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에 내리기 시작한 눈이 하지에 이르러 녹기 시작한다는 설악산은 설산 또는 설봉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산이 모두가 기암괴석이라 기암이 전체인 듯한 설악산(雪嶽山, 1708m)은 대청봉에서 미시령에 이르는 공룡능선을 중심으로 동으로는 외설악이며 서쪽으로 뻗어내린 산들은 내설악에 속한다.

100개에 달하는 소와 담이 연이어 백담사 계곡이라 부르는 내설악 초입 계곡을 따라 대청봉을 향하여 4시간 가량 오르면 하늘을 찌를 듯이 웅장하게 솟아오른 기암이 흡사 용의 이빨을 닮은 듯, 57개에 달하는 암봉이 대청봉을 향하여 마치 성을 쌓아놓은 장성 같으니 이 곳이 흔히들 용아장 성릉이라 부르는 태고의 신비가 살아 숨쉬는 천혜능선이다.

또한 이 능선을 중심으로 좌측은 가야동계곡이며 우측은 구곡담 계곡이다. 이 계곡이 가을 찬서리에 나뭇잎이 붉게 물들 때면 그 현란함이 필경 오색실을 꼬아놓은 듯 하니 이 곳이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단풍 제일경인 양대계곡이다.

처음 산에 오를 때는 그저 산이 좋아서 또는 산의 묵묵함에 매혹되어 산을 찾지만 그 횟수가 더할수록 명산탐방에 욕심을 부리게 된다. 그 첫째는 지리산 종주요, 둘째는 설악산 공룡능선이며, 셋째는 용아장 성릉을 동경하게 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지리산 종주와 공룡능선은 안내자가 없어도 산행이 가능하지만 용아장 성릉은 그렇지 않다. 경험자와 동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으며 필히 갖추어야 할 장비를 준비해야만 가능하다. 암반 2급에 준하는 암릉 길이라는 점에서 더욱 어려운 코스라 할 수 있다.

이 길은 한마디로 밀도 높고 웅장한 암봉의 숲이며 오직 한 길만의 등산로로 이어진다. 인간의 발길을 거부한 신선의 세상에 들어서는 듯한 산이다. 암릉 능선을 따라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올라서면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암벽이 서 있고 그 곳을 넘어서면 성곽의 여담을 보는 듯한 짜릿한 자연성곽이 다가서니 그 오묘함은 가히 우리나라 제일의 산다운 다채로운 위용을 자랑하는 험준한 산이다.

용아장 성릉을 다녀 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상향의 마을을 다녀오는 듯한 느낌과 신선의 세계에 들어섰다 돌아온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 산 전체가 흰 백색 화강암 암반이며 기암괴석이 무수하고 골이 깊고 깊어 들어가면 되돌아오는 길이 가는 길보다 어렵게 느껴진다. 물 한 모금 구할 수 없는 산은 시간이 더할수록 첩첩산중이며 그 곳이 그 곳 같다. 위를 바라보면 기암의 절묘함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고 다시 내려다보면 바위 조각이 꽃 장식을 두른 듯하니 귀봉의 수려함이 가히 암봉 제일이다.

또한 공중에서 동아줄을 타는 듯한 기분으로 시작되는 암릉길은 지명만큼 실감나는 길이다. 잠시라도 다른 생각할 틈이 없는 길이며 앞을 바라보면 칼등같아 갈 길이 보이지 않고 지나온 길을 다시 돌아보면 어떻게 저 길을 지나왔는지 너무 신기하게 느껴질 뿐이다.

초입에 들어서면 산세의 수려함에 탄성만을 자아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연속되는 깊은 암봉 숲으로 들어서 2시간 가량 소요되는 길을 지나가면 비슷한 길 3곳을 돌아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입가경이지만 이제 저 아름다운 절경도 한낱 그저 평범한 바위산에 지나지 않으며 추억에 남겨질 한 장의 사진 촬영도 싫어진다. 다만 저 봉만 넘어서면 끝이겠지 하는 기다림 뿐이다.

물은 바닥이나 목이 타오니 동료 물병만 쳐다보는 안타까운 마음은 우리나라 여느 산이 이러한 산이 있을까? 하늘을 가릴 듯이 웅장하게 뻗어오른 철옹성을 쌓아놓은 듯한 능선 밑둥을 돌아서니 길이 보이지 않으며 온통 암반이다. 어느 곳 하나 지리리본 달아놓은 곳도 없으며 해는 서산에 넘어서니 조급한 마음에 자세히 살펴본다. 급격한 암반 위로 희미한 족적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올라서니 25m 절벽 위며 전방을 바라보니 봉정암 사리탑이 보인다. 준비해 온 로프를 이용하여 암벽을 내려서 15분 가량 이동하다 다시 30m 정도의 암벽을 올라서려니 바위틈에서 물기가 새어나오는 너무 위험한 암벽이다.

그러나 그동안 터득한 경험으로 힘겹게 정상에 올라서니 이 곳이 산행의 마지막 정상이며 고행의 끝이다. 서로를 위로하고 수고했다며 손을 잡았을 때 그 동안의 어려움에 뭉클해져오는 가슴은 눈가에 반짝이는 물기를 비치니 애써 보이지 않으려고 먼 산만을 바라본다.

9시간 가량 소요되는 고행과 짜릿한 암릉길의 이곳이 트레킹 산행의 보이지 않는 마지막 관문이라 하니 산행경력 10년이 넘어 선 산꾼이라면 한번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산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굳이 안전을 생각한다면 권할만한 산행지는 아닌 듯 하다.

박 대 희 당진산악동우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