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김용택

출판사 / 창작과비평사

값 / 5,000원

신형철/한보철강공업(주) 근무

한 편의 시로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는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올랐다

자연과 인간은 서로 뗄 수 없는 상호의존적 관계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멀어질수록 이기주의적인 삶에 의존하고, 이로 인해 공존의 가치가 붕괴되는 냉엄한 현실 앞에서 자아성찰의 기회를 차츰 상실한다. 세계에 대한 인식이 사라진다는 것은 드높은 인간정신의 경직을 의미하며 무의식적인 관념은 일상생활에 반복과 순환을 거듭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비취빛 강물과 나무, 이름 모를 들꽃들이 깊은 호흡을 내쉬는 섬진강에서 김용택 시인은 순박함을 잃지 않고 자연과 자아의 통합 그리고 농촌 삶의 애환을 경험의 진실성에 근거해 서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현대감각과 존재관이 안이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실험이나 허무주의가 만연한 시단에서 이처럼 순도 높은 그의 시 세계는 일품이라고 생각한다.

김용택 시인의 첫번째 시집 『섬진강』은 나에게 많은 자극을 준 시집이다. 후반부에 산문시와 전통양식을 재현한 시가 있어 좀 따분함을 주기도 했지만 섬진강의 아름다움과 농촌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은 습작하는데 좋은 지침서가 되기도 했다.

요즘 들어 자주 ‘섬진강’을 펼쳐본다. 꾸밈없고 진솔하게 살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 연유한 것일까. 펼쳐보면 물안개가 자욱한 맑은 강물이 가슴깊이 밀려오는 듯 하다. 한동안 읽다보면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을 움켜쥐고 사원아파트 옆 논둑으로 나간다. 일렁이는 바람, 속삭이는 새싹들.

한편의 시로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는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올랐지만, 이제 나는 넓은 강이 되고 싶다, 나무가 되고 싶다, 풀잎이 되고 싶다. 그리하여 사람과 사람사이 곱게 맺힌 한 방울의 이슬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