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가을에 유럽을 여행한 일이 있다. 오스트리아, 스위스, 체코, 독일,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기차로 갈 수 있거나 자동차로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인접국가들이다.
알프스 산맥 중턱에선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집들과 목장들이 그려내는 절경에 탄성을 연발하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그만 날이 저물었다. 아 이제 또 아름다운 야경을 보게 되었구나 하며 크게 기대했는데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으니 유럽의 밤은 그냥 밤이었다. 농촌은 밤에 불을 켜놓은 집이 거의 없었으며 선진국의 큰 도시들, 비인, 츄리히, 뮌헨, 프라하 등도 별로 환하지 아니했다. 몇 군데 거리를 빼놓고는 어둠침침하여 대낮같이 밝은 우리나라 도시들과 큰 대조가 되었다.
우리 나라는 심지어 농촌까지 그야말로 불야성 아닌가. 아마 세계에서 제일 환하게 불을 켜놓고 떵떵대는 나라가 우리 나라인 것 같다.
오스트리아 비인대학에 유학중인 막내 아들의 셋집에서 저녁에 방이 너무나도 어두워 밝게 불을 하나 더 켰더니 아들 녀석이 깜짝 놀라며 그렇게 살면 전기세 감당 못한다며 황급히 불을 줄인다.
전기 사용료가 무척 비싸서 모든 국민들이 전기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며 좀 어두워도 별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처음 며칠은 답답했지만 얼마 안가서 익숙해졌는데 여행을 마치고 우리 나라에 오니 대낮같은 밤거리에 눈이 부시고 휘황찬란한 네온싸인과 거리 상점 윈도우의 호화로운 조명을 보며 또다시 익숙해지고 말았다.
그 어느 집이든 전기 먹는 하마들, 가전제품들이 즐비하여 우리 나라 회사 중 한전만큼 돈을 잘 버는 곳이 없다는 말은 허사가 아니다. 에너지 자원의 97%를 해외수입에 의존하며 석유소비는 세계 6위, 에너지 소비 세계 10위의 에너지 과소비국 다운 모습이다.
작년에 정부에서 발표한 ‘전력수급계획’은 공급 위주의 정책으로 국민들에게 전력을 무제한 공급함으로써 과소비와 낭비를 조장하고 있다.
2015년에 우리 국민 1인당 전력 소비량은 8,500kwh로 국민소득이 우리의 2배인 영국의 5,556kwh보다 훨씬 높고 국민소득이 우리의 3배인 일본의 7,557kwh보다도 높다.
우리도 선진국들처럼 전기를 덜 쓰고 좀 어둡게 살 필요가 있다. 발전소를 자꾸 짓고 확장하여 무한정 전력을 공급하려는 잘못된 발상도 고쳐야 한다.
말하기 싫은 제안이지만 전기 사용료를 인상해서 전기를 아끼는 의식을 유도해야 한다.
환경을 망가뜨리는 화력발전이나 원자력에 의존하는 발전정책을 과감하게 바꾸어 풍력이나 태양열을 이용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석문방조제 등에 풍력발전시설을 만들 계획이 발표된 것은 퍽 고무적인 일이다.
아울러 당진화력발전소의 대형화는 그 계획을 백지화하여 현재의 4호기만으로 그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기 사용료를 높게 올려서라도 전기 소비량을 줄이고 더 크게 지으려는 발전소 증설계획을 중단하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