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성 대

민주노동당 당진지구당(준) 위원장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나 한국전쟁, 그리고 군부독재 시기를 거치며 분출된 민중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끈질긴 염원은 최근 10여년간 민주주의를 형식적으로나마 상당하게 진전시켜왔다.

그런데 최근 유일무이한 힘으로 전 세계적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초국적 자본과 정치적 대행자 미국의 부시정권, 그리고 피라미드 하위정권으로 강요당하고 있는 각 나라의 정권들이 국민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들이 설정한 상황에 맞게 민주주의의 내용을 조절하고 있다.

이것을 우리는 신자유주의 정권, 신자유주의적 민주주의라고 부르고 있다.

이는 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가짜 민주주의’, ‘가진 자들의 민주주의’에 불과하다.

이러한 가짜 민주주의는 세계 민중의 삶을 가진 자들의 정치·경제적 이해를 위한 종속물로 전락시키고 있다.

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포화 속에서 죽어나가도 악의 축을 제거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쟁의 불가피한 결과로 강변하고 있다.

힘이 정의고 이를 거스르면 악인 것이 지금의 세계이다. 최근에 WTO의 시장개방 압력을 반대하며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농업 후계자 이경해 열사.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기본권인 파업 이후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엄청난 탄압. 그로 인해 자신을 죽임으로써 헤어날 수 없는 절망으로부터 탈출하려고 했던 김주익 열사.

민중의 목숨을 건 항거에도 불구하고 가짜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포장을 쓰고 당당하게 앞을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다.

지난 10월16일 민주노동당 협상단과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협상단의 공동 합의문이 발표됐다.

합의문의 주요내용은 벼랑 끝에 내몰린 농업을 회생시키고 희망을 잃은 농민들을 깊은 좌절로부터 끄집어내기 위해 농민 스스로 정치세력화 하겠다는 것이며 이러한 정치세력화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인 민주노동당에 조직적으로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전농 차원의 다양한 정치적 성향으로 볼 때 정말로 쉽지 않은 결정을 한 전농 지도부의 용단에 진심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이번 결정은 대표직 농업군인 우리 지역 농민들에게도 크나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지금까지 가진 자들의 지배를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온 가짜 민주주의를 일하는 사람들의 민주주의로 바꿔나가겠다는, 그리하여 민중에 의한 새로운 민주주의 역사를 기록해 나가겠다는 ‘역사적인’ 선언을 한 것이다.

WTO에서 아무리 시장개방을 강요한다 해도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정권, 그리하여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고 농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자주적인 정권을 세우겠다는 정치적 선언이다.

거대 독점자본가들의 민주주의와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 중소상공인 등 우리 민중들의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일하는 사람들, 4천만 민중의 정치, 경제, 사회적 권리과 혜택을 보장하는 민주주의다.

그렇기에 전농의 이번 결정은 이를 실천시키기 위한 새로운 출발이며 이 출발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실현의 새로운 희망이다.

노동자, 농민 등 우리 민중들은 수많은 권력기제 중 사소한 어떤 것 하나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우리는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무섭게 단결하고 있다. 이 단결된 힘을 진짜 민주주의를 만드는 힘으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하는 것, 우리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다.