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중학교 1학년 김유영
초등학교 2학년, 그 어릴 적엔 새 학년이 된다는 기쁨보다는 새로운 선생님을 만난다는 기쁨이 나를 더 즐겁게 했던 것 같다.
봄방학이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되는 어느 날이었다.
나는 2학년 2반에 배정되었고 같은 반에 배정된 친구들과 손을 잡고 우리와 함께 1년을 하실 선생님을 기다렸다. 그 때 맨 끝에 서 계시던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는데 얼굴엔 검버섯과 주름살이 가득했고 옷도 낡은 양복을 입으신 분이었다. 나는 그 할아버지 선생님만은 제발 우리 반을 맡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었다. 그런데 그 분께서 우리 반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오시는 것이었다. ‘아니겠지, 아니겠지, 우리 반은 아닐 거야’ 하고 부질없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분의 발걸음은 분명 한 치의 오차 없이 우리 반을 향하고 있었다. 그 분이 맨 앞에 있던 아이의 손을 잡고 웃으시는 그 순간, 나는 절망했다.
반 배정이 있었던 그 날이 지나고, 뾰루퉁한 모습으로 학교에 간 나는 놀라고 말았다. 선생님께서 우리를 한 명 한 명 웃음으로 맞아주시고 계신 것이었다. 그 때 나는 문득 예감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젠 내가 그 분의 겉모습만 보고 섣불리 판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분에게 마음의 문을 열 자신이 생겼다.
그렇게 하하호호 웃으며 공부하는 사이, 어느덧 나는 그 분에 의해 많이 자란 것 같았다. 하루하루 학교 가는 게 즐거웠다. 우리들을 아껴주시고 귀여워해 주시는 조창호 선생님이 우리 곁에 계셨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1학년 때부터 신던 노오란 실내화가 하나 있었다. 별과 요정이 그려져 있는, 아주 아끼던 실내화였는데 신은 지 1년 쯤 되자 신발이 떨어져 버렸다. 나는 맨발로 다닐 수도 없고 해서 선생님께 말씀드렸는데, 선생님은 책상 속에서 망치와 못을 꺼내셨다. 그리고 더러운 내 실내화를 맨손으로 잡으시더니, 먼지가 당신의 흰 와이셔츠에 묻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그 떨어진 부분을 쾅쾅 박아주셨다. 단단히 박혔는지 그 곳이 다신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그 실내화를 5학년때까지 신었다.
그 해 겨울, 우리 학교 운동장은 말 그대로 눈으로 뒤덮였다. 선생님은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얘들아 눈이 꼭 꽃송이 같지?” 하셨다. 그 때 우린 눈밭에서 뒹굴며 놀고 싶은 마음에 “네!” 하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 선생님은 미소를 지으시더니, “좋아, 나가서 한번 눈싸움 해볼까? 하하” 하시며 문을 박차고 나가셨다. 선생님을 선두로 우리도 함께 뛰어나가서 놀았다.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고... 흰눈처럼 순수했던 겨울이었다.
기나긴 겨울방학이 끝나고, 선생님은 정년퇴임을 하셨다. 나이도 차셨을 뿐더러, 이젠 힘에 부치시는 듯했다. 그래도 “이젠 너희의 푸른 미소를 볼 수 없겠구나.” 하시며 그 특유의 구수한, 구릿빛 미소를 지으셨다.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내 할아버지와 같았던 그 분을 볼 수 없다는 건 어렸던 나로선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었다.
그렇게 슬픈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왔다. 그 때는 할아버지 선생님 대신, 예쁘신 여선생님이 우리 곁에 있었지만, 조창호 선생님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직도 저녁 오후, 물끄러미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 하늘과 같은 푸른 미소와 내 코끝을 간지럽히는 아기 바람과도 같은 선생님의 부드러운 손길이 그리워진다.
“조창호 선생님, 건강하시죠? 저 유영이는 선생님의 가르침 앞에 올바르게 성장했답니다. 너무 그립습니다. 선생님, 너무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