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의 여파가 우리 경제에 커다란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온 국민들은 지금의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잠시도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된다.

오늘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무엇보다도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생활 속의 에너지절약 자세이다. 지난 몇 개월 간 고유가 상황으로 에너지절약의 필요성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심각한 에너지위기가 닥쳤음을 느끼게 할만한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도심가는 새벽녘까지 불야성을 이루고 있으며, 도로에는 나홀로 차량들이 가득하다.

물론 에너지를 안 쓰는 것만으로 현재의 사태를 극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무리 효율이 높은 기기를 개발하고 획기적인 제도를 도입해도 우리 마음속에 에너지절약의 당위를 인정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없다면 역시 무용지물이다.

지금까지 꾸준한 에너지이용 합리화사업을 통해 우리나라의 에너지이용효율도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산업체에서는 약10%, 그리고 가정에서는 약 20%의 에너지 절약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번 이라크전쟁에 대응해 에너지관리공단에서는 전기, 가스 등 에너지를 절약하는 가정과 산업체를 대상으로 요금의 일부를 돌려주는 에너지절약 캐쉬백 제도 등을 시행해 강제적인 규제보다는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도록 시책을 추진해왔다.

제도적인 통제는 항상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게 되며, 이러한 부작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이다. 기업가로서, 근로자로서, 또 가정주부로서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실천에 옮긴다면 강제적 제도의 필요성은 한결 줄어들 것이다. 온 국민이 위기의식을 갖고 보다 성숙한 자세로 지금의 미국과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경제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때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량의 97%를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다. 유가변동에 지극히 민감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유가가 조금만 올라도 전 산업에 직접 영향을 미쳐 경제 전반이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국제유가가 1달러 오를 경우 무역수지가 7억 5천만 달러 악화되고 경제성장률도 0.1%포인트 하락하게 된다. 국내 기름 값도 0.7%포인트 가량 상승해 생산원가와 물가가 각각 0.3%포인트, 0.17%포인트 오른다는 것이다.

그러한데도 국내 에너지 소비량은 우리 경제규모에 비해 너무 과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000년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인구는 각각 세계 12위, 26위였는데 에너지 소비량은 1억9천2백만TOE(석유환산 톤)로 세계 10위권에 올라 있다.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석유의 경우 세계 4위의 수입대국이며, 소비도 세계 6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해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1.8%)와 전세계(1.5%) 평균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는 분에 넘친 다량의 에너지 소비국이므로 경제안정을 위해서는 국제유가 변동에 덜 민감한 경제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하며, 에너지 절약활동도 강력하게 펼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에너지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지구촌 환경문제가 전 세계 통상 이슈로 번지고 있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버팀목 구실을 하는 제조업도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왜냐하면 유럽연합(EU)을 주축으로 하는 선진국들은 세계무역기구 도하개발 아젠다 협상의 핵심의제로 환경을 들고 나오고 있는데다, 지구 온난화 현상을 막기 위해 기후변화협약을 통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의 의무적 감축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30여년 전에 겪었던 석유파동을 상기하면서 IMF위기 속에서 온 국민이 한데 뭉쳐 난관을 헤쳐온 것과 월드컵을 통해 전 세계인에게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줬 듯이 지금 우리 앞에 닥친 에너지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나가기 위해 보다 성숙한 자세로 경제 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