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차 안에서 바깥 풍경을 보고 있으면
주말에 훌쩍 기차여행이라도 떠나온 듯한 기분이 든다
끊길듯 이어진 산길을 따라가면 간이역 하나 없이도 의젓이 앉아있는 기차 두 량. ‘차브민’이란 민박집을 찾아간 것은 하늘이 뿌옇게 흐려진 오후쯤이다.
송산면 가곡리에 자리한 이 곳은 그림을 그려놓은 듯 아름답다. 넓은 들 끝으로 운치있게 서 있는 나무들, 다른 한 켠엔 석문방조제가 눈앞에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기차 안에서 바깥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주말에 훌쩍 기차여행이라도 떠나온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마음을 한없이 편하게 해 주는 허브차 향. 다시 밖을 내다보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풍경들.
‘기차와 허브 그리고 민박’을 줄여 만든 이름 ‘차브민’ 기차 두량 중 한 량은 허브찻집으로, 한 량은 민박을 위한 방으로 꾸며졌다.
이 큰 기차를 어떻게 산자락까지 옮겼는지 언뜻 봐선 이해가 가질 않았다. ‘차브민’으로 들어오는 길은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산길이고 이 곳으로 들어오는 다른 길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연자(48)씨는 기차를 옮기는데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한다. 차브민 뒷쪽에 있는 산의 나무를 쳐 내고 길을 만들어서 들여온 다음 다시 그 길을 덮어 없애고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러니 기차가 들어온 길이 감쪽같이 없어진 것이다.
이 일은 100톤급 크레인이 동원된 대작전이었다.
대강의 인테리어까지 끝낸 다음은 남편 이근주씨의 손재주가 발휘될 차례였다.
직장에 다니는 이근주씨는 새벽시간과 저녁시간을 활용했다. 피곤할 만도 한데 이근주씨는 신이 나서 일을 했고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이렇게 해서 차려진 민박집에는 방이 세 칸이다.
민박객은 보통 주말에 찾아온다. 한 칸에 5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으니 계산상으로는 한 주에 15명을 들일 수 있지만, 한 일행이 방 두개 정도를 차지하면 나머지 방은 더이상 사람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찾아 온 손님들이 최대한 편하게 머물다 가게 하기 위한 배려인 것이다.
방 한 칸 값은 손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조연자씨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일본 속담에 손해를 보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라는 말이 있죠. 손님들을 최대한 편하게 배려하면 다음에 다시 찾아오게 되고 자연스럽게 소문도 퍼져 장기적으로 보면 이렇게 하는게 훨씬 이익입니다.”
민박은 여행의 여독을 풀 수 있도록 편안해야 한다. 조연자씨의 따뜻한 배려와 함께 민박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허브차다. 허브에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조연자씨는 일본에서 공부할 때 허브를 키웠다. 이때 허브의 매력에 빠져 한국에 돌아오면 허브농원을 하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지금은 꿈이 현실되어 민박을 하러 온 손님에게 향 좋은 차를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허브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전혀 몰랐다. 꾸준히 공부를 하고 실험을 한 끝에 지금은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허브에 대한 공부를 중단하지 않고 있다. 2~3년 정도 실험을 거쳐 몇 가지의 허브를 섞어 차를 만들기도 하고, 올 5월쯤에는 허브칼국수, 허브비빔밥 등 퓨전음식을 개발해서 내놓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허브를 향한 조연자씨의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차브민에서는 허브를 이용한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다. 이 곳에서 직접 키운 허브를 이용해 비누를 만들거나 양초공예를 배우는 등 찾아온 손님들은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허브는 6~7월부터 가을까지가 향이 좋다. 이때쯤이면 차브민 주변은 허브향으로 뒤덮인다.
라벤다, 로즈마리, 세이지, 오레가노, 레몬밤, 민트…. 많은 종류만큼이나 허브의 이용가치 또한 크다.
허브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향기지만 사람들에게 주는 혜택 또한 다양하다. 허브는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는가 하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역할도 하며 기억력을 좋게 해 주는 허브도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요긴하게 쓰이는데 고기냄새나 비린내를 없애는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조연자씨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허브를 알리기 위해 동화책 형식의 책자를 만들어 나눠줄 예정이다.
기차여행을 하듯 하루하루를 허브 향과 함께 생활하는 이근주·조연자 부부의 삶,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삶도 아름답지만 꿈을 이루고 그 꿈을 더욱 키워나가는 이들의 삶 또한 아름답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늑한 풍경 속을 달리는 기차와 허브향 물씬 풍기는 이근주·조연자 기관사와 함께 올 여름엔 근사한 주말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이필용 기자 pylee@dj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