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충우돌 강아지 5대와의 동거생활
서로가 원하는 것, 눈빛만 봐도 알아요
지난 7월4일 이영희씨 가족에게 경사스런 일이 생겼다. 강아지(요크셔테리어) 4대와 함께 생활해 온 그녀의 집에 새로운 식구가 3마리(?)나 늘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늘 혼자였던 아들을 위해 강아지를 기르기 시작했다는 이영희씨는 어느 새 7년이 넘게 견공들과 알콩달콩 동거생활을 하고 있다.
처음 봤을 때부터 한눈에 들어왔다는 코코는 요크셔테리어 집안의 대부이다. 최고령자답게 이해심이 많고 착하다. 강아지들이 일을 저지르고 야단을 맞을 때, 다들 도망가기 바빠도 코코만큼은 남아서 총대를 맨다. 노래방을 경영하고 있어 새벽에 늦게 들어오는 주인을 한결같이 기다리는 것도 코코, 견공집안의 어른답게 의리도 만점이다.
7마리의 강아지들이 집안을 돌아다니다보면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수시로 사고를 치는 강아지들, 어떤 때는 침대에 실례를 하는 일도 있어 이 집 침대는 샤시로 특수제작해서 높이가 1미터가 훨씬 넘는다.
이 집안의 서열 2위 아코는 강아지들 중 가장 영리하다. 아코의 주특기는 문 받침대를 앞발로 열고 다니는 것이다. 다른 강아지들은 모두 머리로 문을 밀고 다니는데 아코만 문을 고정시키는 받침대를 사용하는 것이다. 한번은 시어머니가 이 문 받침대를 반대로 달았다가, 아코가 문 앞에서 하루동안 꼬박 시위를 하는 바람에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은 일도 있었다.
이영희씨는 개가 새끼를 나면 한마리만 남기고 나머지는 아는 사람들에게 분양을 해준다. 이영희씨가 남기는 강아지는 가장 약하게 태어나는 암컷이다. 분양을 했다가 자칫 죽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키웠던 강아지가 어디를 가든 잘 살기를 바라는 이영희씨의 넓은 마음이 정겹다.
삼세는 오코가 죽고 나서 얻은 늦둥이다. 천방지축에 욕심이 많은 삼세는 뽀뽀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오코가 낳은 공룡이 있지만 늦게 낳은 바람에 가장 어렸던 삼세는 그동안 귀여움을 독차지했었다. 그러나 좋은 시절은 빨리 가기 마련인 법, 공룡이 올망졸망한 새끼 세 마리(희야, 철세, 베어)를 낳고 난 후로는 찬밥신세다. 샘이 많은 삼세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뒷전으로 밀려난 게 억울한지 태어난 지 얼마 안되는 강아지들을 괴롭힌다. 특히 철세에게는 깔고 앉고, 밟고 다니고 갖은 심술을 다 부린다.
공룡은 이름 그대로 겁이 없다. 다른 강아지들은 미용실이나 병원에 데리고 가면 주눅이 들어 꼼짝 못하고 있는데 공룡만큼은 다르다. 수의사 앞에서도 기세등등하게 짖어대는 공룡은 여장부 중의 여장부다. 그러나 어미가 없어 귀엽게만 키워서 버릇이 없는 것이 흠이다.
아코는 현재 상상임신 중이다. 원래 예민한 성격인 아코는 이번에 새끼를 낳은 공룡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아코는 공룡의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기도 한다고 한다.
눈치는 사람 이상이어서 컨디션이 안좋은 가족이 있으면 핀잔을 들을까봐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강아지들 때문에 이영희씨 가족은 더욱 화목하게 되었다. 이른바 공동관심사가 생긴 것이다. 어디 나갔다 오면 강아지 안부 먼저 물을 정도로 온 가족이 강아지를 한 식구로 생각한다. 특히 대학 기숙사에 있는 딸이 오는 날이면 강아지들이 모두 그 쪽으로 달려간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 때문에 한 시도 떨어질 줄 모른다. 그 때가 되면 이영희씨도 잠시 강아지들에게서 해방된다.
오랫동안 강아지를 키워 온 이영희씨는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요긴한 얘기를 해 준다.
개를 데려오기 전에, 어린 아이가 있는 집은 가급적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것이 좋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에게 해가 가기 때문이다.
강아지를 데려오려면 1달 반에서 두 달정도 된 강아지가 적당하다. 강아지는 한달쯤 되면 가장 귀여울 때지만 아직 어미 젖을 떼기 이른 때이고 너무 어려서 사람들의 손을 많이 타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 반대로 너무 늦게 데려 오면 전 주인에게 길들여져 있던 강아지는 눈치를 보고 구석에 숨는 등 빨리 적응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예방접종은 3개월까지 하면 되고, 강아지가 아프면 그 때마다 병원에 데리고 갈 필요는 없다. 이영희씨는 강아지가 설사를 하면 숯가루를 먹이고 과식을 하거나 배가 아프면 손으로 배를 쓸어내려 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등 민간요법을 쓰고 있다. 그리고 젖을 떼기 바로 전에는 어미젖과 이유식(사료를 물에 불려 딱딱하지 않게 준다)을 교대로 먹이다가 점점 딱딱한 사료를 준다.
이영희씨에게 강아지는 애완견이 아니다. 쓰다듬고 껴안아 주기도 하고, 아옹다옹 싸우기도 하면서 오랫동안 함께 해 온 7마리의 강아지들은 이영희씨와 함께 알콩달콩 살아가는 한 식구다.
이필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