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산면 당산리, 길 옆에 작은 비각이 서 있다. 양쪽에 비각을 비호하고 있는 듯한 향나무 두 그루가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는듯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비각 안에는 孺人密陽朴氏孝烈碑(유인밀양박씨효열비)라고 씌어진 비석이 오랜 침묵의 세월을 버텨내고 있다.
1년에 몇번씩 해마다 이 비각을 찾아와 벌초를 하고 주변을 말끔히 정리하는 이가 있다. 올해로 96세가 되는 정무완 할머니가 바로 그 사람이다.
효열비의 주인인 박씨부인은 정씨 집안 외아들에게 시집을 왔다. 시부모님과 남편을 극진히 모시며 살던 그녀에게 모진 시련이 닥쳐왔다. 자식 복이 없었는지 첫 아이를 유산하고 난 후, 박씨부인은 몸이 약해 두 번째 아이까지 지워야만 했다.
가혹한 운명은 박씨부인을 막다른 길목까지 몰고갔다. 21살이 되도록 글만 읽으며 살던 남편이 젊은 나이에 홧병으로 죽은 것이다. 박씨부인은 스스로 목을 매어 남편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나이 22살, 너무도 아까운 나이였다.
정무완 할머니는 박씨부인의 시누이다. 할머니는 신평면 도성리에 사는 양아들 이석준씨 집에서 살고 있다. 아흔여섯의 나이에도 바깥일을 척척 할만큼 건강했던 할머니, 이번에 당진군에서 비각을 보수한다는 말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가 벌초를 하고 온 할머니는 등살이 결리다며 누워 있었다. 할머니는 효열비에 얽힌 사연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산증인인 셈이다.
집안의 마지막 생존자로서 평생동안 올캐의 비석을 지키며 살아온 할머니, 각박한 인심이 만연한 요즘 세대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필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