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연한 환상을 갖게 했던 놀이동산도, 화려한 조명 아래의 예쁜 인형도 내 것일 수가 없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매일 보는 똑같은 하늘과 산을 무던히도 지겨워했었는데 어느새 그 시간들이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삼십이 넘은 지금, 가끔씩 그 시간들을 떠올리며 ‘그땐 그랬었는데...’하는 제법 애늙은이 같은 그리움에 젖기도 합니다.
그 시절의 어린 나에게 늘 변치않는 친구가 있었다면 그것은 아마도 지천으로 널려있는, 그래서 이름조차도 모르고 잡초라 부르던 야생초였을 것입니다. 야생초는 어린 나에게 있어 소꿉놀이 친구였고, 놀이터였고, 그리고 먹을거리를 제공해 주는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일상에 쫓겨 유년의 기억이 희미해진 지금, 뭇 야생초들에 대한 사랑을 토해 놓은 일종의 고백서같은 『야생초 편지』를 읽으면서 그 정겨운 모습들과 잊혀진 이름들을 다시 한번 떠올려 봅니다. 쇠비름, 질경이, 닭의 덩굴, 강아지풀, 여뀌..... 언제부터인가 전부 잡초로 불리기 시작한, 그래서 더 이상 그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야생초들의 이름을 하나씩하나씩 불러보면서 잠시 유년시절로 돌아가 봅니다.
교도소 담 아래, 혹은 하수구 근처에 자라는 쓸모없는 하나에서도 그 소중한 가치를 찾아낸 작가의 풀에 대한 사랑과 섬세한 그림솜씨까지도 함께 감상해 보면 좋을듯한 책입니다.
이 영 광
호서중학교 국어교사
[야생초 편지]
·지은이 : 황대권
·출판사 : 도솔
·가 격 : 8,5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