고 있다.
“일본인과 이렇게 가까이서 지내기는 처음인데, 가족들 모두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아버지 김현식(46)씨도 유리꼬와 같이 지내는 것이 싫지 않은 기색이다. 지구본을 가져다 놓고 유리꼬가 사는 일본을 가리키며 궁금한 것을 묻기도 하고, 한국 식탁이 낯설 유리꼬에게 수저도 손수 챙겨주신다.
“하원이랑 유리꼬가 서로 잘 통하는 것 같더라고요. 대화는 안통해도 방에서 ‘까르르’ 웃기도 하고 책도 보고 그러더라고요. 우리는 유리꼬와 대화할 때 하원이를 통해서 한다니까요.”
일본어를 할 줄 모르는 하원이는 학교에서 배운 영어로 유리꼬와 대화한다. 그러나 가끔 영어로도 의사소통이 안되면 전자사전을 이용한다고 한다.
“아빠가 공부하라고 사준 전자사전인데, 유리꼬와 대화할 때 요긴하게 쓰고 있어요. 그런데 가끔 사전에 없는 말이 있으면 대화가 안돼서 안타까워요.”
이야기하는 내내 유리꼬와 하원이는 떨어질 줄 모른다.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처럼 말이다.
간식을 먹고 하원이와 유리꼬가 방으로 들어왔다.
둘이 있을 때는 같이 피아노도 치고 서로의 앨범을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유리꼬도 가족사진이 있는 작은 포켓 앨범을 가져왔다) 사진으로나마 유리꼬 가족을 소개받으며 하원이는 7월에 유리꼬네 집에 갈 것이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말한다.
15살 소녀들에게 빠질 수 없는 이야기 중 하나는 연예인 이야기다. 두 소녀가 연예인 이야기를 시작하자 얼굴 하나 웃음이 가득하다. 유리꼬는 한국 가수 중 ‘보아’를 좋아하고, 배우로는 ‘윤손하’를 좋아한다고 한다. 또 축구선수 ‘안정환’도 좋아한다고 말하는 걸 보니, 유리꼬가 우리나라 중학생인지 일본 중학생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난 안정환 싫어해”
하원이가 안정환 선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둘은 또 한번 웃는다.
장래 한의사가 되고 싶다는 하원이와 통역사가 되고 싶은 유리꼬가 그렇게 우정을 쌓아갈 동안 밤은 깊어갔다. 두 친구의 웃음 속에는 과거 한·일 관계가 가진 어두운 면이나 한·일전에서 꼭 이겨야 할 대상이 되는 그 나라는 없었다. 다만 벌써부터 떠나보낼 생각에 아쉬운 하원이와 헤어지는 것이 안타까운 유리꼬의 소중한 지금 이 순간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