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논둑길 포장이

그렇게 급합니까?”

“사람 다니는 길도 포장할 데가 수두룩한데 경운기 다니는 논길 포장이 그렇게 급합니까?”

7월22일 송악면 가교1리 도로포장공사 현장에서 이미 논둑길로 시멘트 포장공사가 진행된 현장을 지켜보던 주민들이 쏟아낸 말이다.

이 마을에선 마을을 관통하는 농로 660m가 한창 포장중이었다. 이 공사는 정주권 개발사업으로 7천5백만원이 투입돼 올 10월 완공을 목표로 추진중이다. 그런데 주 도로에서 곁가지 치듯 왼쪽으로 논둑길 20여m 가량이 말끔히 포장되어 있었다. 반면 반대편에는 서너채의 허름한 농가로 이어지는 길이 비포장으로 남아 있었다.

주민들이 발끈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포장된 논둑길은 경지정리를 하면서 농기계 통행을 위해 낸 길이었으며 포장하지 않더라도 농사 짓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만큼 잘 닦여져 있었다. 그러나 노인들만 살고 있다는 반대편 비포장 길은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드나들고 차량도 진·출입하는 말 그대로 생활도로였다.

어느쪽 길이 우선 포장되어야 하는지는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다. 게다가 포장된 논둑길은 사업량이 부족해 중간에서 끊겼다. 연차적으로 포장될 것이라고 하지만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길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가 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공연한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포장공사가 진행되는 상황을 보고서야 당장 필요치 않은 곳이 포장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은 공사 관계자들에게 수차례 잘못된 일이라고 얘기했으나 그들은 ‘설계대로 할 뿐’이라며 막무가내였다고 한다.

이같이 정작 그곳에 사는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곳이 사업대상에 오른 배경은 무엇일까.

공사시행청인 당진군 관계자는 주민대표인 마을이장의 의견을 전적으로 반영했다고 한다. 마을이장은 개발위원, 반장 등 대표들과 협의해 결정한 사항이라고 한다. 그러나 논둑길 포장이 이러이러한 이유로 사람사는 집앞보다 필요했다는 설득력있는 말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주민들에겐 분명 중요한 사업임에도 충분한 의견수렴없이 편의적으로 사업대상지를 정한 결과라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가장 객관·타당하게 시행되어야 할 공공사업을 이런 저런 이해관계에 치일 수밖에 없는 마을이장에 사업대상지 선정부터 전적으로 떠넘기는 당진군의 태도도 미덥지가 않다. 불특정 다수의 주민이 낸 세금이 누가봐도 타당한 사업에 쓰여지도록 냉철히 판단하는 역할은 바로 공무원이 할 일 아니냐는 한 주민의 말이 솔깃하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